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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알여행150]가침박달..석탄일 전후 개화, 법신화현 깨침나무로도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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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알여행150]가침박달..석탄일 전후 개화, 법신화현 깨침나무로도

futureopener 2012. 6. 19.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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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꽃봉오리

 

깨침 꽃, 열매 안팎이 시차를 두고 벌어져 씨를 날려 보내
임실군 관촌면 덕천리 군락지 천연기념물 제387호로 지정

가침박달의 ‘가침’은 바느질 할 때 실로 감아 꿰맨다는 ‘감치다’에서 비롯되었다. 열매를 보면 길고 도톰한 반달형인 5조각의 옆을 꿰매어 붙여 놓은 듯하고 위 끝 역시 홀치기를 하여 놓은 듯하다. ‘박달’은 이 나무가 박달나무처럼 단단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학명의 속명인 Exochorda는 그리스어 바깥인 Exo와 끈인 Chordie의 합성어로 태좌자리 주위에 실이 박혀 있음과 상관이 있다. 그러나 분류학상으로 보면 가침박달은 장미과에 속하며 박달나무는 자작나무과에 속하여 아예 족보가 다르다.

우리나라 불가에서는 가침박달 꽃을 깨침 꽃이라고 한다. 부처님이 탄생하신 날을 전후하여 꽃이 피고 꽃이 법신이 화현(化現, 權化)하는 것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꽃
충북 청주에 위치하는 화장사 주지 무진스님은 ‘가침박달 꽃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마치 관세음보살님처럼, 지장보살님처럼, 부처님이 화현하신 것처럼 보여서 보는 이로 하여금 법희선열의 경지를 맛보는 느낌을 받는다.’다고 했다.

정부는 노거수와 특산식물 보호차원에서 자생군락지와 노거수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그에 따라 가침박달의 희귀성과 가치측면에서 보존의 필요성이 인정되어 1997년 12월 30일에 전북 임실군 관촌면 덕천리의 약 7,000㎡의 군락지가 천연기념물 제387호로 지정되었다.

  가까이서 본 꽃
  어린열매 횡단면
그 후 충북 청주의 화장사 주변에 약 33,000㎡의 군락지 발견을 계기로 화장사는 2003년부터 매년 5월1일 “가침박달꽃 축제”를 열고 있다. 또한 2005년에 시민들이 “가침보존회”를 발족하여 가침박달나무의 보존과 홍보에 힘을 기울여오고 있다.

이들 관련단체는 화장사 주변의 가침박달 군락지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고 가침박달 꽃이 청주 시꽃(市花)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2012년 5월 현재는 화장사 주변의 가침박달 군락지는 충북고시에 의해 1979년 11월에 천연유전자원보호림 제32호로 지정되어 있을 뿐이다.

꽃은 희다. 꽃잎은 5장이다. 꽃받침(잎)은 5장이고 꽃이 지면 떨어진다. 그러나 꽃받침으로 보이는 뒤집어 놓은 삿갓모양의 조각과 그 끝에 붙은 미세한 조각이 꽃잎이 지고 난 후에도 코딱지처럼 열매 아래에 붙어 있다.

수술은 수십 개로 많고 암술대는 5개며 수술보다 짧다. 흰 꽃잎, 5개의 꽃받침(잎), 그 아래 아주 작은 삿갓모양의 연녹색 꽃받침, 노란색 꽃밥, 수술 속에 묻힌 녹색 씨방과 노란빛이 도는 암술이 어우러진 꽃이 긴 꽃대에 길게 무리지어 피면 아름답다.

  덜익은 열매
  꽃봉오리                       
열매는 세로로 5개의 능각과 5개의 골이 있는 거꾸로 된 원뿔형이며 벌어지기 전까지는 암술대가 위 끝 가운데에 붙어 있다. 어찌 보면 5개의 날개가 날린 위가 넓은 바람개비 같고, 또 어찌 보면 5개의 톱니바퀴가 달린 바퀴 같다.

