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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열의 씨알여행 170] 등대꽃...등대꽃 열매는 왜 목을 휘어 하늘을 볼까? 본문
목을 휘어 하늘을 향하는 익은 열매
등대꽃 꽃 | . |
열매야! 등대꽃 열매야! 그리도 하늘이 보고 싶으냐? 하늘을 보려고 목을 휘어 고개를 처 들다니! 그것도 아주 꼿꼿이.
그토록 하늘을 보지 않으면 안 될 무슨 사유라도 있는 것이냐?
네가 말하지 않아도 나는 안다. 지금의 너 보다 더 나은 자손을 만들어 그들이 번창하여 오래도록 지구상에서 살아남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등대꽃은 식물분류학상 진달래목-진달래과-등대꽃속에 속한다.
학명은 Enkianthus campanulatus이다. 속명 Enkianthus는 그리스어의 임신을 뜻하는 enkyos와 꽃을 뜻하는 anthos의 합성어로 임신한 여인을 닮은 꽃이다. 종(소)명은 라틴어의 종(鐘)모양을 뜻하는 campanulatus에서 따 왔다.
영명은 붉은 맥을 가진 종 모양 꽃을 뜻하는 Redveins enkianthus이다.
한글 이름 등대꽃은 밤에 뱃길을 밝혀주는 등대(燈臺)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여기서 등대(燈臺)는 주로 등잔을 걸거나 놓을 수 있도록 나무 같은 것으로 만든 대(臺)를 말하며, 등잔걸이, 등꽂이(燈架), 등경(燈檠)걸이와 비슷한 말이다.
실제로 나무에 꽃이 피어 있는 모습을 보면 여러 개의 작은 초롱이나 종(鐘)을 걸어놓은 것 같아 학명이나 영명이 우리말 이름보다 훨씬 잘 어울린다.
꽃은 꽃자루가 길고 가늘며 유연하여 땅 아래를 보고 핀다. 꽃잎엔 5개정도의 붉은 맥(1개 맥은 꽃잎 끝으로 가면서 2~3개로 갈라지기도 함)이 세로로 길게 나 있다. 색은 아래는 흰색이나 크림색, 위와 가장자리는 연분홍이나 분홍이다. 모양은 초롱같고, 어찌 보면 종 같기도 하여 살짝 건드리면 종소리가 울릴 것 같다.
암술은 한 개다. 수술은 10개라고 자료에 나와 있지만 그 보다 많은 것으로 관찰되기도 해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꽃잎 안에 여러 개의 수술이 이리 저리 배열되어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아름다움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예쁘다.
열매는 얼핏 보면 타원형이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벌어지기 전에는 위아래가 좁고 짧은 5각 기둥에 가깝다. 겉은 5개의 볼록면과 5개의 세로 골로 되어있다. 위 끝에 암술대가 피뢰침처럼 꼿꼿이 서 있다. 암술대는 열매축 끝의 홈에 박혀 있어 껍질이 벌어져도 붙어 있는 경우가 많다.
색은 초기에는 녹색이며 연노란 붉은색을 거쳐 익으면 갈색 내지 흑갈색이 된다. 크기는 길이(높이) 4.5~6.5㎜, 지름 3~4㎜이다. 암술대 길이는 열매와 거의 비슷한 5.5~6.5㎜이다. 광택은 없다. 물에 뜬다.
등대꽃 어린열매. |
꽃이 진 뒤 어린 열매는 1주일 안에 목을 위로 비틀어 하늘을 본다. 열매가 커지기 전, 가벼울 때에 빨리 목을 휜다. 꾀보다.
고개를 든 어린 열매의 아래는 통꽃받침(合辦萼)이 감싸고, 옆은 5조각으로 갈라진 긴 피침형 꽃받침이 껍질처럼 딱 달라붙어있다. 그러다 열매가 완전히 익으면 꽃받침은 열매 겉에서 완전히 분리되어 별 모양의 찻잔 모습으로 바뀐다.
이삭 길이는 3~6cm이고, 수개에서 수십 개의 열매가 달린다. 열매자루는 길이 1~3cm, 지름 0.2~0.3㎜이다.
열매는 익으면 위 끝에서부터 세로로 난 골이 아닌 볼록한 부위 가운데가 벌어져 5조각으로 갈라진다. 중앙에는 열매축이 들어 있고, 열매축은 아래 부분은 가는 막대 모양이고 위 끝은 겉에 골과 능선이 5개씩 있는 둥근 곤봉모양이다.
열매 껍질은 단단하고 두께는 0.3~0.5㎜이다.
열매는 각 조각에 1개의 씨를 품고 있다. 그러나 5개의 씨가 들어 있는 열매는 적고 대개는1~3개 들어 있다. 잘 익지 않은 쭉정이도 들어 있는데 이들 씨는 정상적인 씨와 크기와 모양이 완전히 다르다.
