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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열의 씨알여행 178] 종덩굴..열매, 잔털이 달린 긴 꼬리 올챙이 같아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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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열의 씨알여행 178] 종덩굴..열매, 잔털이 달린 긴 꼬리 올챙이 같아

futureopener 2017. 5. 22.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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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이 끝난 뒤 화피가 떨어진 모습



여름 날 아침 숲에서 보았네.

덤불을 헤집고 올라와 마주보고 핀 종처럼 생긴 꽃

무엇이 그리 수줍은지 언제나 고개 숙이고 있었네.

얼굴 한번 보려다 며칠이 걸리기도 했다네.

 

가을 날 오후 숲에서 만났네.

낙엽 몇 잎 달린 가는 줄기에 노부부인 냥 수수한 열매

무엇이 그리 좋은지 언제나 마주보며 환하였네.

눈보라가 앗아갈 때까지 찡그린 얼굴 한번 못 보았다네.

 

숲 밖 세상에서는 죄 없는 종을 때려 울려서

벌레들의 관심을 끌어 유혹할지 모르지만,

바라보면 종소리 들리는 듯 귀 기울여지는 꽃 옆에서는

바람만 그 옆을 간간히 스쳐 지나가면 된다네.


  
   

<마주하면 종이 울리는 듯 귀 기울여지는 꽃>이란 제목으로 쓴 자작시다. 가까이 있기만 하면 종소리가 들릴 것 같다.

그래도 종덩굴 꽃을 보면 괜히 건드리고 싶다. 살짝 건드리면 종이 울릴 것 같아서다. 만나면 저절로 흔들어 보고 싶고 한번 치고 싶다.

그런다고 꽃에서 종소리가 울려 퍼질리 없을 테지만 그걸 알면서도 그러고 싶은 게 사람들 마음인가 보다. 산행을 하다 이 꽃을 보면 너나 할 것 없이 예쁘다 하면서 한 번씩은 두드리거나 흔들어 보려고 하더라.

국가표준식물목록에 따르면 종덩굴에는 종덩굴(수염덩굴), 검은종덩굴(검종덩굴, 무궁화종덩굴), 구례종덩굴, 세잎종덩굴(종덩굴, 양행종덩굴), 요강나물(선종덩굴), 자주종덩굴(자지종덩굴, 가는잎종덩굴, 겹잎종덩굴), 좀종덩굴이 있다.

종덩굴 종류가 이렇게 많다보니 특징이 뚜렷하게 차이 나는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어 종(種)간 구분이 쉽지 않기도 하다.

이처럼 쉽게 구분이 어려워, 분류동정하고 식별하는데 골머리를 쓰다보면 그만 꽃의 아름다움을 보는 즐거움도 반감된다. 그러나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산행을 하다가 꽃이 종처럼 생기고, 줄기가 덩굴이 진 식물을 보면 종덩굴이라 생각하면 된다. 그런 다음에 더 관심이 있으면 꽃은 비슷한데 줄기가 덩굴이 아니고 서 있는 것을 보면 요강나물(선종덩굴-서 있는 종덩굴)을 만났다고 하면 그만이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잎이 3갈래로 갈라지고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으면 세잎종덩굴(종소명이 koreana로 한국특산종이다.)을 발견했다고 신기해하면 된다. 더 운이 좋아 꽃 색이 검은 것을 만나면 검은종덩굴까지 보는 행운을 누렸다고 즐거워하면 된다.

물론 잎의 홑.겹입 여부, 잎이나 줄기 등에 털의 유무, 꽃자루가 나오는 위치, 열매와 씨의 특성 등을 살펴서 더 정확하게 분류동정을 하면 좋지만 그렇지 못한다고 주눅들 필요는 없다. 이름을 몰라도 꽃을 감상하고 즐기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아무리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이라도 이름을 알기 위하여 그것을 뜯어 자르고 분해하다 보면 꽃이 주는 감동도 사라지고 속된 말로 맛이 간다.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

꽃을 감상하는 데 꼭 이름을 정확히 알아야할 필요는 없다. 이름을 몰라도 좋다. 그저 보고 느끼면서 좋으면 그만이고 감동을 받으면 더 좋다. 그저 보이고 느껴지는 아름다움, 마음을 훔치는 향기에 취하면 된다.

종덩굴 학명은 Clematis fusca var. vioacea이다. 영명은 Clematis Viorna이다. 덩굴성 식물이라 풀로 보이지만 목본식물이다.

종덩굴 꽃은 몸통이 볼록한 긴 원통이다. 주둥이(화관)는 네 갈래로 갈라져 끝이 뒤로 젖혀지고 거의가 아래를 보고 핀다.

