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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열의 씨알여행 180] 낙상홍..꽃 한번 못 보고도 누구나 좋아하는 열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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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열의 씨알여행 180] 낙상홍..꽃 한번 못 보고도 누구나 좋아하는 열매

futureopener 2017. 6. 19.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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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상홍 열매와 직박구리



 

       낙상홍 열매와 광대노린재 


 

이름도 모른다. 꽃 한번 본 일이 없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열매가 있다. 낙상홍(落霜紅)이 그렇다.

  
   

대부분의 식물은 열매보다 꽃이 잘 알려져 있다. 사람들 역시 식물의 열매나 씨보다는 꽃을 많이 알고 좋아한다. 낙상홍은 다르다. 꽃은 몰라도 열매는 잘 알려지고 많은 사람이 좋아 한다.

사람들은 낙상홍의 경우 꽃보다 열매를 먼저 보고, 열매를 통해서 이름을 안다. 나 역시 꽃보다 열매를 먼저 보았다. 2007년 7월 9일이었다. 서울 강남구에 있는 대모산을 산행하면서 수십 번 지나친 나무에서 우연히 동그란 녹색 열매를 몇 개 보았다. 분명 꽃이 피었을 테지만 꽃을 보지 못하고 그 옆을 여러 번 그냥 지나쳤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니 그 나무에 미안하기도 했다.

열매를 본 뒤 이름이 궁금하여 지나는 사람들에게 물었으나 아는 분을 만나지 못했다. 녹색열매를 보여주면서 꽃을 보았느냐고 물었더니 못 보았다고 했다.

그 뒤 이들 열매를 틈나는 대로 관찰했다. 그 해 10월 중순이 되니 열매는 빨간 구슬처럼 익었다. 몇 달간 관찰을 하고 자료를 찾아서 미국낙상홍임을 알았다. 이름을 알고 나니 유심히 안 보아도 빨간 열매가 잘 보였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실감했다.

  
   

이듬해인 2008년 6월 12일에 지난 해 녹색열매가 달렸던 나무에서 꽃을 보았다. 그 꽃이 내가 처음 본 미국낙상홍 암꽃이다. 녹색 잎겨드랑이에 숨은 듯 여러 송이가 모여 피었다. 꽃잎은 6~8개이고 흰색이었다. 꽃 가운데에 녹색의 둥근 씨방이 1개 있고, 씨방위에 암술이 딱 달라붙어있다. 암술에는 암술대가 거의 없고 암술머리만 있는 듯하다. 꽃잎과 꽃잎, 꽃잎과 씨방 사이에 퇴화된 수술(?)이 있다.

그 뒤 2008년 6월 16일에 낙상홍 수꽃을 대모산 수서화장실과 실로암 약수터 사이에서 보았다. 수꽃은 연한 자주색이나 연한 적자색으로 꽃잎 아래는 흰빛이 강하고 중간 위가 자주색 등의 색깔을 띤다. 꽃밥은 노랗고 꽃가루를 날리고 나면 검다. 꽃잎은 4~5개, 수술은4~5개가 많다.




  
   

그 뒤 2년이 지난 2010년 6월 17일에 국립수목원에서 낙상홍의 암꽃과 수꽃을 함께 보았다. 암꽃의 꽃잎은 4~6개고, 색은 꽃잎 아래는 흰빛이 약간 있으나 전체적으로 연한 자주색 또는 핑크색이었다. 퇴화된 수술은 흰색이 주를 이루고 4~6개였다. 수꽃의 꽃잎도 4~6개고, 색은 암꽃과 비슷한 자주색이었으나 암꽃보다 연한 편이었다. 수술은 4~6개다. 꽃밥은 노랗고 터질 때는 털 가루를 뭉쳐 놓은 듯 했다. 꽃밥주머니는 꽃가루가 날리고 나면 검은 색으로 변했다.

같은 해 6월 21일에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단지에서 미국낙상홍 암꽃을 보았는데 꽃잎은 흰데 위 끝 가장자리는 연분홍 줄을 그어놓은 듯 했다.

이처럼 낙상홍 꽃에 대해 장황하게 쓰는 이유는 이렇다. ❶주위에 아무리 좋고 귀한 것이 있어도 관심을 갖지 않으면 모르고 살게 되나 관심을 가지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그만큼 잘 볼 수 있어서 생활이 풍요로워짐. ❷낙상홍은 열매에 치여 꽃이 아름다우면서도 그 만한 대접을 못 받고 있음 ❸무엇인가를 알려면 오랜 기간 끈기를 가지고 그 사물과 눈을 맞추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 중요함 ❹같은 나무라도 자라는 환경에 따라서 다소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 등을 말해주고 싶어서다.


