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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열의 씨알여행 152- 시무나무..물음표 품은 열매, 초승달 닮은 씨앗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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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열의 씨알여행 152- 시무나무..물음표 품은 열매, 초승달 닮은 씨앗

futureopener 2012. 7. 17.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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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시무나무의 인연은 그리 길지 않다. 시무나무를 처음 본 것은 2009년 1월 6일, 국립수목원 출근 첫날이었다. 정문에 작은 표찰과 함께 시무나무가 있었다. 그날 시무나무란 이름도 처음 들었고, 그런 나무가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하도 신기하여 만져보았다.

   
 
겨울이라 잎과 꽃이 없어 앙상하였다. 열매도 보이지 않았다. 혹시 땅에 떨어진 열매라도 있는지 살펴보았지만 찾지 못했다. 오히려 많은 궁금증만 남았다.

해설가로 일하면서 시무나무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보았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나무는 크고 꽃은 작아 가까이서 자세히 보기가 쉽지 않았다. 열매 또한 작고, 땅에 떨어진 것을 주워서 조사했더니 씨가 거의 들어 있지 않았다.

빈 껍질이거나 벌레가 먹어 온전한 씨를 보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틈나는 대로 비바람에 땅에 떨어진 가지와 꽃, 눈(雪) 위에 떨어진 작은 열매들을 주어서 관찰하고 조사하였다.

   
  암 수꽃
   
시무나무는 우리나라와 중국에 1속 1종 밖에 없는 희귀한 낙엽이 지는 키 큰 나무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옛날에 길 가에 2십리 마다 심어 이정표 역할을 했다. 그래서 2십리 목을 뜻하는 스무나무라고 부르던 것이 시무나무로 변했단다.

크고 긴 억센 가시가 많아 가시느릅나무라 부르기도 한다. 이런 뜻에서 중국에서는 자유(刺楡)로 부르기도 하며, 한편으로는 느릅나무 류 중에서 재질이 치밀하고 단단하여 수레바퀴의 축으로 많이 쓰여 축유(軸楡)라고 부르기도 한다.

   
5월 잎이 거의없어 죽은듯한 모습
   
  6월 잎이 무성한 모습
우리나라에서는 천연기념물 제476호로 지정된 경북 영양군 주사(做士)골의 시무나무 숲과 경복궁 향원정 앞의 시무나무가 잘 알려져 있다. 국립수목원에는 다른 곳과 달리 유난히 시무나무가 많으나 그 까닭은 알 수가 없다. 수생식물원이나 봉선사천 옆에 큰 시무나무가 많은 것을 보면 버드나무와 같이 물을 좋아하는 나무 같다.

봄에 시무나무는 잎이 없어 죽은 듯 보이기도 한다. 이것은 검은배네줄면충이 길 다란 혹 모양의 벌레집을 만들거나 다른 병해충이 잎에 피해를 입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4~5월 늦은 봄에 잎이 없이 앙상한 가지만 있는 시무나무를 보면 많은 사람들은 나무가 죽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시무나무는 이른 봄에 난 잎은 벌레에게 다 보시하고 죽은 듯 있다가 거무튀튀한 가지에서 5~6월에 2번째로 새로운 잎을 내고 보란 듯이 푸르고 싱싱하게 잘 자란다. 시무나무와 마찬가지로 층층나무도 같은 현상을 보이는 데 이런 현상이 크고 넓을수록 숲은 건강하다.

꽃은 4~5월에 잎겨드랑이에서 꽃자루가 나와 잎 뒤에 주로 핀다. 한 나무에 암술과 수술이 같이 있는 양성화, 암술만 있는 암꽃, 수술만 있는 수꽃이 같이 핀다. 꽃눈 하나에서 보통 3개의 꽃자루가 나와 3개의 꽃이 핀다. 꽃잎은 없고 꽃받침과 꽃잎이 합쳐진 화피가 4조각이 있고, 길이 1~2㎜의 화피는 연한 황록색이며 넓은 타원형으로 오목하다.

열매는 10~11월에 익으며 이듬해 봄까지 달려 있다가 떨어지기도 한다. 모양은 아래 쪽 가장자리가 직선에 가깝고 위쪽 가장자리가 활처럼 볼록한 납작한 타원형이나 반달형이며 위 끝이 2갈래로 갈라져 입 벌린 새 부리 같다.

   
  덜 익은 열매
   
  씨가 발아하여 자라는 어린 것
속명 hemiptelea는 반쪽을 뜻하는 ‘hem’과 날개를 뜻하는 ‘ptelea"의 합성어로 열매모양에서 비롯되었다. 열매에 날개가 한 쪽에만 붙어 있으며 이런 열매의 특성을 잘 나타내고 있다. 굽은 부위에 날개가 달려있는 게 보통이지만 가끔 직선에 가까운 아래쪽에 날개가 달리기도 한다.