꽃받침과 꽃잎은 합하여 화피가 되어 두꺼운 스티로폼(Styrofoam)같고, 암자색이나 어두운 보라색의 겉과 황백색의 속, 2겹으로 되었지만 분리는 잘 안 된다. 암술과 수술은 여러 개이며 수술 안에 암술이 있다.

꽃이 수정을 하면 화피가 떨어진다. 그때 모습은 주둥이가 햇살처럼 생긴 호리병 같다.

열매는 수과(瘦果)로 긴 마름모 알갱이 위에 암술대가 달려 있다. 그래서 털이 붙은 꼬리가 긴 올챙이 같다.

암술대에 잔털은 수평이 아니고 암술대 전체를 빙 둘러서 많이 붙어 있다. 물속에 넣으면 털이 달린 긴 꼬리의 날씬한 올챙이가 돌아다니는 듯하다.

열매의 알갱이 부분은 초기에는 녹색이며 익으면 누런 갈색, 흑갈색 또는 검은색이다. 그러나 알갱이에 붙은 관모(冠毛)는 누런 갈색에 가깝다.

크기는 관모를 포함하여 길이 2.5~3.5cm다. 관모를 떼어낸 알갱이는 길이 5.5~7.5㎜, 너비 4.0~5.0㎜, 두께 1.0~1.5㎜다. 광택은 없다.

  
 

열매 송이

 

 

가을철 종덩굴 줄기에 둥그런 솜뭉치처럼 달려 있는 것은 열매가 수십 개 모여달린 열매송이다. 열매송이 자루는 잎겨드랑이에서 마주 난다.

이것의 아래 부위에 2개의 포엽(꽃 싸개 잎)이 난다. 열매송이자루는 길이 5cm 미만으로 큰꽃으아리의 5~17cm에 비하여 짧다. 1개 열매송이에는 10~20개의 열매가 달린다.

열매는 열매턱(과탁, 果托)에 수직으로 박히듯 달리는데 열매 아래에 아주 가는 철사 같은 줄이 나와 열매턱에서 나온 같은 모양의 철사 같은 줄과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열매턱으로부터 열매가 떨어진 듯 보이는데 땅으로 떨어지지 않고 열매송이에 달려서 열매가 흔들리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열매와 열매턱을 연결하고 있는 가는 줄이 끊어져야 열매는 식물체에서 떨어진다.






열매는 익어도 껍질이 벌어지지 않는다. 열매껍질을 벗기면 벗겨져 씨와 분리되고 두께는 0.05~0.1㎜이며 딱딱한 편이다. 열매에는 1개 씨가 들어 있다.

  
 

열매


 

열매 위에 달린 관모는 아침에는 모아져 하나의 굵은 줄처럼 보이나 오후가 되면 옆의 작은 털이 들고 일어나 강아지 꼬리처럼 복슬복슬하다. 그래서 아침보다 오후에 열매 보기가 쉽다.

씨는 납작 도톰한 타원형이나 위 끝이 좁고 뾰족하며 아래는 둔한 편이다. 색은 초기에는 희고 익으면 회백색 또는 연한 회갈색이다. 누런 갈색을 띠는 큰꽃으아리와 구별된다.

크기는 길이 3.8~4.3㎜, 너비 2.8~3.0㎜, 두께 1.0~1.3㎜다. 광택은 없다. 겉은 매끄럽게 보이나 확대해보면 작은 점들이 있는 것 같다. 물에 가라앉는다.





  
 

 씨

 

씨 알갱이는 씨의 겉 색과 비슷하거나 회색에 가깝다. 알갱이와 씨 껍질은 한 살처럼 굳어 있어 분리가 잘 안 된다.

종덩굴은 꽃을 본 뒤 열매를 보면 좀 실망한다. 꽃에 비해 열매는 사람의 구미를 당길만한 점이 적고 볼품도 별로 없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열매가 여러 개 모여 송이를 이루고 있을 때다.

하얗거나 누런 머리를 풀어헤친 듯도 하고 희거나 누런 갈색 솜뭉치로 만든 횃불 같기도 하여 호기심을 끈다. 생명체의 덧없음을 잘 풀어가는 지혜를 얻을 수 있어 좋고, 숲 안 밖의 세상이 다름을 알 수 있어 좋다.

종덩굴 꽃이 필 때 바람이라도 불량이면 종소리가 들릴 듯 해 왼 종일 마냥 옆에서 귀 기울여 보기를 몇 번이던가! 바보 같지만 앞으로도 당하면 또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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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학박사 유 기 열(Dr Ki Yull Yu, 劉 璣 烈)

GLG자문관(Consultant of Gerson Lehrman Group)

시인(Poet)

전 르완다대학교 농대 교수 '유기열의 르완다' 연재

e-mail : yukiyul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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