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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알여행 151-동자꽃..스님 기다리다 얼어죽은 동자승 환생꽃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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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알여행 151-동자꽃..스님 기다리다 얼어죽은 동자승 환생꽃

futureopener 2012. 7. 3.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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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숲 속을 걷다보면 키 40~100㎝에 지름 4~5㎝정도인 동그란 주홍색 꽃이 피어 있는 풀꽃을 만나게 된다. 이 꽃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대체로 아래를 향해 핀다. 십중팔구 동자(童子)꽃이다.

동자꽃은 슬픈 전설에서 이름이 지어졌다. 옛날 깊은 산속에 있는 암자에서 스님과 동자승이 살았다. 동자승은 부모를 잃고 떠도는 것을 스님이 불쌍히 여겨 데려온 소년이었다. 암자에 온지 얼마 안 되어 겨울 양식을 마련하기 위하여 스님은 동자승을 암자에 혼자 두고 마을로 내려갔다.

그런데 갑자기 큰 눈이 왔다. 교통과 통신수단이 발달하지 않아 스님은 연락도 못하고 암자에 가지도 못하였다. 한편 동자승은 너무 어려 스님이 오지 못한다는 것을 모르고 스님이 올 것을 믿고 암자 앞에 앉아 며칠을 추위와 배고픔을 참아가며 스님 오는 길을 바라보며 기다렸다.

  꽃
얼마 후 눈이 녹아 스님이 서둘러 암자를 찾아갔지만, 그땐 이미 동자승은 얼어 죽은 시채로 남아 있었다. 비통하고 슬픈 일이었다. 스님은 동자승의 시신을 양지바른 곳에 정성을 다하여 잘 묻어주었다.

여름이 되자 동자승 무덤에서 동자승을 닮은 꽃이 암자로 올라오는 길을 향해 피기 시작했다. 그래서 스님과 사람들은 죽은 동자승이 꽃으로 환생했다고 해서 이 꽃을 동자꽃이라 했다. 꽃말도 기다림이다.

  곷봉오리
꽃잎은 5장이고, 꽃잎은 끝의 가운데가 갈라져 약간 들어가 영락없는 하트모양을 한다. 꽃잎 양옆 가장자리의 가운데 아래 부근은 조금 패여 작은 피침 형 톱니가 1개 있다.

꽃잎 안 아래엔 길이 4~6㎜의 작은 타원형 꽃잎이 2장씩 총 10개가 빙 돌아가며 나 있다. 꽃의 가운데는 구멍이 뚫려 있다. 이것은 통(대롱)꽃의 끝이다. 초기 꽃잎이 붉을 때 구멍 색은 연두색이나 연녹색으로 보여 주홍색 꽃잎과 작은 꽃잎이 어울려 아름다움을 더한다.

납작한 꽃잎 아래에 긴 대롱 꽃(통꽃)이 붙어 있다. 통꽃 부위는 겉에 흰색의 잔털이 있는 녹색 꽃받침이 싸고 있다. 꽃받침은 통을 이루나 끝은 5조각으로 갈라져 있으며 겉에는 잔 흰털이 드물게 있다. 꽃이 피기 전에는 거의 꽃 모두가 꽃받침 속에 있고 꽃잎 말린 부분 일부만 나와 있다. 꽃받침을 벗겨내면 꽃이 나온다.

꽃받침을 벗겨낸 꽃 전체의 겉모습은 아래서 약 3/4인 대롱부분은 연한 녹색이고 나머지 윗분은 주홍색의 긴 붓 모양이다. 대롱부분은 꽃받침보다 색이 연하여 연녹색이나 연 노란색이다.

  어린 열매 횡단면
                                             
대롱 위의 꽃잎 부분은 꽃잎 5장이 시계방향으로 겹쳐 말려 긴 빨간 붓처럼 생겼으며, 이것의 한 곳에 세로로 길게 틈이 나있다. 꽃봉오리와 개화초기에는 씨방, 암술과 수술이 대롱 속에 들어 있어 밖에서는 꽃술을 보기가 어렵다.

수술은 씨방 아래 긴 대롱 끝에서 나오며, 10개인 데 초기에는 긴 수술 5개가 먼저 구멍 위로 올라와 꽃잎 사이를 향해 굽어 있다. 꽃밥은 초기에는 적자색이나 자주색이며 꽃가루를 날리면 회백색으로 되었다가 떨어지면 흰 색의 수술대가 실 바늘처럼 남아 있다. 긴 수술의 꽃밥이 질 무렵 작은 수술이 구멍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나와 꽃이 사랑을 계속하게 한다.

씨방은 둥근꼴 긴 타원형이며 아래는 가는 대롱으로 되어 열매자루와 연결되어 있다. 씨방 위에 5개의 암술이 길게 나 있으나 구멍 안에 있어 꽃 초기에는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암술은 초기에는 수술 가운데에 싸여 있다가 수술이 통 밖으로 나가 꽃밥이 지고 나면 꽃잎 위로 올라온다. 암술대는 수술대보다 짧으나 굵기는 비슷하다.

