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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열의 씨알여행 172-단풍잎돼지풀, 신들이 정말 단풍잎돼지풀을 먹었을까? 본문
단풍잎돼지풀의 열매
신들이 단풍잎돼지풀을 먹었는지 장담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학명, 영명, 원산지 원주민들이 실제 이용한 역사를 살펴보면, 그리스 신(神)들이 단풍잎돼지풀을 원료로 만든 음식이나 음료를 먹었을 개연성(蓋然性)은 있다. 씨로 짠 기름은 더욱 그렇다.
단풍잎돼지풀은 돼지풀과 함께 국립환경과학원이 1999년에 지정한 우리나라 최초의 생태교란야생식물이다. 정부는 이 풀을 퇴치(退治)하기 위하여 해마다 많은 인력과 예산을 사용하며 고생하고 있다.
이런 천덕꾸러기 환경유해식물을 그리스 신들이 음식으로 먹었다니 믿기지 않을 거다. 그러나 이 식물의 속명 Ambrosia는 고대 그리스어 ἀμβροσία에서 유래되었다. 이 ἀμβροσία는 신들이 먹고 마시는 불로장생(不老長生) 음식과 불멸(不滅)을 뜻한다. 비둘기가 이런 음식을 신들에게 갖다 주었다고 한다.
실제로 원산지인 북미원주민들은 단풍잎돼지풀의 씨를 곡류(Grains)처럼 식용하거나 기름을 짜서 먹었다. 씨는 지방(粗脂肪, Crude fat 38% 또는 Oil 19%)과 단백질(粗蛋白, Crude Protein 47%)이 풍부해서 사람과 야생동물이 긴 겨울을 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열병, 폐렴, 두드러기, 벌레물림 등의 민간치료제로 사용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다. 영어로는 Buffalo weed(들소풀)로 많이 불린다. 이유는 미국에서는 들소들이 비타민을 얻으려 이 풀을 많이 먹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풀이 사라지면 먹이풀 부족으로 들소들도 사라지지 않을까 우려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신들이 단풍잎돼지풀로 만든 음식을 먹었다는 것을 그저 신화나 헛소리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
우리말 이름 단풍잎돼지풀은 재고했으면 한다. 종명 trifida가 tri 3과 fida 갈라짐의 합성어이므로 잎이 3갈래로 갈라지기 때문에 단풍잎을 붙인 것은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속명이나 특성은 돼지와는 거의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속명은 Ambrosia이고, 암브로시아 속 식물의 일반적인 영명은 Ragweed(두드러기풀 또는 누더기풀)다. 북미에 약25종(Species)이 분포하는 데 이들 종(種)의 영명은 ~ ragweed다. 예를 들어 A. artemisiifolia는 Common ragweed, A. trifida는 Great(Giant) ragweed, A. tenuifolia는 Slimleaf bur ragweed다.
그런데 단풍잎두드러기풀이나 단풍잎누더기풀이라 하지 않고 왜 단풍잎돼지풀이라고 했을까? 이것은 일본이름 부타쿠사(ぶたくさ, 豚草)를 그대로 우리말로 번역하여 사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암브로시아 속의 1종인 A. artemisiifolia의 보편적인 영어이름 Common ragweed 대신에 일부에서 쓰이는 Hogweed를 번역한 일본의 오류를 아무 생각 없이 답습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식물의 특성을 보아도 돼지풀보다는 두드러기풀이 더 알맞다. 꽃가루엔 알레르겐(Allegen) 성분이 많아 호흡기 알레르기와 두드러기 같은 피부병을 일으킨다. 줄기 등에 털이 많고 잎이 지는 가을철엔 지저분하다. 열매가 익어도 너덜너덜한 포안에 열매가 들어 있는 채로 뭉쳐 달려 누더기 같다.
따라서 학명, 영명, 식물특성을 살리려면 단풍잎돼지풀 보다는 단풍잎두드러기풀이나 단풍잎누더기풀로 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우리의 체면도 살릴 수 있다.
단풍잎돼지풀은 한해살이풀이지만 생육이 왕성하고 번식력이 강하다. 키는 1~2m, 줄기 굵기는 지름이 1~4㎝로 크다. 마른줄기 속은 흰 스펀지나 수수깡 같은 것으로 채워 있거나 빈 구멍이다. 팔당호 상류의 다산유적지 주변, 구리-일동사이 하천이나 길가, 경춘선의 강촌 주변에서 많이 보았다.
단풍잎돼지풀 암꽃(좌)과 수꽃 |
단풍잎돼지풀의 꽃은 암꽃과 수꽃이 한 꽃대에 같이 피고 꽃잎은 없다. 수꽃은 긴 꽃대 위에 수십 수백 개가 피고, 암꽃은 수꽃 아래의 줄기에 층을 이루며 1개 층에 1~20개씩 뭉쳐 달린다.
수술 꽃밥은 노랗고 줄기를 흔들면 노란 꽃가루가 바람에 먼지처럼 날린다. 가볍고 털 같아서 일반 대기상태에서는 3.2㎞(2마일), 바닷가에서는 640㎞(400마일)까지 날아가는 것이 관찰되었다.(All About Ragweed; the Good and the Bad, by Melody Rose(melody) August 8, 2015)
수꽃은 물에 젖으면 쉽게 곰팡이가 슨다. 물에 담가놓은 지 1주일정도 지나니 노란 꽃에서 연한 갈색이 우러나와 물색깔이 맥주처럼 변했다. 이 풀로 물감을 만든다는 것을 확인한 셈이다.
