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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열의 씨알여행 177] 회화나무...스스로 운다는 꽃을 보았는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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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열의 씨알여행 177] 회화나무...스스로 운다는 꽃을 보았는가?

futureopener 2017. 5. 8.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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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어 오래된 열매


 

회화나무 꽃

 

  

-열매즙은 천연 풀, 접착성 진짜 놀라워

혼자서 스스로 운다는 꽃(自鳴花)이 있단다. 그런 꽃이 회화나무 한 그루에 딱 한 송이씩만 있단다. 정말 보고 싶다. 꽃이 우는 소리는 어떨까? 정말 듣고 싶다. 아직까진 찾지 못했지만 먼 훗날이라도 기어이 꼭 한 번 찾아서 보고 들어볼까 한다. 더 바라는 건 누구라도 빨리 찾아 같이 보고 듣는 거다.


  
   

열매는 길게 늘어진 염주(念珠)처럼 생겼다. 그래서 가을철 열매가 달린 회화나무를 보면 수십~수백 개의 녹색 염주가 치렁치렁 늘어져 흔들거리는 듯하다. 익은 열매 살은 아교처럼 아주 끈적인다. 이것은 바로 풀로 써도 전혀 손색이 없는 그야말로 천연 풀이다. 이걸로 편지봉투를 부쳤더니 아주 잘 붙었다. 붙으면 여간해서 안 떨어진다.

회화나무를 한자로 懷花木으로 많이 쓰고 있는데 이는 재논의가 필요하다. 회화나무는 중국이름인 한자의 槐木, 槐花木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槐의 중국어 발음은 huai로 우리가 회 또는 홰로 읽어 회화나무가 되었다. 이런 탓으로 회화나무를 회나무, 홰나무로 부르기도 한다. 한편 槐를 우리말로 괴라고 읽어 회화나무를 괴목, 괴화목, 괴수(槐樹)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우리 선조들은 회화나무를 으뜸 길상목(吉祥木)이자 신목(神木)으로 여겼다. 이 나무를 심으면 가문이 번창하고 큰 인물이 나며 잡신(雜神)이 가까이 하지 못하는 대신에 길운(吉運)이 들어온다고 생각해서다. 그래서 궁궐, 사찰(寺刹), 서원(書院), 사당(祠堂) 등에 많이 심어 이런 곳에 회화나무의 노거수(老巨樹)가 많다.


또한 선비나 학자 등 양반집 고택에도 회화나무가 많다. 이 역시 나라에 공이 많은 학자나 선비에게 임금이 상(賞)으로 회화나무를 하사했고, 과거에 급제하거나 관리가 큰 이름을 얻고 관직에서 물러날 때 회화나무를 기념으로 심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회화나무를 귀하게 여긴 것은 중국의 영향이 크다. 주(周)나라 때에 회화나무 3그루를 조정에 심고 우리나라의 3정승에 해당하는 3공<三公 ; 태사(太師), 태전(太傳), 태보(太保)>이 마주보고 앉아 정사를 보도록 했다. 이것을 본 받아 우리나라에서도 궁궐에 회화나무를 심고 그 아래서 나랏일을 보도록 했다. 현재 창덕궁(昌德宮)의 정문인 돈화문(敦化門)에 들어가면 왼쪽에 회화나무 3그루가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회화나무를 학자수(學者樹), 출세수(出世樹), 행복수(幸福樹)라고 부른다. 학명은 Sophora japonica L.이다. 영명 Scholar tree는 서양인이 학자수를 영어로 옮겼을 따름이다.

꽃봉오리는 쌀알처럼 생겼다 하여 괴미(槐米)라고 한다. 꽃(槐花)은 아카시 꽃을 닮았다. 꽃잎은 5장이며 희다. 기꽃잎은 1개로 크고 넓으며 끝은 뒤로 젖혀져 있고 중심에 노란색 무늬가 있다. 날개꽃잎과 아래 꽃잎은 선형(線形)의 긴 타원형이며, 각 2장씩이다.

암술은 1개이며 길이 19~23㎜다. 수술 가운데 있으며 통통하며 끝이 약간 굽기도 한다. 색은 연녹색이나 연 노란색이다. 수술은 10개이며 길이 14~17㎜로 암술보다 짧으며 긴 것과 짧은 것이 섞여 있다. 수술대는 희고 터지지 않은 꽃밥(葯, Anther-sac)은 노란빛을 띤다.

꽃받침은 녹색의 종모양이며 위 끝이 4~5조각으로 얕게 갈라져 있다.


  
   

열매는 씨가 들어 있는 곳은 볼록볼록하고 들어있지 않는 곳은 잘록한 기다란 줄 모양이다. 마치 염주알을 성기게 꿰어 만든 염주(念珠) 같다. 위 끝은 가늘고 뾰족하다. 옆구리 한 쪽에는 흰빛이 도는 연황색의 넓은 띠가 있고 다른 쪽에는 가는 맥(脈) 또는 이음선으로 보이는 것이 있다.