수술 꽃밥이 떨어지고 꽃잎이 일부 질 무렵에 암술대가 꽃잎 밖으로 올라오면 희고 반투명한 암술대와 수술대가 남아 있는 주홍색 꽃잎과 어울려 색다른 꽃의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익어 벌어진 열매
  벌어지기 전 익은 열매
열매는 익어 벌어지기 전에는 아래는 긴 대롱으로 되어 있고 그 대롱위에 주둥이가 뾰족한 둥근꼴 긴 타원형의 항아리 형 꽃병을 올려놓은 모습이다.

그러나 꽃받침이 이런 열매를 싸고 있거나 열매 겉에 꽃받침이 붙어 있어 얼핏 보면 아래가 좁은 기다란 둥근꼴 타원형으로 보여 긴 주키니 애호박이나 자루가 긴 곤봉과 비슷하다. 익은 열매는 위 끝이 5조각으로 갈라지고 벌어지며 각 조각의 끝은 뒤로 동그랗게 말려 끝에 반 고리가 달린 별모양이 된다.

색은 초기에는 녹색이고 익으면 연한 갈색이다. 크기는 길이 2.0~3.5㎝(대롱의 길이는 열매 길이 전체에서 약 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어 씨가 들어 있는 부분은 1.0~1.3㎝다), 지름 6~13㎜이다. 광택은 없으며 꽃받침에 싸인 것은 거칠지만 꽃받침을 벗겨내면 겉은 매끄럽다. 물에 뜬다.

열매는 잎겨드랑이와 줄기 끝에서 열매대가 나온다. 이 열매 대의 가운데 2장의 소엽사이에서 1개 열매자루가 나와 1개의 열매가 달리고 양 옆으로 2개의 열매대가 나온다. 이 열매대 역시 가운데서 1개 열매자루가 나와 열매를 맺고 양 옆으로 2개의 열매대가 나온다.

 익은 씨와 덜 익은 씨가 들어있는 열매
  익은 씨
보통의 경우 이 열매대는 더 이상 열매 대를 내지 않고 바로 열매자루를 내어 열매를 맺는다. 열매자루는 길이 4~13㎜, 지름 0.5~0.9㎜다. 때문에 열매달린 모습이 가운데 창살이 짧은 3지창 모습을 한다. 따라서 취산(聚繖)열매차례로 볼 수 있다.

열매는 익으면 위가 5조각으로 갈라지고 벌어져 씨를 밖으로 내보낸다. 껍질은 플라스틱처럼 딱딱하고 누르면 끊어지거나 쪼개진다. 두께는 0.2~0.4㎜다. 열매 안 중앙에는 기둥 모양의 돌기가 있다.

돌기 겉에는 5개의 돋음 줄이 세로로 있고 잔 돌기가 많아 알맹이 빠진 옥수수 같다. 돌기 색은 초기에는 희고, 익으면 연 노란색으로 되고 마르면 갈색에 가깝다. 돌기 크기는 길이 5~8㎜, 지름3~5㎜다. 돌기 겉에 있는 잔 돌기가 씨의 안쪽에 있는 홈에 끼어 씨를 붙들어둔다. 1개 열매에는 수십 개의 씨가 들어 있다.

 

씨는 굼벵이가 웅크린 듯해

씨는 굼벵이가 동그랗게 웅크린 모습이다. 안쪽 가운데가 약간 들어간 원반형 같기도 하다. 색은 초기엔 아주 희고 익을수록 연두 빛, 연 붉은 색을 거쳐 익으면 회갈색, 회흑색이 된다. 크기는 지름 1.3~2.0㎜, 두께 0.8~1.2㎜다. 광택은 없고 겉에 작은 돌기가 많이 있어 고리모양을 하고 있다. 잘 익은 씨는 물에 가라앉는다.

씨 알갱이는 희다. 씨껍질은 0.2㎜정도로 얇다.

슬픈 전설과는 달리 동자꽃은 슬픈 구석 없이 아름답다. 오히려 하트모양의 5장 꽃잎은 볼수록 정겹고 사람을 매료시킨다.

그 까닭은 자기 죽음을 스님 탓으로 돌리지 않고 자기 탓으로 받아들인 동자승의 스님에 대한 사랑과, 동자승의 죽음을 자기 탓으로 여기고 동자승에게 용서를 빌며 깨달음에 정진한 스님의 동자승에 대한 참회와 사랑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정면에서 본 꽃

 

[유기열 박사 프로필]

농학박사, 대학강사 국립수목원 및 숲연구소 해설가 GLG자문관 한국국제협력단 전문가 시인 겸 데일리전북(http://www.dailyjeonbuk.com)씨알여행 연재작가 손전화 010-3682-2593 블로그 http://blog.daum.net/yukiyu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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