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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열의 씨알여행 165] 뽀리뱅이..하늘을 날아 새 고향을 찾아가는 열매씨 본문
씨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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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와 꽃이 공존 |
열매씨(열매와 씨가 한 몸을 이루어 분리되지 않는 씨)는 우산을 뒤집어 쓴 모습으로 부모 품을 떠나 하늘을 날아 멀리멀리 간다. 떨어진 곳, 그곳이 바로 그들의 새로운 고향이다. 거기서 그들은 다시 싹을 내어 꽃을 피우고 꽃가루받이를 하여 씨를 만들어 대를 이어 간다. 다른 건 몰라도 살아남는 방법은 어느 것 못지않게 잘 알고 있다.
뽀리뱅이란 이름은 보리뱅이가 변했다는 설과 이 풀의 줄기가 뾰족하게 돋아나 길게 자라고 줄기 끝에서 뾰족한 꽃봉오리가 모여서 꽃이 핀다 하여 지어졌다는 설이 있다. 보리뱅이란 이름은 지금도 불러지고 있다. 이 풀이 보리밭에서 잘 자라고, 옛날 먹을 것이 없던 시절에 이 풀을 나물로 먹고 보릿고개를 넘긴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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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
이름 끝에 붙은 ‘뱅이’는 가난뱅이, 주정뱅이 등과 같이 어떤 사람이나 사물의 성질, 특성 및 모습을 얕잡아 볼 때 그 이름 뒤에 붙이는 접미사다. 따라서 뽀리뱅이 역시 조그맣고 볼품이 없는 하찮은 들풀에 지나지 않아서 뱅이가 붙었다고 본다.
또 다른 이름으로는 잎 등에 난 잔 털이 비둘기처럼 부드럽다고 하여 비둘기나물이라고 하며,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박조가리나물로도 불린다.
일본에서는 이 풀을 ‘부처자리’라고 한단다. 이른 봄 잎을 땅바닥에 바짝 붙인 모습이 불상(佛像)을 얹어 놓는 연화대를 닮았기 때문이다.
학명이 예전에는 Youngia japonica 이였지만 지금은 Crepis japonica로 속명이 바뀌어졌다. 영명은 Japanese youngia로 되어 있으나 원산지는 한국, 일본, 중국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학명에 japonica와 영명에 Japanese가 붙은 것은 일본이 한국이나 중국보다 먼저 이 풀을 조사 연구하여 관련 국제학회 등에 발표한 때문이라고 본다. 풀이름 하나에도 강대국의 힘과 약소국의 서러움이 서려있다.
생육초기에는 잎들이 땅 가까이 대고 있지만, 날이 풀리면서 줄기는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쑥쑥 자라 키가 멀대 같이 크다. 키 크고 속없다는 말은 뽀리뱅이를 두고 한 말인 듯하다. 줄기를 꺾어보니 속이 비어 있었다.
풀덤불 속에서도 목을 길게 뽑아 숨을 쉬며 노란 꽃을 피우는 뽀리뱅이의 열매와 씨가 궁금했다. 사람들 발길이 잘 닿지 않는 몇몇 곳에 뽀리뱅이 몇 포기를 골라 나만 알 수 있는 표시를 해놓고 관찰을 했다.
꽃은 4~6월에 핀다. 열매도 꽃과 함께 맺는다. 한 꽃대에 꽃과 열매가 공존한다.
꽃봉오리 무리는 총포(總苞)로 완전히 싸여 있다. 이런 모습은 꽃이 피기 전에는 아래가 약간 굵고 위가 좁은 원기둥 모양이다. 꽃이 필 무렵엔 위가 가늘어져 호리병 모양이 된다. 색은 녹회색 또는 녹색이고 오래되면 갈색이 된다. 길이(높이)는 5~8㎜이고 넓은 곳의 지름은 2.5~4.0㎜이다.
꽃은 총포 위가 벌어지면 수십 개의 자잘한 꽃봉오리가 위로 올라와 노랗게 핀다. 총포 속에 머리모양꽃차례(頭狀花序)로 꽃봉오리가 무리지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뽀리뱅이의 꽃차례는 복잡하다. 1차는 머리모양꽃차례이며, 다시 이들 머리모양꽃차례 여러 개가 수평을 이루어 달리는 편평꽃차례(繖房花序)를 이룬다. 이들 편평꽃차례 여러 개는 다시 원뿔모양꽃차례(圓錐花序)를 이룬다. 이와 같은 꽃차례를 편평원뿔머리모양꽃차례(繖房狀圓錐形頭狀花序) 또는 원뿔모양편평머리모양꽃차례(圓錐形繖房頭狀花序)라 한다.
노란 꽃이 지면 익은 열매는 과탁 위에 둥둥 떠 있거나 떨어져 나간다. 대부분의 열매는 떨어져 나가기 전에 하얀 갓털(冠毛)이 달린 채로 여러 개가 연결하여 과탁 위에 공중부양을 하여 원을 이루고 있는 것 같다. 이런 모습은 열매들이 서로서로 손을 잡고 빙 둘러 서 있는 듯해, 볼수록 귀엽고 신기하기까지 하다.
뽀리뱅이 열매는 익어도 껍질이 벌어지지 않는 폐과(閉果)다. 폐과 중에서도 마르고 작고 단단하여 씨처럼 보이는 열매 즉 수과(瘦果)로 한 개 열매에 한 개의 씨가 한 몸처럼 되어 있다.
꽃병모양의 총포주머니가 열매를 내보내고 나면 완전히 뒤로 젖혀진 총포 조각 안의 아래에 과탁이 보이는데, 여기에는 수십 개의 아주 작은 패인 자국이 있어 곰보 같다. 이들 홈은 열매가 붙어 있던 자리로 확대경으로 보면 잘 보인다.
꽃병모양의 총포주머니는 열매가 아니다. 그러나 그것들을 열매라 한들 누가 뭐라 하랴! 보고 그저 즐거우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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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씨 |
뽀리뱅이 열매는 날씬한 납작한 타원형의 몸통에 가는 하얀 갓털이 위 끝에 바로 붙어 있다. 갓털은 위를 보고 옆으로 동그랗게 펼쳐 나 있어, 열매씨는 마치 우산을 뒤집어 받는 모양이어서 바람을 타고 잘 날 수 있다.
몸통 색은 갈색이고 겉에 여러 개의 가는 능선이 세로로 나 있다. 길이는 1~2㎜이고, 너비는 0.3~0.5㎜이고 두께는 0.1㎜이내이다. 갓털은 2~3㎜로 몸통보다 길다.
뽀리뱅이 씨는 열매와 같다. 열매와 씨가 분리되지 않기 때문이다.
바람 부는 날이면 가끔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서로서로 잡은 손을 놓고 엄마 품을 떠나, 제 키보다 수백, 수천 배 높은 공중으로 올라가 제 살 곳을 찾아가는 뽀리뱅이 열매씨를. 그리고 가끔 고개를 떨어뜨려 발끝을 바라보며 부끄러워하기도 했다. 이들이 생존법칙을 나보다 훨씬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필자 주: 열매씨(열매를 강조할 때는 씨열매)는 열매와 씨가 한 몸을 이루어 분리되지 않는 씨를 뜻하는 것으로 필자가 지어낸 신조어(新造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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