씨가 들어 있는 부분은 도톰하다. 색은 초기에는 녹색이고 익으면 갈색이나 흑갈색이 된다. 크기는 길이 5.5~7.0㎜, 너비 4~5㎜, 두께 0.7~1.0㎜다. 광택은 없다. 겉은 덜 익은 녹색일 때는 매끄러운 편이나 익어 마르면 잔주름이 많다. 물에 뜨나 잘 익은 것은 가라앉기도 한다.

같은 느릅나무과에 속하지만 시무나무의 열매는 한 쪽에만 날개가 있고, 느릅나무는 전체 가장자리에 날개가 있으며, 느티나무는 날개가 없는 점이 흥미롭다.

열매는 가지의 잎겨드랑이에 달리며 모여 달려 잎이 떨어진 때에는 작은 새들이 잔가지에 앉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열매자루는 길이 5㎜이하로 짧다. 열매 아래에는 끝이 가시처럼 뾰족한 화피 4조각이 마른 채 붙어 있다.

앞뒤 면에 각 1개, 양 옆구리에 각 1개씩 있다. 열매는 익어도 껍질이 벌어지지 않고 날개가 있어 바람에 날아간다. 열매 껍질은 겉껍질과 속껍질로 되어 있다. 겉껍질은 0.01㎜이하로 얇고 잘 벗겨지지 않으며 긁으면 긁혀진다.

   
  초등달 모양의 씨
   
  익은 열매
속껍질은 단단하고 딱딱하며 두께는 0.1~0.2㎜다. 열매껍질을 긁어내면 연한 황백색의 물음표 ?나 못을 박거나 뺄 때 쓰는 연장인 장도리처럼 생긴 것이 보인다. 그 속에 1개의 씨가 들어있다. 덜 익은 녹색열매 껍질을 쪼개면 점액질 진한 즙이 나와 끈적거리고 늘리면 거미줄처럼 늘어나기도 한다.

씨가 들어 있는 열매는 많지 않다. 많은 열매는 씨가 없거나 벌레가 먹어 빈 껍질만 남아 있다. 외관상 멀쩡한 열매도 껍질을 까보면 빈 공간만 있고 씨는 없기 일쑤다. 조사한 결과는 결실 율이 1%정도로 낮다.

그러나 시무나무 주변에는 씨가 싹이나 자라는 어린 시무나무가 많다. 이것은 시무나무 한 나무가 맺는 열매가 수천 개가 넘고 수만 개에 이를 정도로 많기 때문이다. 겨울철 하얀 눈 위에 시무나무 열매가 떨어진 모습은 마치 곡식을 뿌려놓은 듯 널려있다.

씨는 초승달 모양이며 위 끝이 아래 끝보다 더 뾰족하다. 이것은 대칭인 2조각으로 나누어진다. 2조각 사이에 배(Embryo)가 있을 줄 알고 찾았으나 작아서 그런지 보지는 못했다.

색은 초기에는 흰색이며 익으면 연한 갈색이다. 크기는 길이 2.0~3.5㎜, 너비 1.2~1.3㎜, 두께 0.7~0.9㎜정도다. 광택은 없으며 겉은 매끄러운 편이다. 물에 가라앉는다.

씨 알갱이는 희고 윤택이 있다. 씨껍질은 0.01㎜이하로 얇고 부드럽다.

먹고 살기 힘든 옛 시절에는 느릅나무와 같이 시무나무의 어린 새 잎도 밀가루, 콩가루, 옥수수 가루 등과 섞어 쪄서 반찬이나 떡을 만들어 먹었다. 아주 궁할 때는 어린 열매와 나무껍질도 잎처럼 떡을 만들어 먹기도 했단다. 가난을 구제하는 구황식물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반달모양에 가까운 열매와 달리 씨는 가느단 초승달 모양이다. 열매가 익어갈 수록 씨는 초승달에 가까운 모양이 된다. 초기에는 거의 직선에 가까운 모양이다. 열매 속의 의문부호나 장도리 모양의 딱딱한 물체는 무엇일까?

그것은 열매의 속껍질로서 씨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씨의 집 구실을 한다. 시무나무를 이 정도 아는데 3년이 더 걸린 셈이니 무엇을 안다는 것은 어려운 일인가 보다.

시무나무와 관련하여 방랑시인 김삿갓의 시 한편을 소개한다.

二十樹下 三十客, 四十家中 五十飯
人間豈有 七十事, 不如歸家 三十食
시무아래서 서러운 나그네가 망할 놈의 집에서 쉰밥을 먹다니
인간 삶에 어찌 이런 일이 있으랴 집에 돌아가 서러운 밥을 먹느니만 못하노라!!

 

 익은 열매                                                                           열매 속의 물음표

 

 

[유기열 박사 프로필]
농학박사, 대학강사 국립수목원 및 숲연구소 해설가 GLG자문관 한국국제협력단 전문가 시인 겸 데일리전북(http://www.dailyjeonbuk.com)씨알여행 연재작가 손전화 010-3682-2593 블로그 http://blog.daum.net/yukiyu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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