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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열의 씨알여행 167] 해당화海棠花.. 홍옥같은 열매, 돔처럼 씨를 품다 본문
해당화 열매
해당화(海棠花)는 꽃 못지않게 열매가 아름답다.
해당화 열매 |
왕관을 쓴 붉은 구슬 같다. 겨울철 아침햇살에 살며시 눈(雪)을 헤집고 나온 열매를 만나면 아름다움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지나가는 이는 걸음이 절로 멈춰 바라보지 않을 수 없다.
그 뿐이랴! 그 안에 세모뿔 씨들이 질서정연하게 빼곡하게 쌓여 돔(Dome)처럼 들어 있는 것을 알면 보지 않고는 궁금해 견딜 수 없으리라.
바닷가 모래밭에 피는 꽃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꽃이 해당화다. 해당화는 바닷가에 피는 당꽃이란 뜻이다. 이름 속의 당은 중국 옛날이름인 당(唐)이 아니라 아가위나무(山査木) 당(棠)이다. 장미목 장미과에 속하며 열매는 꽃턱(花托)이 변하여 된 거짓과(僞果)로 열매 위 끝에 꽃받침이 붙어 있는 점이 같아 아가위 당이 쓰인 것 같다. 그러나 실제 꽃은 산사나무 꽃보다 몇 배나 크다.
푸른 바다를 뒤로하고 하얀 모래밭 위에 주름이 선명한 잎 사이로 피어 있는 (연)분홍 꽃, 노랗게 물든 잎 위의 빨간 열매를 상상해보라. 보지 않아도 아름다움에 젖기 마련이다. 꽃만 놓고 봐도 아름다움이 여느 꽃에 앞선다. 그래서 꽃 중에 제일 앞에 서는 꽃이란 뜻으로 필두화(筆頭花)라고도 한다.
중국에서는 잠든 꽃, 잠자는 꽃이라는 수화(睡花)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불린 데는 이유가 있다. 현종의 부름에 양귀비는 간밤에 마신 술이 깨지 않은 채 시녀의 부축을 받아 나갔다. 백옥같이 고운 양귀비의 하얀 얼굴의 양 볼이 붉게 물든 것을 보고 ‘너는 아직도 취해 있느냐?’고 물었다. 양귀비는 ‘해당화의 잠이 아직 깨지 않았습니다. 해당미수각(海棠未睡覺)’이라고 답했다. 이런 재치 있는 대답에 현종은 크게 웃었다 하며 이때부터 해당화가 수화로 불렸다고 한다.
해당화 꽃 |
꽃은 꽃잎 5개, 암술과 수술은 여러 개다.
꽃받침은 끝까지 완만한 피침모양(披針形)으로 가운데엔 선명한 맥, 가장자리엔 잔 톱니, 앞뒷면엔 털이 있다. 크기는 길이 1~3㎝, 너비 4~8㎜이다. 중앙에는 담배공초를 풀어놓은 듯 마른 수술이 수북이 담겨 있다. 꽃받침은 열매가 익을 때까지 녹색을 띠는데, 이는 탄소동화작용을 하여 열매와 씨가 조금이라도 더 잘 익도록 양분을 보충해주기 위해서다. 얼마나 지혜로운가!
열매는 가지 끝에 1~6개가 달리며 열매자루는 길이가 1~3㎝이며 잔 가시털(刺毛)이 있다. 끝에 5조각의 꽃받침이 붙어 있어 열매는 왕관을 쓴 둥근 공 모양이다.
열매 색은 초기에는 녹색이며 연 노란색을 거쳐 익으면 빨강 또는 주황이 된다. 크기는 지름 1.5~3.0㎝, 높이(꽃받침 포함하지 않음) 1.0~2.0㎝이다. 광택이 약간 있으며 겉은 매끄러우나 열매자루가 붙은 부위엔 가시 같은 하얀 잔털이 있다. 물에 뜬다.
열매 속 씨가 들어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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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는 익어도 껍질이 벌어지지 않는다. 일부는 오래되면 옆 껍질이 조금 씩 떨어져나가 씨가 그곳으로 빠져나가기도 한다. 껍질 두께는 0.5~1.0㎜로 얇으며 열매살이 약간 달라붙어 있다. 씹어 먹어도 괜찮다. 열매를 쪼개면 아래부위에는 잔털이 달린 작은 돌기와 가는 실이 많이 나 있다.
씨는 열매살 속에 수십 개가 박혀 있다. 이들 씨는 열매 아래서 위로 빙빙 돌아 올라가며 촘촘히 포개어 있어 돔처럼 보인다.
씨의 모양은 바깥 면은 볼록하고 안쪽 2면은 편평하여 마늘 쪽 같으나 끝에 털이 붙어 있다. 털은 마른 뒤에 문지르면 쉽게 떨어져 마른 씨에서는 털을 보기 어렵다.
씨의 바깥 면인 등의 가운데에는 세로로 골이 파여 있고 안쪽 면에는 금이 1개 그어져있다. 색은 초기에는 흰색이고 누르스름한 색을 거쳐 진한 누르스름한 색이나 갈색이 된다.
씨 |
씨 껍질은 알갱이와 거의 한 살을 이루어 분리가 잘 안 되며 알갱이 색은 희다. 크기는 길이(높이) 4.5~5.5㎜, 너비(바깥 면의 폭) 2.5~3.0㎜, 두께(등과 안쪽 능각 사이) 2.5~4.0㎜이다. 광택은 없으며 겉은 매끄러운 편이다. 물에 뜬다.
해당화 꽃이 필 땐 벌이나 나비가 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아름다운 꽃 속에 들어가 달콤한 꿀을 먹으며 쉬고 싶어서다. 열매가 익을 때는 물새 한 마리 되어 씨앗을 먹고 싶기도 하다. 그럴 수 있을까? 그럴 수 없고, 그런 날이 오지 않더라도 후회하지는 않는다. 그런 꿈만이라도 꿀 수 있는 것으로 만족하니까.
필자 주: 해당화를 이용한 건배사-해가 갈수록, 당당하고 멋지게, 화려하고 화목하게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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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학박사 유 기 열(Dr Ki Yull Yu, 劉 璣 烈)
GLG자문관(Consultant of Gerson Lehrman Group)
시인(Poet)
전 르완다대학교 농대 교수 '유기열의 르완다'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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