씨는 바깥쪽은 편평하거나 등이 약간 볼록하고, 안쪽은 편평한 2면이 만나 얕은 능각을 이루는 긴 타원형이다. 색은 연한 갈색이나 누런색이다. 크기는 길이 3.8~4.2㎜, 너비 1.2~1.6㎜, 두께 0.7~1.0㎜이다.
등대꽃 씨. |
일반 씨와 다르게 등대꽃 씨는 푸석푸석한 편이며 누르면 스펀지나 코르크처럼 눌러진다. 씨는 단단하다는, 단단해야한다는, 단단할 거라는 생각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아니 바꾸게 한다. 겉은 까칠한 빗살무늬가 새겨진 것처럼 갈라지고 깃털이 묻은 것처럼 거칠며 광택은 없다. 씨껍질은 잘 벗겨지지 않는다. 씨는 물에 뜬다.
식물이 대(代)를 이으려면 열매가 잘 익고 씨가 잘 여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씨가 충실(充實)해질 때까지 충분한 영양공급이 절대 필수적이다. 그런데 여름이 끝나면 온도와 광도(光度)가 떨어져 광합성작용이 적어져 양분공급이 힘들어지기 마련이다. 이를 눈치 챈 등대꽃은 이에 대비해 기발한 꾀를 냈다.
이 꾀는 등대꽃 열매가 목을 뒤틀어 머리를 곧추세우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첫째, 열매가 고개를 들고 하늘을 향해 햇빛을 한줌이라도 더 모은다. 그렇게 해서 할 수 있는 한 양분을 더 많이 만든다.
꽃은 아래를 향해도 꽃가루받이는 가능하다. 꽃이 아래를 보도록 내버려두는 까닭이다. 게다가 꽃이 크고 꽃대는 여리며, 여러 개가 다닥다닥 붙어 피므로 꽃을 들어 위를 보도록 하는 것은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하다. 그래서 꽃이 지고 열매가 맺히자마자, 주저하지 않고 초기에 빨리 목이 뒤틀리는 고통을 견뎌내며 모가지를 구부려 하늘을 바라본다. 눈곱만큼의 햇빛이라도 더 많이 받아 탄소동화작용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하려고 말이다.
둘째, 열매 겉을 녹색으로 만들고 여기에 녹색의 꽃받침을 찰싹 부쳐 한 몸처럼 만들어 놓는다. 그렇게 해서 열매가 완전히 익을 때까지 광합성을 한다.
잎이 만든 양분은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잎에서 만든 양분이 열매까지 오는 데 에너지가 들고 시간이 걸려 열매가 필요한 때에 공급이 안 될 수 있다. 이런 약점을 보충하려고 직접 열매가 양분을 만들어 제때 사용한다. 열매가 완전히 익으면 껍질과 꽃받침 모두 갈색으로 변하고, 꽃받침은 열매에서 완전히 떨어져 열매 아래에 별모양 접시처럼 붙어 있음이 이를 증명한다.
셋째, 열매가 익으면 빨리 말라서 껍질이 잘 벌어져 씨를 쉽게 밖으로 잘 내보낸다.
등대꽃 익은 열매. |
열매가 익어도 고개를 아래로 떨어뜨리고 있으면 잘 마르지 않는다. 마르지 않으면 껍질이 벌어지지 않고, 그러면 씨가 열매 밖으로 나오기 어렵다.
만약 등대꽃이 이런 꾀를 내지 못하여 열매를 아래로 떨어뜨리고, 겉이 녹색이 아니며, 겉에 녹색꽃받침이 붙어 있지 않았다면 아마도 양분공급이 순조롭지 못하여 지금처럼 좋은 씨를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그 탓으로 대를 잇지 못하고 지구상에서 사라질 위협에 처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런 것을 알고 미리 후대(後代)를 잘 이어갈 대책을 만들어 실행하고 있다니, 참으로 기막히지 않은가?
등대꽃 앞에 서면 들리는 듯하다.
‘미리 대비하라. 작은 대책이라도 찾으면 실행하라. 그것이 고통스러워도 할 수 있으면 하라. 아프고 힘들다고 할 수 있는 일마저 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 유한(有限)한 생명체에겐 살아남아 종족을 보전하는 만큼 절실하고 앞서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러니 필요한 일은 이런 고통쯤이야 하고 다 견뎌내며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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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학박사 유 기 열(Dr Ki Yull Yu, 劉 璣 烈)
GLG자문관(Consultant of Gerson Lehrman Group)
시인(Poet)
전 르완다대학교 농대 교수 '유기열의 르완다' 연재
e-mail : yukiyull@hanmail.net
Blog : http://blog.daum.net/yukiyu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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