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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열의 르완다 67] 횃불이 운집한 듯 붉은 수수밭 본문

르완다-Rwanda in Africa

유기열의 르완다 67] 횃불이 운집한 듯 붉은 수수밭

futureopener 2014. 3. 26.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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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sorghum fields in Rwanda look that  thounds soldiers with torchs gathered  in crowds.

It used to remind me of the film 'Red sorghum'.

 

A woman to thresh and make sorghum dried

 

 

 

   
  수수밭
 
수수(Sorghum, 르완다어로 Amasaka)는 르완다 국가문장(國家紋章, Coat of arms)에도 나올 만큼 르완다에서는 중요한 작물(作物)이다. 수수가 익을 쯤엔 넓은 들판에 전투를 앞둔 수천수만의 병정들이 횃불을 들고 있는 듯하다. 한국의 수수이삭은 익으면 고개를 숙이는데 르완다의 수수는 익어도 고개를 처 들고 곧추서기 때문이다.

근무하는 대학교에서 무산제 사이에 유난히 수수를 많이 심는 지역이 있다. 어쩌다 해질녘에 그곳을 지나노라면 석양에 붉게 물든 수수밭이 발길을 멈추게 한다. 버스에서 내려 걸어보고도 싶지만 농촌지역은 해가지면 버스가 끊어지고 가로등이나 보안등도 없어 온통 암흑천지가 된다. 맘만 먹고 해보지 못한 이유다.

작년에도 그랬지만 올해도 그랬다. 붉은 수수밭이 펼쳐진 곳을 지날 때마다 1987년에 개봉된 중국 장이머우 감독의 영화 '붉은 수수밭, Red Sorghum, 紅高粱'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그러나 추알(여주인공, 배우 궁리 출연)은 안 보이고 나는 외로웠다.

이 영화는 1988년 ‘제38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수상하였다. 이로써 장이머우 감독과 궁리 배우는 데뷔작인 이 영화로 일약 국제적 스타가 되었다. 한편 영화의 원작 ‘홍까오량 가족’을 쓴 모옌도 중국인으로는 처음으로 2012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수수를 베어 밭에 세워 말리는 풍경
한국 수수는 이삭이 길고 알갱이가 성글게 붙는다. 그래서 익으면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이에 비해 르완다 수수는 이삭이 짧고 알갱이가 다닥다닥 붙어 굵다. 이삭은 익어도 고개를 숙이지 않고 하늘을 향해 꼿꼿하다. 때문에 이리 봐도 저리 봐도 횃불처럼 보인다.

수확한 수수는 밭에 세워 말리거나 이삭만 따서 멍석 같은 것에 널어 말린다. 마른 이삭은 막대기로 두들기거나 손으로 비벼서 알갱이를 빼낸다. 수확과 탈곡은 기계로 하지 않고 사람이 한다.

르완다의 연간 수수생산량(자료: 미농무성)은 2005년 228천 톤을 분기점으로 감소추세에 있다. 그 결과 2013년에는 140천 톤에 그쳤다. 감자, 양배추 등 보다 소득이 낮고 수확과 탈곡이 어렵기 때문으로 보인다.

   
  수수 싹을 너는 어린이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수수를 가축사료나 에타놀(Ethanol), 시럽(Syrub)생산과 같은 산업용으로 주로 사용한다. 하지만 르완다에서는 곡실(穀實,Grain)용 수수를 재배하고 있어 수수 대부분은 식용이나 술 만드는 데 쓰인다.

사용방법은 여러 가지다. 그냥 쪄서 먹거나 가루를 만들어 죽을 끓이거나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싹(르완다어로 Amamera라 함)을 길러 말린 뒤 가루를 내어 아기 이유식을 만들기도 한다.

수수나 수수 싹 가루는 서양인들이 먹는 포리지(Porridge, 한국의 미숫가루와 비슷함.)처럼 완전식품으로 가공되지 않아 끓이지 않으면 먹기 어렵다. 수수가루만 먹는 것보다는 카사바 잎 가루를 섞어서 물과 함께 끓여 먹으면 맛이 더 좋다고 하나 아직 먹어보지는 못했다.

농가에서는 직접 수수를 이용하여 맥주를 만들어 즐겨 마신다. 농민의 이야기에 따르면 큰 철제 통에 수수가루와 물을 넣고 12시간을 끓인 뒤 2~3일간 놓아두면 발효가 되어, 맥주 맛이 난다고 했다. 실제 마시는 것을 보니 거르지 않고 그냥 마셨다. 바나나 와인을 만들 때도 색과 빛깔을 곱게 하기 위하여 수수를 사용한다.

농촌 어린이들은 수수를 생으로 먹기도 한다. 옛날 내가 밀 이삭을 손에 놓고 비벼서 먹던 모습 그대로 수수를 비벼서 알곡을 날로 먹었다. 이런저런 방법으로 수수를 먹어서 그런지 르완다 인들은 하루 필요열량 2,444kcal의 10%를 수수로부터 얻는 다고 한다.(자료: The role of beans and sorghum in Rwanda's food production: Current availability and projections for the future by Scott loveridge)

추억은 세월이 지나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무르익는다. 아름답거나 특별한 추억은 더욱 그렇다. 잊으려 할수록 잊혀 지기는커녕 생생해진다.

다만 코앞에 닥친 일들 때문에 잊은 듯 지낼 뿐이다. 그러다 추억과 연관이 있는 사물을 보거나, 이야기를 듣거나 하면 어김없이 추억이 만들어지던 시간보다 더욱 뚜렷하고 실감 있게 되살아난다. 르완다의 붉은 수수밭을 보며 느낀 것 중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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