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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열의 씨알여행 159- 물고추나물: 땡볕 아래서 사랑하여 소시지 빼 닮은 씨 만들어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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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열의 씨알여행 159- 물고추나물: 땡볕 아래서 사랑하여 소시지 빼 닮은 씨 만들어

futureopener 2012. 10. 22.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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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ter pepper(Triadenum japonicum) flowers only after 1 p.m.,

 not before noon. They love each other under a heavy sunshine of afternoon.

 

 <꽃가루받이를한 꽃>

 <익은 씨>


아침에 물고추나물 꽃을 보러 갔다. 꽃이 피지 않고 꽃봉오리는 열매처럼 달렸다.

 
 
‘아, 아직 해가 뜨지 않아서 꽃이 피지 않았겠지.’

독백을 하면서 다른 풀과 나무 꽃들을 보고 사무실로 와서 커피한잔을 마셨다. 점심식사 후에 가벼운 산책을 하며 다시 꽃을 보러 갔다. 지금은 피었겠지 하고 갔지만 역시 꽃은 피지 않았다.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며칠을 정신없이 바쁘게 지내느라 잊었다.
그러다 늦은 오후에 가보았다.

‘아~ 꽃이다. 꽃이 피었다.’

   
   꽃과 개미
꽃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한 말이다. 시간을 보니 5시 14분이었다. 다음날 다시 오후3시경에 갔다. 역시 꽃이 피어 있었다.

몇 년간 수시로 관찰한 결과 물론 예외는 있겠지만 물고추나물 꽃은 오후 1시가 넘어서 피고 3시에서 6사이에 많이 핀다.

오후 늦은 시간에 수생식물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해설을 요청해 수생식물원에 갔다. 물고추나물의 꽃을 보고 다들 아름답다고 한마디씩 했다.

나는 물고추나물의 꽃피는 시간에 대하여 체험하고 조사한 내용을 설명해주었다. 설명을 듣고 그러냐며 다들 신기해하며, 꽃피는 시간에 대하여 의외의 관심을 보였다.

고추나물과 열매가 비슷하고 물을 좋아해서 물고추나물이라 했다. 열매는 작은 대추고추나 꽃 고추 열매를 닮았다.

꽃은 연분홍색이지만 흰색도 있다. 꽃받침은 5조각이며 녹색바탕에 분홍색이 드러나 있고, 꽃잎보다 좁고 작으며 긴 세모꼴에 가깝다.

   
  맥에 붙은 어린 씨
꽃잎은 5장이며, 타원형이다. 옆으로 퍼져 수평을 이루다 오래되면 끝이 뒤로 젖혀진다. 수술은 9개(드물게 10개도 보인다)인데, 꽃잎 안쪽에 나온 3개의 넓은 꿀샘덩어리 조각 위에 각각 3개의 수술이 나와 있다.

꽃밥은 노랗고 꽃밥 뒤쪽에 연한 갈색의 작은 알갱이가 달려 있다. 씨방은 둥글고, 3개가 붙어 있어 3원을 이룬다. 각 씨방 위에 1개의 암술이 있으며 암술머리는 동글다. 이래서 꽃잎 잔 위에 올려 있는 왕관 같다. 꽃이 오후 늦게 피는 것이 특이하다.

열매는 양 끝이 좁은 둥근꼴 타원형으로 보이나 모서리가 둔한 세모뿔에 가깝다. 각 면에는 1개의 골이 가운데에 세로로 나 있다. 익으면 여기가 위에서부터 아래로 갈라지면서 펴진다.

펴지는 이유는 이음선이 갈라져 벌어지기 때문이다. 밑에는 꽃받침 5조각이 붙어 있다. 마치 대추고추와 꽃 고추 열매와 흡사하다.

색은 초기에는 녹색 바탕에 붉은 색을 띄며 익으면 붉은 색이나 적갈색이 된다. 크기는 길이 8~11㎜, 지름 2.5~3.5㎜다. 광택은 없으며 겉엔 아주 미세한 세로로 된 잔주름이 있다. 물에 뜬다.

