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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열의 씨알여행 164] 흑삼릉.. 열매는 5각뿔항아리, 씨 안엔 흰 가루 가득 본문
흑삼릉 익은 열매
흑삼릉 익은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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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삼릉(黑三稜)은 이름과는 달리 열매는 5각뿔항아리를 닮고, 껍질을 벗기면 타원형이나 마름모 모양의 씨가 나온다. 씨는 망치나 돌로 두들겨야 깨질 정도로 단단하다. 딱딱한 껍질이 깨지면 새하얀 가루가 쏟아진다. 영락없이 쌀가루다. 그것을 모아 떡을 쪄서 먹고 싶었다.
이것의 뿌리줄기(根莖)는 옆으로 뻗으며, 여기서 잎(줄기)이 나온다. 뿌리줄기는 덩이를 이루는 데, 이 덩이줄기(塊莖)가 검고 3개의 모서리(稜角)를 가지고 있어 흑삼릉이라 불렀다.
잎(줄기)도 3개의 능선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일부 자료에 열매에 3개의 능각이 있어 삼릉이라고 했다는 것은 맞지 않다. 열매는 5개의 완만한 능각을 가지고 있는 5각뿔항아리에 가깝기 때문이다.
흑삼릉 암.수꽃 |
꽃은 한 꽃대에 수꽃이 위에, 암꽃이 아래에 있지만 피는 시기가 다르다. 여러 자료에는 자화수분(自花受粉)을 막기 위하여 수꽃이 먼저 피어 꽃가루를 날려 보낸 뒤에 암꽃이 핀다하였다.
이건 틀리다. 실제로 관찰한 결과 양성화가 아니고 한 꽃대에 암꽃과 수꽃이 같이 피는 단성화로 자화수분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암·수꽃 피는 시기가 달라, 위에 있는 수꽃보다 아래에 있는 암꽃이 먼저 피어 다른 꽃대에 핀 수꽃의 꽃가루받이를 한다. 따라서 자가수분(自家受粉)의 하나인 타화수분(他花受粉)을 한다.
열매는 위 끝 가운데에 길이 4~7㎜, 지름 0.1㎜의 암술대가 달린 5각뿔항아리모양이다. 암술대는 열매가 익어 마르면 대부분 떨어지고 없다. 색은 초기에는 녹색이고 익으면 갈색, 흑갈색이 된다.
크기는 길이(높이) 9~13㎜, 너비(가장 넓은 부위) 7.0~9.0㎜다. 광택은 싱싱한 것은 없으나 완전히 마르면 약간 있다. 물에 뜨나 며칠이 지나면 가라앉기도 한다.
열매대(꽃대)의 잎겨드랑이에서 열매송이 자루가 나오며, 길이는 0.5~3.5cm다. 보통 1개 열매송이의 과탁(화탁-열매가 붙은 부처머리 모양임)에 10~50개의 열매가 달리나 잘 익은 열매는 이보다 적다. 열매송이의 지름은 2~3cm다. 이것은 수십 개의 뿔이 튀어 나온 도깨비 방망이나 고슴도치를 연상시킨다.
잘 익은 열매는 과탁에서 떨어져 제 갈 길을 간다. 그러나 머저리 열매는 그대로 초라하게 과탁에 붙어 있다. 이것의 크기는 길이는 비슷하나 대각선 너비는 잘 익은 열매의 1/10정도로 빈약하다.
흑삼릉 덜 익은 열매에서 우러나온 적포도주색. |
열매송이 초기에 열매들을 떼어내면 연한 자주색의 아주 얇은 비닐봉지 수십 개가 붙어 있는 듯하다. 이 종지 모양의 봉지 속에 열매가 들어 있다.
어린 열매를 잘라보니 속은 연한 자주색이나 연분홍색이고 과탁(果托)은 연두색 내지 연 노란색 이었다. 이것을 물에 1주일정도 넣어두었더니 색이 우러나와 적포도주 색으로 변했다.
열매는 완전히 익어도 껍질이 벌어지지 않는다. 겉의 각 모서리에는 길이 6.5~7.0㎜, 너비 0.8~1.3㎜, 두께 0.05㎜인 1개의 선형(線形) 막이 붙어 있다. 열매 아래에는 과탁에 붙은 자국이 뚜렷하다.
흑삼릉 씨 |
씨는 긴 도톰한 타원형이나 마름모꼴이다. 겉에 여러 개의 얕은 세로 골이 있다. 익기 전 초기 열매에 들어 있는 씨는 둥근꼴 타원형이며 세로 골이 없다.
색은 초기에는 연한 자주색이고 익으면 갈색이나 회갈색이 된다. 크기는 길이 7~9㎜, 너비 4.5~5.5㎜, 두께 4.0~4.0㎜다. 광택은 없다. 물에 넣으면 가라앉기도 하고 뜨기도 한다.
씨껍질(열매의 내피일 수 있다는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나는 씨껍질로 보았다.)은 두께 0.8~1.1㎜로 두껍고 딱딱하다. 망치나 돌멩이로 두드려야 깨질 정도로 단단하다.
껍질이 깨지면 씨젖(胚乳)이 하얀 가루로 쏟아진다. 떡을 찌기 위하여 그릇에 담아놓은 하얀 쌀가루 같다. 아리고 쓴맛이 있다는 자료도 있으나 실제 먹어보니 맛은 무맛에 가까웠다.
흑삼릉 씨 안의 배(胚) |
쌀가루 같은 씨젖 안에는 길고 가는 막대모양의 배(胚)가 1개 들어 있다. 배 크기는 길이 2~3㎜, 지름 0.2~0.5㎜다.
흑삼릉은 피가 잘 흐르게 하고 몸의 부기를 빼는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흑삼릉 씨에 들어 있는 하얀 가루는 설날에 가난한 사람에게 떡쌀로 선물하고 싶은 영락없는 쌀가루다. 꽃이나 열매 모양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 씨는 어찌 그런 흰 가루를 속 깊숙이 간직하고 있을까? 씨의 세상은 뜻밖일 때가 아주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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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학박사 유 기 열(Dr Ki Yull Yu, 劉 璣 烈)
GLG자문관(Consultant of Gerson Lehrman Group)
시인(Poet)
전 르완다대학교 농대 교수 '유기열의 르완다'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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