그래서 손가락 사이에 놓고 톡 튕기면 멀리 튕겨나간다. 색은 초기에는 녹색이고 익으면 갈색이나 흑갈색이 된다. 크기는 길이(높이) 9~12㎜, 지름 10~14㎜이다. 광택은 없고 겉에는 검은 색 점이 많다. 익어 마른 열매는 물에 뜨나 덜 익은 것이나 싱싱한 것은 가라앉는다.

열매는 이삭줄기에 수개에서 수십 개가 총상으로 달린다. 열매자루는 1~6㎜로 짧다. 덜 익은 열매와 싱싱한 열매는 돌처럼 단단하여 잘 안 깨진다. 그러나 익으면 저절로 1차로 골이 있는 5개 부분이 벌어져 5조각으로 갈라진다.

다음에 위 끝의 홀치기 한 부위가 갈라진다. 이와 동시에 또는 조금 늦게 갈라진 각 조각이 과축(열매축)에서 떨어지면 과축에 끼어 있거나 맞닿아 있던 안 쪽 이음선이 갈라진다.

그러니까 열매는 시차를 두고 껍질 바깥이 먼저 갈라지고 그 뒤에 각 조각의 안쪽이 갈라진다. 씨는 안쪽 이음선이 갈라지면 밖으로 나와 날아간다. 열매축은 막대 모양으로 열매의 1/2~2/3지점까지 솟아 있어 5개의 열매 조각을 지탱해준다.

  익어 벌어진 열매
  씨
열매 조각은 길이 9~12㎜, 너비 5~7㎜, 두께 2~3㎜다. 5개 조각 안쪽 이음선이 모두 벌어진 열매는 마치 꽃송이 같다. 1개 조각에는 2개의 씨가 서로 마주보고 들어 있으나 결실이 잘 안 된 것은 1개의 정상 씨가 있고 1개는 퇴화되어 쭉정이로 있거나 흔적만 있다. 열매껍질은 딱딱하고 두께는 0.6~0.9㎜며, 겉과 달리 안 쪽은 매끄럽고 노란빛이 도는 흰색이나 연한 갈색이다.

녹색 어린 열매의 횡단면은 5개의 선으로 된 방사선 모양이며, 손가락으로 눌러보니 선으로 보이는 부위에서 흰색의 씨가 잘라져서 빠져나왔다. 이것은 씨가 열매 안에 수직으로 선 상태로 들어있음을 보여준다.

씨는 길이가 너비보다 조금 길고, 위쪽이 약간 넓은 납작한 반달형이며 가장자리에 너비 1㎜정도의 날개가 달려 있다. 안쪽 면은 편평하거나 가운데가 약간 오목하며 바깥 면은 약간 볼록하다.

색은 초기에는 희고 익으면 누런 갈색이나 흑갈색이 된다. 크기는 길이 7~10.5㎜, 너비2.5~5.5㎜, 두께 0.5~0.8㎜다. 광택은 없고 겉에는 잔주름이 많다. 물에 뜬다. 맛은 약간 쓰고 비린내가 난다. 씨 알갱이는 희고 껍질은 0.1㎜정도로 얇다.

  익은 열매
가침박달은 (회령)푸른부전나비의 먹이나무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런 나비를 보고 싶으면 가침박달을 관찰하면 쉽게 볼 수 있다.

가을에 가침박달 열매를 보면 누가 더 멀리 보내는지 내기놀이를 하면 재미있다. 열매를 옆으로 눕혀서 손가락 사이에 끼고 세게 누르면 아주 멀리 튕겨 날아간다. 떨어진 곳에 가서 열매를 찾는 재미 또한 솔솔 하다.

청주시 인근의 화장사 주변의 가침박달 자생군락지가 하루 속히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는 등 가침박달이 더욱 번성하여 중생의 어리석음을 깨우치는 깨침 꽃으로 큰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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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열 박사 프로필]

농학박사, 대학강사 국립수목원 및 숲연구소 해설가 GLG자문관 한국국제협력단 전문가 시인 겸 데일리전북(http://www.dailyjeonbuk.com)씨알여행 연재작가 손전화 010-3682-2593 블로그 http://blog.daum.net/yukiyu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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