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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열의 씨알여행 183] 실유카..한국 광릉숲서 실유카 열매와 씨 첫확인 (Fruits and seeds of Yucca filamentosa Found first in Korea)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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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열의 씨알여행 183] 실유카..한국 광릉숲서 실유카 열매와 씨 첫확인 (Fruits and seeds of Yucca filamentosa Found first in Korea)

futureopener 2017. 8. 2.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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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유카 씨 알갱이


                  


 

  

실유카꽃



 

필자는 2010년 7~8월에 실유카 열매와 씨를 경기도 포천시 광릉숲에서 처음으로 확인하였다. 이것은 실유카는 우리나라에서는 열매를 맺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의미가 크다.

  
   

실유카는 유카나방에 의해서만 꽃가루받이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유카나방은 열대나방으로 한국과 같은 추운 지역에서는 살 수 없고, 현재까지 우리나라에 분포한다는 공식기록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편 한국에 유카나방이 살지 않는 것이 확실하다면 실유카는 유카나방에 의해서만 꽃가루받이가 이루어진다는 지금까지의 이론을 수정해야 한다. 왜냐면 유카나방이 살지 않는 한국에서 실유카 열매와 씨가 확인된 것은 유카나방이 아닌 다른 매개체에 의해서도 실유카의 꽃가루받이가 이루어진다는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실유카(Yucca filamentosa)는 1910년대 북아메리카에서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줄기는 거의 없고 뿌리 주위에서 모여 나는 잎은 끝이 바늘처럼 날카롭고 뾰족하여 아담의 바늘(Adam's needle)이라 불러진다. 그런가하면 잎의 가장자리가 풀어져 실을 만드는 유카라 하여 실유카, 사란(絲蘭), 실란이라 불린다. 바늘과 실을 함께 가진 셈이다.

열대지역에서는 실유카는 늘 푸른 떨기나무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실유카는 키가 2m를 넘지 못하고 겨울에는 지상부가 거의 없어진다. 나무라기보다는 풀의 모습을 한다.

미농무성 등의 자료에 따르면 (실)유카와 유카나방은 공생을 한다. 유카나방 암컷은 유카 꽃에서 꿀과 꽃가루를 먹이로 얻고 알과 애벌레(幼蟲)는 집과 먹이를 얻는다.

한편 유카는 유카나방으로부터 꽃가루를 얻어 수정(受精)을 한다. 다시 말하면 유카는 유카나방에게 먹이와 집을 주는 대가로 꽃가루받이를 하게 되고, 유카나방은 유카의 꽃가루받이를 시켜주는 대가로 먹이와 집을 얻는 공생관계를 유지한다.

이런 공생관계를 자세히 보면 이렇다. 유카나방은 꿀을 먹는 동안 꽃가루를 모아 뭉쳐서 동그란 알갱이를 만들어 다른 유카꽃으로 날아가 암술이나 씨방 안에 하나의 구멍을 뚫고 1~5개의 알을 낳는다. 이어 유카나방은 가져온 꽃가루뭉치를 알을 낳은 곳에 밀어 넣어 구멍을 메운다. 이렇게 되면 유카는 씨방이나 암술 안으로 밀어 넣어진 꽃가루를 이용하여 꽃가루받이를 한다.

한편 수정을 한 유카 꽃 씨방 안의 유카나방 알은 그곳에서 안전하게 부화하여 애벌레가 되어 유카열매 안에 만들어진 씨와 구멍을 메우는데 이용된 꽃가루 일부를 먹으며 자란다.


  
 

실유카 익은 열매

 

유카나방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성충은 나방의 특징인 긴 혀(Tongue)를 가지고 있지 않다. 대신에 입 주변에 촉수(Tentacles)를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유카나방 성충은 사는 기간이 매우 짧아 꽃가루를 먹지 않아도 되지만, 알을 낳은 구멍을 메우기 위하여 꽃가루를 모은다. 모은 꽃가루는 촉수를 사용하여 턱 아래에 저장하여 이동한다.

뿐만 아니다. 유카나방은 지혜롭기도 하다. 애벌레가 먹을 먹이(유카의 어린 씨)량과 먹고 난 후에 남을 씨의 량을 계산하여 알을 낳는다.

알을 많이 낳아 애벌레가 많으면 씨를 많이 먹어 유카는 씨를 생산할 수 없어 생존이 어렵기 때문이다. 유카가 대를 이어 생존하지 못하면 유카나방은 먹이가 없어 살 수 없다는 것을 알만큼 현명하다.