암꽃은 포에 싸여 있는데 녹색의 꽃받침 통 위 끝 밖으로 암술대 2개가 나와 있어 꽃 같지도 않다. 때문에 암꽃이 있는지 또는 피었는지 모르고 지내기 일쑤다. 씨방은 녹색의 둥근꼴 타원형이며 위 끝에 암술대가 하얀 실처럼 붙는다.
단풍잎돼지풀 열매 |
열매는 거꾸로 된 짧은 고깔 위에 왕관을 쓴 모양이다. 아래는 좁고 위 가운데엔 볼펜 촉 같은 큰 돌기가 1개 솟아 있고 위 넓은 부위 가장자리엔 빙 둘러가며 4~6개의 작은 돌기가 있다. 돌기 크기는 위 가운데는 길이 2~3㎜, 옆에는 1㎜정도다. 돌기가 난 아래로는 세로의 낮은 능각이 있다.
색은 초기에는 녹색이며 익으면 누런빛이 나는 흰색이고 오래되면 거무튀튀하거나 희어진다. 크기는 길이(높이) 6.5~9.0㎜, 제일 넓은 부위 지름 4~6㎜다. 광택은 없으며 겉은 매끄럽지 않다. 그물 같은 잔주름이 불규칙하게 있으며 가는 가시털이 있는데 특히 돌기에 많다. 털가시는 녹색 열매 때에는 억세지 않으나 익으면 억세다. 물에 뜬다.
열매는 잎겨드랑이와 줄기 끝에서 나온 이삭줄기에 층을 이루어 돌려서 뭉쳐 달린다. 한 층에 수 개에서 수십 개의 열매가 달린다. 물론 이삭줄기가 짧은 것은 층을 이루지 않기도 한다. 열매자루는 거의 없으며, 돌려 달릴 때 몇 개의 굵고 아주 짧은 대 또는 턱이 나와 거기에 여러 개가 모여 달린다.
열매는 포(苞)안에 들어 있으나 윗부분은 밖으로 나와 있다.
열매는 익어도 껍질(꽃받침이 변한 것으로 추정)이 벌어지지 않는다. 껍질은 손톱으로 찢어 벗길 수는 있으나 무척 힘이 든다. 대신 열매를 돌멩이나 망치로 두들기면 납작해지면서 금이 가며 이렇게 하면 껍질 벗기기가 쉽다. 껍질은 딱딱하며 두께는 0.3~0.4㎜다. 열매에는 1개의 씨가 들어 있다.
단풍잎돼지풀 씨(좌)와 씨 알갱이 |
씨는 거꾸로 된 둥글납작한 타원형이나 납작한 거꾸로 된 달걀형이다. 색은 초기에는 연녹색이고, 익을수록 연한 보라색이 생기며 녹회색, 자회색을 거쳐 익으면 진한 녹회색, 흑갈색, 검은색이 된다. 크기는 길이 4~5㎜, 지름(너비와 두께) 2~3㎜다. 광택은 없으며 겉은 매끄럽지 않다. 물에 뜬다.
씨껍질은 알갱이와 잘 분리되며, 껍질 안 쪽은 매끄럽고 반질거리는 연노란 은백색이나 은백색이다. 두께는 0.05~0.15㎜다. 씨 알갱이는 씨와 비슷한 모양이며, 연한 갈색 빛이 도는 누런색이다. 겉엔 실핏줄 같은 주름이 그물처럼 있다. 나뭇잎 그물맥을 닮았다. 물에 담그면 씨와 반대로 다 가라앉는다.
씨 알갱이 겉을 긁으면 잔주름이 없는 약간 어두운 누런 갈색이 된다. 속은 흰색에 가깝다. 아주까리 씨 알갱이처럼 지방이 많아 보이고 종이 위에서 으깨면 기름자국이 생긴다. 먹어보니 아무 맛도 없었다.
단풍잎돼지풀 꽃은 꽃 같지 않다. 꽃이 지녀야할 기본인 아름다움, 향기, 꿀 어느 것도 없다. 벌레가 찾아올 리 없다. 그래도 많은 씨를 생산하여 무서운 속도로 빠르고 왕성하게 번식한다. 심지어 생태계를 교란할 정도라고 아우성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그 이유는 첫째 국화과 식물이면서 암수한그루(雌雄同株)로 풍매화(風媒花)다. 곤충이 없어도 바람을 이용해 꽃가루받이를 충분히 한다. 암술은 2가닥으로 갈라져 길게 나와 있고 노란 꽃가루는 먼지처럼 잘 날아다녀 꽃가루받이를 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둘째 뿌리에서는 타감물질(他感物質, allelochemicals)을 분비하여 다른 식물이 주변에 자라지 못하게 한다.
셋째 외래식물이라 한국의 기후와 토양 등 생육조건은 원산지와 같거나 좋은데 번식과 생육을 저해하는 천적이 없기 때문이다.
넷째 1년생 풀이지만 키가 크고 생장속도가 빨라 주변에 다른 식물이 자라기가 어렵다.
여기다 꽃가루는 호흡기나 피부 알레르기를 일으키기도 한다.
그러나 역으로 생물다양성 확보라는 면에서는 생물종이 늘었다는 긍정적인 점도 있다. 따라서 무조건 귀찮은 식물로 단정하고 없애려하기 보다는 이 풀의 특성 즉 왕성한 생장과 번식력은 식물 육종, 풍부한 지방과 단백질 함량은 식품, 신들의 음식이라 불렸을 정도이니 특수성분 등은 의약에 이용하는 길을 찾아보는 게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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