색은 초기에는 녹색이며 연한 황록색을 거쳐 밝은 황색이 되나 껍질이 반투명하여 안의 씨가 내비쳐 암녹색으로 보이기도 한다. 크기는 길이 2~12cm, 지름 5~10㎜다. 광택은 없고 겉은 싱싱할 때는 매끄러운 편이나 마르면 쭈글쭈글하다. 물에 가라앉으나 바싹 마른 것은 뜨기도 한다.

입안에 넣고 씹으면 쓴 맛이 난다.

이삭줄기는 가지 끝에서 나오고, 이삭줄기에는 수개에서 수십 개의 2차 이삭줄기가 나오고 여기에서 여러 개의 열매자루가 나온다. 열매자루는 1cm 이하로 짧으며 1개의 열매가 달린다. 초기의 녹색열매 자루의 열매가 달린 부위에는 수술이 말라 실처럼 붙어 있다. 늦게 핀 꽃은 열매가 익은 12월까지 마른 수술이 붙어 있기도 하다. 수술이 붙은 부위의 열매자루는 암갈색 밴드를 돌려 맨 것처럼 매듭이 져 있다.

익기 전 열매는 누르면 껍질이 터져 즙액이 흥건하게 나오고, 즙액은 끈적거린다. 익어 쭈글쭈글해진 열매는 눌러도 껍질이 잘 터지지 않고, 찢어야 찢어진다.



열매즙은 아교나 본드처럼 아주 끈적거리고, 씨와 열매껍질에 딱 달라붙어 분리가 잘 안 된다. 물에 오래 담가 놓으면 껍질 색이 옆구리 맥처럼 거의 흰색으로 변한다. 이런 상태의 열매를 꺼내서 누르면 껍질이 쉬 터지고 즙액이 나온다. 즙액은 콧물처럼 생겼으며 만지면 끈적인다. 양손의 손가락에 묻혀 잡아당기면 고무질 실처럼 늘어난다. 그러나 물속에서 만지면 끈적이는 정도가 떨어지며 씨와 열매껍질로부터 분리가 잘 된다.


  
   

열매에는 1개에서 10개가 넘는 씨가 들어 있다. 열매는 익어도 껍질이 벌어지거나 끊어지지 않고, 녹거나 터지거나 찢어지거나 해서 씨가 밖으로 나온다.

씨는 도톰하고 땅딸 막은 조선무 같다. 아래가 원만하고 중간 부위가 굵은 긴 도톰한 달걀 같기도 하다. 둥글납작한 타원형 같기도 하다. 더러는 구형(球形)에 가까운 것도 있다.

색은 초기에는 희고 익으면 흑갈색, 적갈색, 검은색이다. 크기는 길이 6~10㎜, 너비 4~7㎜, 두께 3~5㎜다. 광택은 약간 있으며 겉은 매끄러운 편이나 약간 울퉁불퉁하다. 물에 가라앉는다.

씨의 옆구리 한 쪽은 둔한 각이 져 있고, 다른 쪽은 타원형의 움푹 파인 구멍이 1개 있으며 그 위쪽은 좁은 띠가 얇게 도드라졌다. 씨의 움푹 파인 구멍은 열매의 넓은 띠 쪽에 붙은 부위다.

씨알갱이는 연노란 녹색이며, 그 안에 1개의 노란색에 가까운 배(胚)가 있다. 이것은 씨의 움푹 파인 구멍이 있는 쪽에 들어 있다. 씨껍질은 딱딱하고 두께는 0.5㎜정도다.

풀이 없던 시절에는 쌀 밥알을 으깨어 문질러 편지봉투나 종이를 붙였다. 회화나무 열매즙액(果肉)은 쌀밥보다 접착성이 더 좋다.

회화나무 열매와 꽃으로 천연염색을 하면 노랗게 물든다. 이런 종이를 괴황지(槐黃紙)라 하여 부적에 많이 사용한다. 회화나무는 잡신을 쫒아내는 신성이 있어 괴황지로 만든 부적의 신통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화학제품이 난무하고 타이핑이 일상화 된 요즘 같은 때, 괴황지를 만들어 거기에 직접 손으로 정성들여 쓴 편지 한통쯤 회화나무 열매즙으로 붙여 연인이나 소중한 분에게 보내보면 어떨까? 서로에게 감동과 함께 행운이 찾아올 것이다.

필자 주: 돈화문 안에는 회화나무가 왼 쪽의 3그루 외에 오른 쪽에도 몇 그루 있고 옆의 출구 옆에도 노거목이 있어 이들 회화나무 군(群)을 천연기념물 472호로 지정관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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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학박사 유 기 열(Dr Ki Yull Yu, 劉 璣 烈)

GLG자문관(Consultant of Gerson Lehrman Group)

시인(Poet)

전 르완다대학교 농대 교수 '유기열의 르완다' 연재

e-mail : yukiyull@hanmail.net

Blog : http://blog.daum.net/yukiyu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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