그래서 나방 한 마리는 약100개 정도 알을 낳는데 유카 한 송이 꽃에 다 낳지 않고 분산하여 여러 송이 꽃에 낳는다.

보통 1개 꽃에 1~5개의 알을 낳는다. 왜냐면 한 마리 애벌레가 20개정도의 씨를 먹으므로 알을 한 꽃에 많이 낳으면 어린 씨를 다 먹게 되어 씨를 생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5개의 알을 낳아 5마리 애벌레가 되면 약 100개정도의 유카 씨를 먹게 된다. 헌데 유카 한 개의 열매에는 200여개의 씨가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니까 이게 맞다 면 생산 된 씨의 약 50%를 애벌레가 먹는 셈이다. 만약 10개의 알만 낳아도 생산된 씨 모두가 애벌레의 먹이가 되어 유카 씨는 생산되지 못한다. 아니면 유카 씨가 남아 대를 있기 위해서는 애벌레 일부가 먹이를 먹지 못하고 죽어야 한다.

그런데 내가 직접 조사한 실유카 열매는 한 개에 100~300개의 씨가 들어 있었다. 그러니까 10개의 알을 낳으면 일부 꽃은 씨를 생산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럼 유카나방은 어떻게 다른 유카나방 알이 낳아진 꽃을 분별하여 그 꽃에 알을 더 이상 낳지 않을 수 있을까?

이 비밀은 유카나방이 알을 낳는 꽃에 자기 향기를 남기고, 뒤에 찾아오는 유카나방은 더듬이를 이용하여 향기 유무를 알아낸다. 향기가 나는 꽃에는 더 이상 알을 낳지 않거나 알 수를 줄이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유카나방은 알을 낳을 때 꽃표면 위로 배를 질질 끌어 자기의 향기(체취)를 남긴다. 그러면 뒤에 오는 암 나방은 냄새를 맡아 향기(냄새)가 나면 알을 낳지 않고 냄새가 나지 않는 다른 꽃을 찾아 알을 낳는다.

알은 자라 애벌레가 되고, 애벌레는 자라면 땅으로 떨어진다.(내려온다.) 그리고 땅 속에서 고치를 만들어 이듬 해 봄까지 거기서 보낸 뒤에 나방(성충)이 되어 유카 꽃을 찾아가 알을 낳는다.

제멋대로 살아가는 식물과 곤충 같지만 사실은 너무나 많은 삶의 지혜를 익혀 실천하며 살고 있다. 누가 이런 유카와 나방을 무시할 수 있을까? 우리 모두 하찮은 별 것 아닌 것 같은 풀과 벌레 앞에서 좀 더 겸손해질 필요가 있다.


실유카 꽃대는 뿌리 부위에서 길게 올라와 여러 개로 갈라져 원뿔꽃차례를 이룬다. 하나하나의 꽃은 초롱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꽃부리가 갈라진 종(鐘)모양을 하고 아래를 향해 핀다.

  
 

실유카 열매에 씨가 들어 있는 모습

 

꽃잎(3장은 꽃받침 꽃으로 보기도 한다.)은 6장으로 희고 수술 6개, 암술 1개이며 암술머리는 3갈래로 갈라져 있다.

검은 흙이나 푸른 풀밭 위에 떨어진 흰 꽃은 떨어져도 아름답다. 흰색은 사라지면서도 아름답다는 것을 웅변하는 걸까?

꽃자루는 길이 15~20㎜, 지름 1.5~2.0㎜다.

실유카 열매는 8월 중순경에 익었다. 모양은 거꾸로 된 긴 달걀과 엇비슷하다. 겉에 깊은 골 3개, 볼록한 면 3개가 있고 볼록한 면 가운데에 세로로 얕은 골이 각 1개씩 있다. 위 끝 중앙에는 갈색의 돋음 점이 있으며 겉에 있는 6개의 골은 여기로 모인다.

색은 초기에는 녹색이며 익을수록 갈색이 되다가 익으면 흑갈색이나 검은 녹갈색이 된다. 크기는 길이 3.5~4.5㎝, 지름 1.5~2.5㎜다. 광택은 없으며 녹색 열매 겉에는 검붉은 색의 점이 많다. 물에 뜬다.

열매는 익을수록 골이 깊어지고 익으면 먼저 깊은 골이 위에서 아래로 벌어져 갈라진다. 열매에서는 수지(樹脂)가 나와 만지면 끈적거린다. 익으면 깊은 골이 갈라져 3조각으로 벌어진다.

