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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알여행 169] 질경이택사..세모환등기 닮은 열매송이,씨의 물속발아 신기 본문
덜 익은 열매
습지 등을 구경하다 세모환등기 닮은 열매 같은 걸 보면 질경이택사일 확률이 높다. 열매처럼 보이는 것은 열매가 아니고, 세모꼴 환등기에 슬라이드를 꽂아 놓은 것처럼 질경이택사의 납작한 타원형 열매 10~20개가 열매턱(果托)에 가지런히 모여 달려 있는 열매송이기 때문이다.
물속에 이것을 그대로 넣거나 훑어서 넣은 뒤 1주일쯤 되면 발아한다. 씨의 물속 발아세는 놀랍도록 강하다. 발아하여 싹이 난 하얀 뿌리와 녹색의 어린잎은 그림 같다. 그러나 대기 중에서는 1달이 넘어도 발아가 안 된다. 질경이택사란 이름은 잎의 모양과 약효를 살려 지어진 것 같다. 잎은 질경이 잎을 닮고 택사(澤瀉)의 약효를 지녔기 때문이다. 택사(澤瀉)의 뜻은 연못에 고인 물을 빼낸다는 말이다. 놀랍게도 이명(耳鳴)에 이 풀을 사용하면 말 그대로 귀 안의 과다한 림프(Lymph)를 뽑아내 귀 울림증상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단다. 이유는 우리 귀 안에 평형감각을 맡고 있는 반 고리 관(semicircular canals, 半~ 管)이나 달팽이관에 림프가 많으면 귀 울림증상이 생기기 때문이다. 학명은 Alisma oriental 이다. 속명 Alisma는 ‘정확히 알지 못하는 물풀(水草)’이라는 그리스어인Alis에서 유래되었고 종명 oriental은 동방 즉 아시아에 분포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아시아에 사는 잘 알지 못하는 물에 사는 풀이란 뜻이다. 택사(Alisma canaliculatum)와 차이점은 질경이택사는 잎이 질경이를 닮아 크고 넓다. 잎은 뿌리 부위에서 여러 개가 나오며 줄기 잎이 없다. 일부자료에 열매 뒷면에 홈이 택사는 1개, 질경이택사는 2개가 있다고 되어 있으나 열매를 조사한 결과 2개인 것은 거의 발견하지 못했다. 꽃은 아침엔 피지 않고 한낮에만 핀다. 암수가 한 꽃에 있는 양성화다. 꽃받침은 녹색의 긴 타원형으로 3조각이며 꽃잎 사이의 아래에 있다. 꽃잎은 3장이고 희다. 부채모양이며 위 가장자리는 얕게 여러 조각으로 갈라져 둔한 톱니나 작은 물결 모양이다. 꽃잎 안쪽 아래에는 위로 햇살 같은 5~7개의 주름선이 잎맥처럼 있다. 수술은 6개로, 꽃잎 아래의 양쪽에 1개씩 있다. 암술은 수술 안쪽에 있는 녹색 씨방 위로 수십 개가 흰색의 암술대를 뽑아 올리고 있다. 열매송이는 가운데가 조금 들어간 도톰한 긴 세모꼴이다. 들어간 부위는 Y, T, 사람 인(人) 모습이다. 아래에는 꽃받침이 갈색으로 변하여 붙어 있다. 색은 초기에는 녹색이고 연 누런색을 거쳐 익으면 갈색이나 회갈색, 흑갈색이 된다. 크기는 길이(높이)3.5~4.5㎜, 너비(밑변)3.0~4.0㎜, 두께 1.5~2.0㎜다. 광택은 없으며 겉은 씨가 고리모양을 하고 붙어 있어 여러 개의 잔금이 그어진 듯 보인다. 물에 뜬다.
