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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열의 씨알여행 174-조팝나무, 숫자 5와 인연 깊고, 열매껍질은 잔(盞) 같아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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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열의 씨알여행 174-조팝나무, 숫자 5와 인연 깊고, 열매껍질은 잔(盞) 같아

futureopener 2017. 3. 27.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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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전히 벌어져 씨가 빠지고 조금 남아 있는 열매껍질


 

조팝나무 꽃 



 

조팝나무는 다섯(5)이라는 숫자와 인연이 깊은가 보다. 꽃잎 5개, 포(苞, Bract)와 꽃받침도 각 5개, 암술도 5개, 1개의 열매자루에 달린 골돌(蓇葖, Follicle)도 5개이다.

  
   

보면 볼수록 식물의 세계는 질서정연하고 오묘하다. 이성이나 지적능력이 없어 보이는 식물이 어떻게 저토록 빈틈없이 원칙을 가지고 질서 있게 개체를 생성하며 살아간다는 말인가? 두고두고 곱씹어 볼 일이다.

씨가 다 빠져나가도 열매껍질은 가지에 그대로 많이 붙어 있다. 그때 그 모습은 귀여운 포도주 잔처럼 앙증맞다.


학명은 Spiraea prunifolia f. simpliciflora Nakai 이다.

꽃이 핀 모습이 튀긴 좁쌀을 붙여 놓은 것 같아 부른 조밥나무가 조팝나무로 변화하여 오늘에 이른다.

중국에서는 ‘수선국’이라고 부르는 데 여기엔 슬픈 전설이 있다.

‘수선’이라는 효녀가 전쟁터에 나간 아버지를 찾으러 남장(男裝)을 하고 적국으로 가서 옥리(獄吏)가 된다. 거기서 아버지가 포로로 감옥생활을 하다가 죽었다는 것을 안다. 북받치는 슬픔을 참지 못하여 통곡을 하는 바람에 적의 신분이 발각되어 죽을 위기에 처한다. 하지만 아버지에 대한 ‘수선’의 지극한 효성에 감동한 나머지 적국(敵國)이 살려주어, 고향으로 돌아가게 된다. 집으로 가는 길에 ‘수선’이는 아버지 무덤에서 작은 나무 한 그루를 캐와 아버지 모시듯 정성껏 가꾼다. 봄이 되어 그 나무에 꽃이 피자 사람들은 효녀 ‘수선’의 이름을 따서 ‘수선국’이라고 했단다.

꽃은 희고 꽃잎은 5개, 꽃받침과 암술도 각 5개다. 무리지어 길게 늘어선 조팝나무 꽃길을 걸으면 사진도 한 장 찰칵 찍고 싶고, 봄이 몸 안으로 들어오는 기분이다.


대부분의 문헌에 열매는 9월에 익는다고 되어 있으나 2007, 2012년에 보니 5월에도 열매가 익어 씨를 떨어뜨리고 있었다. 열매는 하나의 열매자루에 끝이 뾰족한 쌀알 크기의 5개 골돌이 끝을 뒤로 약간 제치고 벌어진 모습으로 붙어 있다. 얼핏 보면 이것은 한 개의 열매로 보인다. 이 상태의 크기는 높이 3.5~4.5㎜, 지름 4~5㎜이다.

  
 

▲ 조팝나무 열매

 

열매는 익어도 아래에는 꽃받침 5조각이 붙어 있다. 열매자루는 실처럼 가늘지만 탄력이 있으며 길이는 1~2cm이다. 열매자루는 가지에 5~8㎜ 간격으로 3~7개가 모여 달리며 5개의 포가 나 있다.

열매는 안쪽에 이음선이 있고 그쪽의 가운데가 다소 볼록하며 끝이 뾰족한 둥근꼴 타원형이다. 위 끝에 작은 털(암술대)이 붙어 있기도 하다. 크기는 길이 3.5~4.5㎜, 지름 1~2㎜이다. 색은 초기에는 녹색이고, 익어 갈수록 진한녹색을 거쳐 황록색이 된다. 완전히 익으면 갈색이 된다.


열매는 완전히 익으면 안쪽의 이음선이 벌어진다. 벌어진 열매는 줄기를 건드리기만 해도 씨가 우수수 떨어져 나온다. 따라서 씨가 들어 있는 열매를 따려면 이음선이 완전히 벌어지지 않은 상태가 좋다. 열매는 광택이 없으며 마른 열매는 물에 뜬다.

열매에는 수개에서 수십 개의 씨가 들어 있다.

덜 익은 씨는 연필 글씨를 지울 때 생기는 지우개 가루를 모아 눌러놓은 것처럼 푸석하며, 가늘고 납작하며 끝이 날카로운 막대형 타원형이다. 이 때의 색은 연한 회색이다. 그러나 완전히 익으면 갈색으로 변하고, 지우개 가루 같은 퍼석함이 없어지고 단단해진다. 크기는 길이 1.5~2.8㎜, 너비는 0.2~0.4㎜이다. 광택이나 윤기는 없으며 물에 뜬다.


  
 

▲ 조팝나무 씨와                                                 열매 껍질


 

꽃과 열매도 좋지만 씨가 다 빠진 열매껍질도 멋지다. 색은 은은한 갈색 또는 은(銀) 갈색이다. 위 가장자리는 5개의 작은 반원(半球)이 이어져 물결모양을 이룬 낮은 잔 같다. 그래서 열매 자루 아래에 포가 달리고 위 끝의 꽃받침 위에 얹혀 벌어져 있는 열매껍질은 귀엽고 예쁘장한 포도주 잔 같다. 이런 술잔에 이슬 몇 방울 담아 마시면 누군들 신선이 되지 않겠는가?


조팝나무는 꽃으로서 가치 못지않게 의약적 가치도 크다. 조팝나무에 아스피린의 원료인 살리실 알데히드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꽃만 보지 말고 풀 나무가 품고 있는 성분의 이용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필자 주: 여러 자료에 따르면 1890~3년에 독일의 바이엘회사는 조팝나무에서 추출한 살리실 알데히드(Salicyl aldehyde)를 정제하여 아세틸살리실산(Acetyl salicylic acid)을 만들었다. 그리고 아세틸살리실산의 머리글자 ‘A, 아’와 조팝나무의 속명 ‘Spiraea’를 합쳐 ‘Aspirin, 아스피린’이라 이름 지었다. 그 뒤 1899년 3월에 아스피린을 진통해열제로 특허등록을 하였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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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학박사 유 기 열(Dr Ki Yull Yu, 劉 璣 烈)

GLG자문관(Consultant of Gerson Lehrman Group)

시인(Poet)

전 르완다대학교 농대 교수 '유기열의 르완다' 연재

e-mail : yukiyul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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