벌어진 3조각은 안쪽의 이음선과 등의 볼록한 얕은 골이 다시 갈라져 2조각으로 된다. 그러니까 익어 벌어지면 6개의 조각이 된다.

3조각의 각 조각은 안쪽면의 이음선이 벌어진다. 벌어지는 곳에는 세로로 얇은 막질이 있어 조각은 2개의 칸으로 나누어져 있다. 이때 막질은 하나로 보이나 2겹이다.

그래서 큰 조각이 갈라지면 2겹의 막질이 2개로 나누어져 정확히 2개의 조각이 된다. 6개로 된 각 조각에서 이 막질을 걷어내면 씨가 나타난다.

씨는 이음선의 맥의 돋음 점에 붙어 있다. 막질이 접한 쪽의 씨의 안쪽 면은 직선에 가깝고 그 반대편인 껍질을 향한 등 쪽 면은 약간 볼록하다. 그리고 맥에 붙은 쪽인 씨 아래는 좁고 뾰족한 편이다.

작은 조각 1개에 20~50개의 씨가 1열로 들어 있다. 그러니까 1개 열매에는 100~300개의 씨가 들어 있는 셈이다. 열매껍질은 딱딱하고 두께는 0.3~0.8㎜다.

막을 이루어 큰 조각을 2칸으로 나누어 놓은 막질은 문풍지 비슷하나 다소 빳빳하며 두께는 0.1㎜이하로 얇다. 씨는 열매가 익어 벌어지면 밖으로 나와 땅으로 떨어진다.


  
 

실유카 씨

 

씨는 아래가 좁은 납작한 반달모양이다. 열매의 안쪽 이음선 맥에 씨의 아래가 붙고, 씨의 좁은 아래 끝에는 맥에 붙은 자리가 갈색 점으로 남아 있다.

색은 초기에는 흰색이고 익으면 검정색이 된다. 크기는 길이(높이) 6~9㎜, 너비 4~6㎜, 두께 0.3~0.4㎜다.

광택은 없으며 겉은 싱싱할 때나 물에 불은 때는 매끄러워 보이나 마르면 잔 그물주름이 있다. 물에 뜨나 가라앉는 것도 있다.


씨껍질은 부드러우며 겉과 속껍질 2중으로 되었다. 겉껍질은 검고 두께 0.04~0.07㎜, 속껍질은 옅은 갈색이고 두께 0.01㎜정도다.

껍질을 완전히 벗겨낸 씨 알갱이는 희고 아래가 좁고, 납작한 타원형이다. 크기는 길이 5.2~5.6㎜, 너비 3.5~4.0㎜, 두께 0.5~0.6㎜다. 씨 알갱이는 모두 물에 가라앉는다.




한국에서 실유카 열매와 씨가 확인 된 것은 생태계에서는 하나의 사건이다. 이 것은 유카나방이 없어도 다른 곤충에 의해 실유카의 꽃가루받이가 가능하거나 아니면 우리나라에 유카나방이 분포되었거나, 아니면 두 가지 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나라에 유카나방이 없는데 실유카의 꽃가루받이가 이루어졌다면 유카나방에 의해서만 실유카의 꽃가루받이가 이루어진다는 지금까지의 이론을 바꾸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다른 나방이나 곤충에 의해서도 실유카의 꽃가루받이가 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만약 우리나라에 유카나방이 분포되어 있어 실유카의 꽃가루받이가 유카나방에 의해서 이루어졌다면 어떻게 열대의 나방이 한국과 같은 겨울이 있는 추운지역에서도 생존이 가능한지에 대한 조사연구가 필요하다.

실유카와 유카나방의 생활사에 대한 큰 숙제가 생겼다. 누가 이 숙제를 풀 것인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필자 주와 참고자료>

1. Prodoxus 속 유카나방은 알을 열매와 잎에 낳고 애벌레는 열매와 잎을 먹고 자라서 유카꽃의 꽃가루받이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학설도 있다.

2. Beatriz Moisset, Yucca Moths (Tegeticula sp.), USDA Forest Service

3. Don Glass, Yucca Flowers and Yucca Moths, 2003. Indianapublicmedi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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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학박사 유 기 열(Dr Ki Yull Yu, 劉 璣 烈)

GLG자문관(Consultant of Gerson Lehrman Group)

시인(Poet)

전 르완다대학교 농대 교수 '유기열의 르완다' 연재

e-mail : yukiyull@hanmail.net

Blog : http://blog.daum.net/yukiyull

Facebook : http://www.facebook.com/yukiyu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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