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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열의 씨알여행 135-산자고: 먹을 수 있는 신의 꽃 본문
물속 씨 곧추서면 눈 덮인 작은 나무 같아 산자고는 꽃잎이 넓고 끝이 둔한 오늘날 튤립 꽃보다는 15세기 터키에서 유행한 이즈니크 도자기 접시에 그려진 튤립을 더 닮았다. 꽃잎 끝이 뾰족하고 날렵한 점이 산자고 꽃잎(화피라고도 함)과 아주 비슷하다.
튤립은 터키어로 라레(Lale)인데, 이 말은 아랍어로 ‘알라’와 같은 신(神)을 일컫는다. 꽃이 피면 고개를 숙이는 모습이 신 앞에 겸손한 꽃으로 보여서 그렇다한다. 이런 이유로 신의 꽃으로 불린다면 꽃이 위를 향하고 있는 튤립보다는 산자고가 더 신의 꽃에 가깝다. 산자고의 긴 붓 머리 같은 꽃봉오리 역시 목을 뻣뻣하게 세우지 못하고 옆으로 비스듬하게 눕는다. 그러나 아침이 되어 햇살을 받으면 꽃이 핀다. 꽃잎 여섯 장이 벌어진 꽃은 하얀 꽃별 같다. 그 꽃은 위로 곧추 서지 못하고 아래를 향하거나 땅에 드러누워 꽃송이만 간신히 해살을 마주한다. 가늘고 길다란 꽃대에 비해 꽃이 크고 무겁기 때문이다. 영어로는 Edible tulip(먹을 수 있는 튤립)이라고 한다. 이런 점에서 산자고는 먹을 수 있는 신의 꽃이라 해도 아무손색이 없다.
열매는 3면과 3개의 능각이 있는 아래쪽이 길고 위쪽이 짧은 실꾸리모양으로 위 끝에 길이 4~7㎜의 암술대가 있다. 긴 세모뿔과 짧은 세모뿔을 마주보게 붙여 놓은 모양이다. 각 면 가운데가 약간 들어가 있고 여기에 세로로 1개의 맥(띠)이 있다. 색은 초기에는 흰 가루가 약간 묻은 듯 진한 녹색이며 익으면 연한 황록색이나 연녹색이 된다. 벌어질 때는 흰빛이 도는 누런색이다. 크기는 길이2.0~2.5cm, 면의 너비는 1.5~2.1cm다. 익어 벌어지면 길이(높이)가 7~10㎜로 크게 낮아진다. 광택은 없고 익어 마른 것은 겉에 잔주름이 많다. 물에 뜬다.
열매는 익으면 3개의 능각이 벌어지며 옆으로 넓어지는 반면에 높이는 많이 낮아진다. 능각이 벌어지나 아래까지 벌어지지 않고 면이 가장 넓은 부위의 위 부분만 벌어진다. 각 면의 가운데 있는 맥(띠)은 암술대에 붙어 있다. 3면의 중앙과 암술대를 각 면의 중앙에 있는3개의 맥이 연결하고 있다. 벌어진 열매는 3개의 칸으로 나누어지며 각 칸의 중앙에 1개의 막이 있다. 씨는 막의 옆면에 붙지 않고 막의 위에 있는 맥에 수평으로 붙어 있다. 수직이 아니다. 열매에는 수십 개의 씨가 들어 있다. 열매껍질은 0.2㎜정도로 얇고 싱싱할 때는 부드러우나 마르면 약간 딱딱하다. 씨는 아래가 뾰족하고 납작한 긴 타원형이다. 색은 초기에는 흰색이고 익으면 갈색이다. 크기는 길이(엘라이오좀 포함) 5~6㎜, 너비 2.0~2.4㎜, 두께 0.6~1.0㎜다. 사실은 너비와 두께는 반대로 하는 게 맞으나 보이는 모양을 따랐을 뿐이다. 광택은 싱싱한 것은 조금 있으나 마르면 없어진다. 물에 가라앉으나 엘라이오좀이 붙은 것은 뜨는 것도 있다. 씨 알갱이는 연한 회색빛이 도는 흰색이며 아주 단단하다. 씨껍질은 잘 벗겨지지 않으며 두께는 0.01㎜정도로 얇다. 산자고엔 고부간의 애틋한 정이 서린 전설이 있다. 어느 산골에 홀로된 어머니가 3남매를 키워 딸 둘은 출가를 보내고 아들과 같이 살았다. 아들이 커서 장가갈 나이가 되었으나 늙은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가난한 총각에게 시집올 처녀가 없었다. 매파를 보내는 등 백방의 노력을 했지만 허사가 되자 늙은 어머니의 시름은 깊어만 갔다. 그러던 어느 날 처녀가 나타났다. 처녀는 산 너머에서 홀아버지를 모시고 살았는데 ‘내가 죽으면 산 너머 외딴 집에 찾아가보라.’는 아버지의 유언을 따라 찾아간 것이다. 이렇게 짝 지워진 아들과 며느리를 볼 때마다 시어머니는 흐뭇하였다. 게다가 며느리의 효성이 지극하고 마음도 착하여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친 딸처럼 대했다. 신은 이런 고부 사이를 질투한 것일까? 며느리의 몸에 종창(腫瘡)이 번졌다. 시어머니는 할 수 있는 모든 약을 다 썼지만 소용이 없었고 며느리는 고통의 나날을 보냈다. 어떻게든 며느리의 병을 낫게 해주겠다는 생각으로 눈이 녹자 약을 찾아 산속을 헤매다가 우연히 예쁜 꽃을 보았다. 아직 봄이 이른데 꽃을 보자 이상하다 여기고 그 꽃을 깨다가 짓이겨 며느리의 곪아 터진 부위에 발라주니 신통하게도 고름이 멈추고 상처가 아물었다. 고부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 뒤로 이 꽃을 산에 사는 자애로운 시어머니라는 뜻이 담긴 산자고(山慈姑)로 불렸단다. 풀과 나무에 이런 아름다운 이야기를 하나씩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풀과 나무에 한층 가까워지기 쉬울 것이다. | ||||||||||||||||||||||||||||||
어린 열매 벌어진 열매와 씨 붙은 모습
[유기열 박사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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