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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열의 씨알여행162-으름덩굴..열매는 나무가 만든 달콤한 아이스크림, 씨는 오로칠상을 치료하는 예지자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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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열의 씨알여행162-으름덩굴..열매는 나무가 만든 달콤한 아이스크림, 씨는 오로칠상을 치료하는 예지자

futureopener 2012. 12. 3.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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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어 벌어진 열매     

씨와 열매를 연결한 씨 아래 가는 홈에 붙은 실

                                                        

외국에 바나나가 있다면 한국엔 으름이 있다. 으름은 우리나라 토종 바나나인 셈이다. 씨가 많고 살이 적은 게 흠이지만 즙이 많고 맛은 괜찮다. 이 분야 전문연구기관에서 크기고 좀 크고 살이 많으며 씨가 적은 으름 품종을 개발하면 사업성도 있어 보인다.

   
 
으름은 어름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으름 유래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는 가을에 열매가 익어 껍질이 벌어지면 속살이 보이는 데, 그 속살이 차가운 얼음처럼 보인다고 해서 얼음으로 불리다 으름으로 변했다는 설이다.

실제로 가을에 벌어져 드러난 열매의 속살을 보면 이런 설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가장 설득력 있는 설이다. 둘째는 열매 속살에 박힌 씨를 씹을 때 얼음처럼 차가운 느낌이 들어서 으름이라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설득력이 없다. 씨는 검고 단단할 뿐 차가운 느낌은 전혀 없어 타당성이 거의 없다.

셋째는 덜 익은 열매는 남자 고추 모습이고 익어 벌어진 열매는 여성음부를 연상케 하여 남녀교합을 뜻하는 어우름으로 불리다 으름이 되었다는 설이다. 이 설은 열매의 모양 자체는 바르게 보았으나 상상이 지나친 비약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암꽃(왼쪽)과 수꽃(오른쪽)
   
학명의 속명 Akebia는 일본말 아케비(アケビ)의 라틴화로 생성되었다. 아케비는 으름의 일본이름 통초(通草, Perforated grass)를 뜻한다. 일본과 달리 중국에서는 풀초 대신에 나무목을 사용하여 으름을 목통(木通, Perforated wood)이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으름덩굴의 줄기로 만든 생약을 목통(木通)이라 한다.

사실 으름덩굴은 풀이 아닌 나무이다. 따라서 통초보다는 목통이 맞으나 으름덩굴 학명에서 아케비아란 속명이 붙은 것을 보면 일본이 중국보다 경제력과 과학 기술력이 우위에 있었던 시절에 관련 국제학회에서 일본의 영향력이 컸음을 알 수 있다. 영어로는 chocolate vine, five-leaf akevia로 불린다.

   
   어린 열매
   
  겨울눈
으름덩굴은 암수한그루로 암꽃과 수꽃이 같이 핀다. 꽃봉오리는 황백색에 가깝고 활짝 핀 꽃은 연한자주색이나 연한 분홍빛이 섞인 보라색이다. 꽃잎이 없는 대신에 3조각의 둥근 타원형 꽃받침이 꽃잎처럼 보인다.

수꽃은 넓고 두꺼운 꽃밥에 세로로 주름이 져 있어 수술이 많게 보이지만 실은 6개다. 암꽃은 수꽃보다 약간 더 크고, 암술은 5~8개이며, 암술머리는 좁쌀처럼 둥글고 암술대 안쪽에는 세로로 얕고 가는 금이 있다.

암술 아래에는 퇴화한 수술이 붙어 있기도 하다. 암수술 모두 자주색에 가깝다. 꽃은 아름다움과 향기 둘을 다 지녔다.

   
  익은 열매
열매는 몽땅한 소시지처럼 생겼다. 어떤 것은 등이 약간 굽기도 한다. 색은 덜 익은 것은 녹색이며 익으면 황갈색이 된다. 크기는 길이 8~12cm, 지름 4~5cm다. 광택은 없다. 겉은 얕게 터 있고 그물 같은 잔주름이 많다. 물에 가라앉는다.

열매는 꽃자루가 목질로 굳어진 하나의 열매대(꽃자루는 있으나 열매자루는 없거나 아주 짧다. 왜냐면 한 송이 꽃에서 1~5개의 열매가 달려 열매송이를 이루기 때문이다.)에 1~5개의 열매가 달린다.

영양이 충분하고 생육환경이 최적이면 암술 숫자대로 8개까지 열매가 달릴 수 있으나 실제로는 이런 경우는 거의 없다. 열매대는 매끄럽지 않고 작은 돋음점이 많다.

