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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 처음 청국장을 만들었다 본문
내가 10일만에 만든 청국장
임신도 안 했는데 갑자기 청국장이 먹고 싶었다. 아마 가족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쳤나보다.
그래서 직접 청국장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 1단계 : 콩 불리기
장날 재래시장에서 500RF을 주고 메주콩으로 보이는 콩을 1kg 샀다. 집에 가져와서 물에 깨끗이 씻어서 하루 이상 불렸다.
■씻은 후 물에 불리는 모습(4월 21)
▣ 2단계 : 삶기
초기-센불, 콩물이 넘친 후-약한 불, 콩이 부드럽고 포근하게 씹힌 뒤-불을 끄고 뜸을 드림, 이렇게 하는데 오후에 시작한 경우는 저녁에는 불을 껐다가 다음날 아침에 다시 불을 껴서 삶으니 하루가 더 걸리기도 했다.
한꺼번에 다 삶을 큰 그릇이 없어 2번 나누어 삶았다. Hot plate를 사용하여 삶았다. 센 불로 삶았더니 거품이 많이 생겨 콩물이 넘쳐흘렀다. 이 콩물이 식어 굳으니 hot plate에서 잘 안 씻어졌다. 옛날 종이장판에 콩 칠을 한 기억이 떠올랐다.
이 굳은 콩물은 콩을 다 삶은 후 뜨거운 물을 부어서 닦아냈다. 찬 물로는 잘 안 닦였다.
남은 거품은 국자로 걷어냈다.
■삶을 때 거품이 많이 생겨 걷어냈다.(4월 21-23)
▣ 3단계: 삶은 콩에서 물기빼기
소쿠리 등이 없어 집에서 가져온 새 헹주를 펴서 최대한 물기를 제거했다. 이때처럼 소쿠리가 중요한 때는 없었다. 소쿠리의 중요성을 절감하기도 했다.
■ 새 헹주를 사용하여 물기 빼기(4월 23일)
▣ 4단계: 봉지에 담기
짚이 있으면 소쿠리 등에 짚을 깔고 그 짚 위에 삶아 물기를 뺀 콩을 넣으면 좋다. 그런데 짚이 없고, 소쿠리도 없어 그냥 비닐봉지에 넣고 그것을 다시 종이봉투에 넣었다. 그래서 남은 물기가 새고 엎질러질 것 같아 구멍 난 비닐봉지에 다시 넣었다.
*청국장은 볏짚에 많은 고초균에 의하여 잘 만들어진다. 그런데 짚이 없고 물기를 완전히 제거하기도 어렵고 그런다고 엎질러지는 것을 막을 길이 없어 그냥 비닐봉지에 넣었다.
더구나 고초균은 호기성 균이라 공기소통이 원활해야 하는데 2중 3중으로 봉지에 넣어 공기를 차단시켰으니 청국장이 잘 될까 무척 우려했다.
■ 물기를 뺀 삶은 콩 비닐봉지 등에 넣은 모습(4월23일)
▣ 5단계: 띄우기
봉지에 담은 콩을 전기장판 위에 놓고 헌 수건 등으로 덮은 후 이불 등으로 덮었다. 온도는 온도계가 없어 정확히 알 수가 없다. 그리고 하루종일 전기장판을 껴놓기가 불안해 사무실에 가 있거나 외출을 할 때는 전기장판의 전기를 껐다. 그런 탓인지 잘 안 띄워졌다. 이러면 콩이 미친다고 하는 데 다행히 콩이 미치거나 썩지는 않았다.
■ 띄우려고 전기장판 위에 놓은 모습(4월 23일)
▣ 6단계: 된장과 조금 섞어놓기
만들어진 청국장을 집에서 가져온 된장과 조금 섞어 놓아보았다. 청국장이 될지 된장이 될지 궁금하다. 청국장이 제대로 안 되어서 지금 생각으로는 된장이 되지 않을까 한다.
*이것은 덤이다. 된장이 다 떨어져 한번 해본 것이다. 이렇게 해서 된장이 되면 된장걱정은 안 해도 된다. 궁즉통(궁하면 통한다)을 믿고 해본 것이다.
■ 만든 청국장을 집에서 가져온 된장과 섞어놓은 모습(4월30일)
▣ 7단계: 냉동실 보관
만들어진 청국장을 으깨지 않고 그냥 조금씩 비닐봉지에 넣어 냉동실에 보관했다. 소금은 넣었지만 고춧가루나 생강가루는 없어 넣지 않았다.
*소금, 고춧가루, 생강가루 등을 섞어 잘 으깨어서 보관하면 좋다. 그러나 없으니 없는대로 할 수 밖에 없었다.
■조금씩 비닐봉지에 넣어 냉동실에 넣기 전 모습(5월1일)
사실 청국장 같은 청국장은 아니다. 균사도 많이 생기지 않았다. 다만 청국장 냄새는 났다. 그리고 보통 40~50도에서 1~3일이면 청국장이 만들어지는데 나는 이번에 9일 이상 걸렸다. 이렇게 오래되면 콩이 다 썩는다고 하는데 이상하게도 썩지는 않았다.
실제로 국을 끓이는데 조금 넣어서 끓였더니 콩이 부드럽고 좋았다. 청국장 맛은 그다지 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청국장 모습을 한 콩을 먹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청국장을 만들고 그런 콩을 먹는 동안 그리움이 어느 정도 시들해진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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