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과 행복의 샘 Spring of Hope & Happiness
한강 위를 나는 골프공을 보며 본문
모처럼 지난 토요일(9. 16)에 시간이 있어 가벼운 옷차림에 운동화를 신고 양재천을 따라 걸었다.
양쪽 뚝에는 나무들이 무성하고 물길 곳곳에는 징검다리가 놓여 있어 시골 냇가를 연상시켰다.
물길 양 옆으로는 갈대며 이름모를 들꽃들이 무성하고 자전거 도로, 산책로 등이 잘 정비되어 있었다.
강아지를 끌고 산책하는 아주머니들, 자전거를 타거나 인라인 스케이들 타는 젊은이들, 연인들 또는 친구들 또는 가족들끼리 도란도란 이야기하면서 걷는 사람들, 죠깅을 하는 사람들....
양재천을 따라 많은 사람들이 여러 모습으로 자기들이 좋아하는 일을 골라 운동을 하고 여가를 보내는 모습이 좋았다.
나는 골프클럽 아이언 5번(친구가 준 것으로 헌 것이니 맘대로 해도 좋다고 해서 나는 이것으로 산에 가면 솔방울을 치고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작은 돌멩이를 치기도 한다)을 지팡이 삼아 들고, 그들과 같이 양재천을 따라 걸었다. 골프채를 든 사람은 나 혼자 밖에 없었다.
걷다 힘이 들면 풀 밭에 들어가 작은 돌을 공삼아 스윙을 했다. 재미있었다.
이런 경우 세상은 모두 나의 무료 골프장이나 마찬가지다.
골프스윙연습을 하고 걷기도 하고 달리기도 하다 보니 한강이 나왔다.
낚시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잠실 선착장 부근으로 가서 거기에 있는 풀밭에 들어가 몇 개의 돌을 주워 풀 위에 놓고 한강을 향해 쳤다.
핑~~
돌멩이는 한강으로 떨어졌다.
기분이 그만이었다.
난 가지고 간 연습공 한 개를 한강을 향해 쳤다.
푱~~~
하늘 높이 올라가 포물선을 그리며 한강으로 떨어졌다.
정말 기분이 그만이었다.
나는 한강으로 골프공을 친 첫번째 사람이 되었다.(물론 나보다 먼저 골프공을 한강으로 친 사람이 있는지 모르지만 아직 그런말을 들어 본 일이 없다.)
꼭 멀리 차를 타고 나가서 큰 돈을 내고 골프를 치거나 휴일을 보내야 좋은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동안 돌멩이로 스윙연습을 하였다.
그런 후 다시 골프공 한 개를 힘차게 한강을 향해 쳤다.
푱~~~
허공을 가르며 날아가 한강물 속으로 떨어졌다. 아까보다 더 멀리 날아갔다. 한강 위를 나는 골프공을 보고있노라니 세상이 멋지고 삶이 여유로워 보였다.
세상이 온 통 내 것같은 기분이 들었다.
지나가는 사람들 중 몇은 이런 내 모습을 구경을 했다.
땀이 많이 나서, 나는 한강 뚝에 앉아 쉬었다.
강건너편에 있는 고층 아파트, 한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들, 한강을 유유히 떠나가는 유람선, 팔장을 끼고 한강변을 걷는 연인들, 낚시를 하는 꾼들, 운동을 하는 사람들...
이런 모습을 구경하고 있노라니 해가 기울기 시작했다.
다시 온 길을 되돌아 걸어서 집으로 오다보니 피곤하였다. 즐겁고 건강에 좋으라고 하는 것을 무리하면 오히려 역효과 날 것 같아 삼성역 부근에서 뚝 위로 올라왔다. 삼성역이 얼마 안 되어 걸어서 11-3번 시내버스를 타고 집으로 왔다.
샤워를 하고 시원한 물을 한잔 마시니 상쾌하기 그지 없었다.
세상은 나의 활동무대이다. 세상은 내가 공부하고 싶으면 학교가 되고, 일하고 싶으면 직장이 되고, 골프를 치고 싶으면 골프장이 되니 난 좋다.
한강으로 골프공을 치고, 그 공이 한강 물 위를 나는 것을 보는 멋과 맛은 말로는 다 할 수 없다. 한번 시도해보았으면 한다. 그러면 이런 글을 쓰는 저의 기분을 이해 할 것이다.
오늘은 한강과 그 주변을 골프장 삼아 즐겼다. 좋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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