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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내가 시 될 때까지 (56)
희망과 행복의 샘 Spring of Hope & Happiness
가난한 자의 하루
빈 밥통을 열었다 뚜껑을 닫는다. 수도 꼭지에서 찬물 한 사발 받아 허기를 채우고 길로 나선다. 먹고 입을 걱정 없이 맑은 햇살 아래 하늘하늘 춤을 추는 코스모스를 보자 마냥 부러워 곁에 서서 얼굴 돌린다. 점심밥은 바쁘다는 핑게로 건너 뛰었지만 저녁밥은 그럴 수 없다. 두려움 속에 고통이 휘몰..
내가 시 될 때까지
2008. 9. 6. 22:20
파꽃(제4회 한국농촌문학상 시부문 우수상)
허허, 요놈 보라. 설렁탕에나 넣어 먹는 이파리인 줄만 알았더니 예수, 부처 못지않은 성자(聖者)일세. 비워야 행복하다고 밥 먹듯 떠벌리면서 더욱 채우느라 눈이 먼 위선자와는 달리 비우라는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사는 내내 비우고 비웠구나! 속이 텅텅 비어도 어찌 그리 곧고 강하냐! 어찌 그리 평..
내가 시 될 때까지
2007. 7. 12. 22:09
씨 예찬
황량한 들판에 홀로 떨어져도 씨는 낯을 가리지 않는다. 설령 떨어지는 곳이 가시덤불이래도 마다하거나 원망하지 않는다. 비바람의 힘이라도 빌려 공기 두께만한 거리라도 꼼지락 꼼지락 움직이며 썩을 수 있는 곳에 이르기를 무던히 기다린다. 바람도 서 있기 어려운 벼랑 끝 암벽에서도 그리하여 ..
내가 시 될 때까지
2007. 6. 29. 10:07
까치집을 바라보며
공중 높이 햇빛 달빛 새는 집한 채 보인다. 한 평생 땅 파고 씨 뿌리느라 지친 몸 닳아빠진 손금에 땀 몇 방울 들고 가 쉬었다 하늘로 출장가면 되겠구나. 밤새워 등을 지붕삼아 품은 새끼 먹이 물어다주려 어미까치 날개 짓하며 아침 햇살 흔든다. 살아서 육탈된 몸 부끄럽지만 날개 위에 올려본다.
내가 시 될 때까지
2007. 5. 30. 1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