낙상홍은 한자 뜻 그대로 잎이 다 떨어지고 난 뒤 서리가 내린 뒤에도 붉은 열매가 달려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학명은 Ilex serrata Thunb.이다. 종명의 serrata는 잎 가장자리에 톱니가 많아서 붙었다.

낙상홍은 암수딴그루(雌雄異株)다. 은행나무처럼 암수나무가 주변에 같이 있어야 열매를 잘 맺는다.

열매는 둥글다. 아래에는 자주색 꽃받침이 별처럼 붙어 있다. 위에는 암술 흔적이 연한 갈색 반점이나 딱지 형태로 남아 있다. 색은 초기에는 녹색이고 익으면 빨갛다. 크기는 지름 4~6㎜다. 광택은 싱싱한 것은 약간 있으나 마르면 없어진다. 겉은 매끄러운 편이다. 물에 뜬다.

맛은 약간 쓴듯하고 생콩 같은 비린내가 약간 난다.

열매는 잎겨드랑이에 한 개에서 여러 개가 모여 달리며 열매자루는 길이가 5㎜이하로 짧다. 익어도 껍질이 벌어지지 않는다. 익지 않은 열매는 딱딱하나 익은 열매는 손가락으로 누르면 껍질이 터지며 노란 즙과 함께 씨가 나온다. 즙은 약간 끈적인다. 그러나 익은 열매가 그대로 마르면 돌처럼 단단하다. 열매껍질은 0.2㎜이하로 얇다. 열매에는 1~6개의 씨가 수직으로 선 모습으로 들어 있다.


  
   

씨는 공이나 달걀을 세로로 3~6등분 한 모양이다. 물론 열매에 1개 든 씨는 동그란 편이고 2개 든 것은 반원형이다. 3개 이상 들어있는 나머지 씨의 안쪽은 2면이 만나 가운데에 능각을 이루고 바깥 면은 볼록하다. 아래는 좁고 뾰족하며 위는 좀 둥그런 하다.

씨의 색은 초기에는 흰색에 가깝고 연한 녹색이나 연 노란색을 거쳐 익으면 연한 갈색이나 회백색이다. 크기는 길이(높이) 3~4㎜, 두께와 너비 1~2㎜다. 광택은 없다. 겉은 매끄러운 편이다. 물에 가라앉는다.

씨 알갱이는 희고 씨껍질은 딱딱하다.

씨 위 끝에는 길이 2~4㎜인 1~2개의 실처럼 생긴 끈(줄)이 붙어 있다. 이 끈은 열매살 속으로 뻗어내려 열매자루 위와 연결되어 있다. 열매 속에서 씨가 흔들리지 않도록 고정해주고 열매자루로부터 오는 양분의 통로역할을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사람의 탯줄 같아 보인다. 이 실핏줄 같은 심줄은 열매와 씨가 단절하지 않고 소통을 하게 한다. 소통이 생명을 이어가는 데도 중요함을 일깨워준다.


서울시 강남구 개포동의 경기여고 앞에서 낙상홍 열매 사진을 찍었다. 지나가는 여고생들이 물어서 사랑의 열매가 이 나무에서 유래되었다 했더니 다들 모여들어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았다. 그런 호기심 어린 반응을 보면 조사하느라 지친 몸에 생기가 일고 일할 의욕이 솟구친다. 사실 사랑의 열매는 낙상홍 열매가 아닌 호랑가시나무 열매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꽃을 못 봤으면 어떠랴, 이름을 모르면 어쩌랴, 쌓인 눈(雪)을 헤집고 빠끔히 내밀고 있는 빨간 구슬 같은 열매, 잎이 다 지고 가지와 줄기 위에 널어놓은 듯 달린 붉디붉은 열매가 햇살에 반짝이는 모습을 보라. 그런 때 직박구리 등 산새들이 가느단 가지에 앉아 열매를 따먹는 모습을 보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겨울자연과 어울리는 낙상홍 열매의 아름다움과 멋에 취하지 않을 수 없다.

필자 주: 미국낙상홍은 낙상홍에 비해 잎은 크나 너비는 좁고 길이는 길며, 꽃잎은 6개 이상으로 많고, 흰색이며, 열매는 다소 크고, 빽빽하게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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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학박사 유 기 열(Dr Ki Yull Yu, 劉 璣 烈)


GLG자문관(Consultant of Gerson Lehrman Group)

시인(Poet)

전 르완다대학교 농대 교수 '유기열의 르완다' 연재

e-mail : yukiyul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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