   
   벌어지기 전 열매
   
  익어 벌어진 열매
열매대는 줄기의 잎겨드랑이에서 나온다. 열매대는 길이 5~10㎜로 짧고, 십자마주나기를 한다. 열매대로부터 길이 1~4㎜의 열매자루 1~3개가 나와 거기에 1개씩 열매가 달린다. 1개 줄기에는 수십 개에서 많은 것은 백여 개의 열매가 달린다. 열매 자루 아래는 작은 포가 있다.

열매는 익으면 위 끝이 3조각으로 갈라진다. 각 조각은 안쪽 이음선이 벌어져 옆으로 퍼져 씨를 내보낸다. 그러나 겉에서 보면 위 끝만 갈라진 원통처럼 보인다.

그 이유는 3조각으로 갈라진 부위가 완전히 떨어지지 않고 각 조각의 안쪽 벌어진 이음선과 이음선이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3조각으로 벌어진 각 조각의 끝은 뾰족하고 끝에는 암술대가 가는 가시 털처럼 붙어 있기도 한다.

1개 열매에는 수십 개의 씨가 들어 있다. 씨는 이음선 안쪽의 맥에 수평으로 붙는다. 열매껍질은 딱딱하고 두께는 0.1~0.2㎜정도다.

씨는 작은 소시지 모양을 닮았다. 색은 초기에는 흰색이며 익으면 갈색, 흑갈색이다. 크기는 길이 1.0~1.3㎜, 지름 0.5~0.7㎜다. 광택은 없으며 겉에는 도드라진 띠가 1개 세로로 있으며, 여러 개의 아주 미세한 돋음 점들로 이루어진 세로 줄이 있다. 물에 뜬다.

   
  덜 익은 흰 씨와 익은 갈색 씨
사람들은 밤에 은밀한 곳에서 사랑을 즐긴다. 대부분의 식물도 밤에 잠을 자다가 아침에 해가 뜨면 꽃을 핀다. 그런데 물고추나물은 어찌하여 해가 비치는 오전에 꽃이 피지 않고 오후에만 꽃을 피울까?

왜 여름날 오후 땡볕아래서 사랑을 나누는가? 그건 낮에 활동이 활발한 개미를 꽃가루받이에 이용하기 위해서다. 물고추나물의 꽃가루받이는 벌과 나비보다는 주로 개미가 도와준다.

오후 활짝 핀 꽃을 보라. 벌과 나비는 보이지 않고 개미가 떼거지로 몰려 있다. 개미들은 수술대 아래에 드러난 꿀샘덩어리(腺體)를 얻기 위해 찾아온다.

일반 꽃들은 꿀을 꽃잎 깊이 숨겨놓기 때문에 빨대 같은 주둥이를 가진 벌과 나비가 먹기에 좋고 개미에게는 불리하다.

그러나 물고추나물은 꿀을 뭉쳐서 드러나게 해놓았기 때문에 개미가 먹거나 모으기에 아주 안성맞춤인 반면에 벌과 나비에게는 불편하다.

물고추나물이 뙤약볕 아래서 사랑을 하는 것은 그것이 좋아서라기보다는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렇게 하는 수밖에 없어서다. 개미들이 떠나고 나면 꽃가루가 묻어 하얀 암술머리가 노랗게 물들어 있다. 아름다운 사랑, 사랑의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좀 조건이 안 좋고 힘들다고 결혼을 하지 않는 풍조가 커지고 있다. 물고추나물을 보면 그런 풍조는 옳은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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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열 박사 프로필]

농학박사, 대학강사(University Lecturer)
국립수목원 및 숲연구소 해설가(Interpreter Korea National Aboretum & Institute of Forest Study)
GLG자문관(Consultant Gerson Lehrman Group)
한국국제협력단 전문가(Expert KOICA)
시인 겸 데일리전북(http://www.dailyjeonbuk.com)씨알여행 연재작가(Poet & writer in Dailyjeonbuk)
손전화(e-mail) 010-3682-2593
볼로그(Blog) http://blog.daum.net/yukiyu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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