열매송이가 달린 이삭(열매줄기)은 길이 30~100cm이며, 작은 이삭가지 3개가 원줄기에서 돌려난다. 돌려난 작은 이삭가지에서 다시 작은 이삭가지 3개가 돌려나기도 한다. 열매자루는 길이 5~20㎜, 지름 0.2㎜정도다. 열매송이가 붙은 열매자루 아래에는 작은 포가 1개 있다. 포는 길이 2~3㎜, 너비 0.5~1.0㎜, 두께 0.1㎜정도다. 열매가 익으면 꽃받침과 과탁(果托, 꽃의 입장에서 보면 花托)을 남겨놓고 열매가 떨어지나 때로는 겨울까지 그대로 달려 있기도 한다. 열매는 꽃받침 안쪽의 동그란 과탁 위에 옆으로 비스듬히 누워 빙 돌아가며 달려 있다. 그모습은 마치 타원형 슬라이드를 빽빽하게 꽂아놓은 모서리가 둥그런 세모진 환등기처럼 생겼다. 여기에는 보통 10~20개의 열매가 모여 달린다. 열매는 수과(瘦果)이며 납작한 타원형이다. 가장자리에는 흰빛이 도는 딱딱해 보이는 가는 맥(띠)이 빙 둘러있다. 색은 초기에는 녹색이고 연한 황색, 연한 누런색을 거쳐 익으면 갈색, 회갈색, 흑갈색이 된다. 크기는 길이 1.7~2.2㎜, 너비 1.0~1.5㎜, 두께 0.2~0.3㎜다. 광택은 거의 없다. 물에 처음에는 뜨나 오래되면 가라앉는다. 열매와 씨는 한 몸처럼 되어 있어 분리가 잘 안 된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이들 열매를 씨로 알고, 씨라고 부르지만 학문상으로는 열매다.
열매껍질을 벗겨내면 알갱이가 나온다. 이 알갱이를 씨라고 볼 수 있다. 씨는 납작한 타원형이며 아래 가운데가 약간 갈라진다. 색은 진한 갈색이다. 크기는 길이 1.0~1.4㎜, 너비 0.4~0.6㎜, 두께 0.1~0.2㎜다. 광택은 없으며 겉은 매끄럽고 한쪽 면에 골이 1개 파여 있다. 물에 가라앉는다. 씨껍질은 두께가 0.1㎜정도로 얇고 가볍다. 씨는 물속에서 빠르면 1주일 후면 발아한다. 이삭에 붙은 채 싹을 내기도 한다. 발아할 때 껍질을 뒤집어쓰고 싹이 길게 자라는 모습은 신기하기까지 하다. 뿌리는 거미줄처럼 희고 가늘다. 잎은 연한 녹색이며 줄 모양이다. 길이를 재어보았더니 뿌리와 잎의 길이가 거의 1:1로 비슷했다. 발아한지 20일이 넘은 것은 뿌리와 잎 길이가 각각 3cm나 되었다. 물속과 달리 공기 중에서는 1개월이 지나도 싹이 나지 않았다. 질경이택사의 뿌리는 이뇨(利尿)의 효능이 있어 방광에 고인 오줌을 다스리고, 잎은 만성가관지염과 젖이 잘 안 나오는 증상(乳汁不出)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질경이택사 열매를 보면 환등기로 비쳐보고 싶어진다. 만약에 그럴 수 있어 비쳐보면 무엇이 보일까? 물속에서 발아한 싹이 보일까? 아니면 한낮에만 피는 꽃이 보일까? 이도 저도 아니면 숨죽이고 있는 생명이 보일까? 다 허망한 공상이다. 하지만 이런 공상의 바다에 빠져서 세상의 온갖 시름 다 있고 한번쯤 무아지경에 들어보라. 아마 알리라. 그것-무아지경에 이른 것만으로도 질경이택사 조사에 들인 시간과 땀이 아깝지 않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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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학박사 유 기 열(Dr Ki Yull Yu, 劉 璣 烈)
GLG자문관(Consultant of Gerson Lehrman Group)
시인(Poet)
전 르완다대학교 농대 교수 '유기열의 르완다'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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