   
  익어 벌어진 열매
열매는 익으면 바나나와 달리 껍질 아래 배(腹)가 세로로 갈라져 벌어진다. 마른 껍질은 딱딱하며 두께 4~5㎜로 두껍다. 열매살은 희고 차지며 둥근 소시지처럼 말려서 열매껍질의 등쪽에 있는 굵은 힘줄 같은 맥에 붙어 있다. 열매살 속에는 실 같은 것이 많으며, 실이 나 있는 곳은 다른 곳보다 더 희고 움푹 들어가 있다.

이 실은 한쪽은 열매껍질과 연결되어 있고, 그 끝은 씨의 아래에 있는 흰색의 돋음점 가운데 있는 구멍과 연결되어 씨를 고정시킨다. 열매를 세워 놓았을 때 씨는 아래가 열매껍질을 향하고 위가 안쪽을 바라보는 자세로 들어 있다. 수직이 아니라 수평으로 들어 있다.  

   
  열매 종단면
열매에는 수십 개의 씨가 들어 있고 많은 것은 100개도 넘는다. 열매살보다 씨가 더 많아 보인다. 씨는 열매살에서 잘 분리된다.

씨 도톰한 타원형이다. 씨 아래에 흰색의 돋음 점이 있고 그 가운데가 실눈처럼 들어가 있다. 여기에 껍질에서 나온 실이 연결된다. 색은 초기에는 흰색이며 적갈색을 거쳐 검은 색이 된다. 크기는 길이 5~7㎜, 너비 3.5~4.5㎜, 두께 2.0~3.5㎜다. 광택과 윤기가 있다. 겉은 매끄러운 편이다. 물에 가라앉는다. 맛은 약간 아리다.

씨 알갱이는 희다. 씨껍질과 알갱이는 분리가 잘 안 되고 껍질 뚜께는 0.05㎜로 얇다. 씨 아래에 붙은 흰색 점은 엘라이오솜은 아닌 것 같다. 피나물, 애기똥풀 등의 씨에 붙은 엘라이오솜은 씨에서 잘 떨어진다.

그러나 으름덩굴 씨에 붙은 흰색 점은 씨에서 잘 분리가 안 되기 때문이다. 관찰결과 물에 2주일 정도 담가 놓은 것을 건져서 문지르니 쉽게 으깨져 떨어졌으나 발아는 안 되고 물의 색이 뿌연 하게 변했다.  

   
  씨
청열이뇨(淸熱利尿), 모유분비 촉진, 항균 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약을 마신 이가 으름덩굴로 만든 목통(木通)을 달여 먹으면 구차하나마 목숨만은 지탱할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약효가 좋다한다.

1992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제25회 올림픽이 열렸다. 이곳 올림픽공원에 참가국의 대표 나무를 심었는데 으름덩굴이 우리나라 대표나무 5종의 하나다.

으름덩굴은 임하부인(林下婦人, 숲속의 여인)이라 불리기도 한다. 열매가 익어 벌어진 모습이 여인의 음부를 닮은 데서 비롯한 별칭이다.

제주도에서는 으름열매를 빗대 ‘아은 땐 조쟁이 되고 어룬 되면 보댕이 되는 것이 뭤고?’라는 수수께끼가 있다. 답은 으름열매다. 익기 전 어린 열매는 남자 고추 같고, 익어 벌어지면 여자 음부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으름열매를 먹어본 사람들은 씨가 적고 살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열매살이 적고 씨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열매살은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하고 부드럽다. 어떤 나무가 이보다 더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만들 수 있을까?

열매를 먹을 때 씨가 거치적거린다. 그러나 씨는 오로칠상(五勞七傷)을 치료하는 약효가 있을 뿐 아니라 먹으면 머리를 맑게 하고 앞일을 미리 알 수 있는 능력을 준다하여 예지자(豫知子)라 부른다.

열매살 보다 씨가 더 좋은 점이 있어 많이 들어있는 줄을 모르고 인간은 씨가 많다고 불평만 하다니! 살다가 불평불만 하고 싶으면 그러기 전에 참으며 한 번 더 깊이 생각해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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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열(Ki-Yull Yu Ph.D.)

농학박사, 대학강사(University Lecturer)
국립수목원 및 숲연구소 해설가(Interpreter Korea National Aboretum & Institute of Forest Study)
GLG자문관(Consultant Gerson Lehrman Group)
한국국제협력단 전문가(Expert KOICA)
시인 겸 데일리전북(http://www.dailyjeonbuk.com)씨알여행 연재작가(Poet & writer in Dailyjeonbuk)
손전화(e-mail) 010-3682-2593
볼로그(Blog) http://blog.daum.net/yukiyu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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