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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열의 씨알여행 135-산자고: 먹을 수 있는 신의 꽃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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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열의 씨알여행 135-산자고: 먹을 수 있는 신의 꽃

futureopener 2011. 11. 25.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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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 씨 곧추서면 눈 덮인 작은 나무 같아
튤립 속 식물 중에 아름다운 꽃을 꼽으라면 유럽엔 튤립 꽃, 우리나라엔 산자고(Tulipa edulis)가 있다. 산자고의 속명 Tulipa는 꽃의 모양이 두건을 닮아 페르시아의 두건을 뜻하는 Tulipan에서 유래되었다.

산자고는 꽃잎이 넓고 끝이 둔한 오늘날 튤립 꽃보다는 15세기 터키에서 유행한 이즈니크 도자기 접시에 그려진 튤립을 더 닮았다. 꽃잎 끝이 뾰족하고 날렵한 점이 산자고 꽃잎(화피라고도 함)과 아주 비슷하다.

   
  꽃
종(소)명인 edulis는 먹을 수 있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산자고의 비늘줄기는 장아찌나 샐러드로 먹을 수 있으며 종기치료와 어혈을 풀어주는 약재로 쓰인다.

튤립은 터키어로 라레(Lale)인데, 이 말은 아랍어로 ‘알라’와 같은 신(神)을 일컫는다. 꽃이 피면 고개를 숙이는 모습이 신 앞에 겸손한 꽃으로 보여서 그렇다한다.

이런 이유로 신의 꽃으로 불린다면 꽃이 위를 향하고 있는 튤립보다는 산자고가 더 신의 꽃에 가깝다. 산자고의 긴 붓 머리 같은 꽃봉오리 역시 목을 뻣뻣하게 세우지 못하고 옆으로 비스듬하게 눕는다.

그러나 아침이 되어 햇살을 받으면 꽃이 핀다. 꽃잎 여섯 장이 벌어진 꽃은 하얀 꽃별 같다. 그 꽃은 위로 곧추 서지 못하고 아래를 향하거나 땅에 드러누워 꽃송이만 간신히 해살을 마주한다.

가늘고 길다란 꽃대에 비해 꽃이 크고 무겁기 때문이다. 영어로는 Edible tulip(먹을 수 있는 튤립)이라고 한다. 이런 점에서 산자고는 먹을 수 있는 신의 꽃이라 해도 아무손색이 없다.

   
   어린 열매 횡단면
   
  물 속 씨,수직이다
우리말 산자고(山慈姑)는 수자고(水慈姑, 그냥 자고라고도 하며 습지에 잘 자라는 소귀나물을 말한다.)와 대비하여 산에 자라는 자고라는 말로 이해된다. 다른 말로는 물구, 까치무릇이라 하며, 까치무릇은 잎이 무릇을 닮고 꽃에 보라색 줄무늬가 있어 붙여졌다 한다.

열매는 3면과 3개의 능각이 있는 아래쪽이 길고 위쪽이 짧은 실꾸리모양으로 위 끝에 길이 4~7㎜의 암술대가 있다. 긴 세모뿔과 짧은 세모뿔을 마주보게 붙여 놓은 모양이다. 각 면 가운데가 약간 들어가 있고 여기에 세로로 1개의 맥(띠)이 있다.

색은 초기에는 흰 가루가 약간 묻은 듯 진한 녹색이며 익으면 연한 황록색이나 연녹색이 된다. 벌어질 때는 흰빛이 도는 누런색이다. 크기는 길이2.0~2.5cm, 면의 너비는 1.5~2.1cm다. 익어 벌어지면 길이(높이)가 7~10㎜로 크게 낮아진다. 광택은 없고 익어 마른 것은 겉에 잔주름이 많다. 물에 뜬다.

   
  씨
   
  꽃보옹리
열매자루는 뿌리부위에서 2장의 잎 사이로 1개가 길게 올라오고 그 끝에 1~3개의 열매가 달린다. 열매자루는 길고 연약하여 위로 서지 못하고 땅 가까이 옆으로 누워 있고 열매 부위만 고개를 들고 있다. 열매자루에는 3장의 선형의 포가 붙어 있다. 대체로 열매로부터 3~6cm 아래에 붙는다. 포는 길이 3~4cm, 너비 2~4㎜, 두께 0.2~0.3㎜이며 양 가장자리가 안으로 굽어 말린다.

열매는 익으면 3개의 능각이 벌어지며 옆으로 넓어지는 반면에 높이는 많이 낮아진다. 능각이 벌어지나 아래까지 벌어지지 않고 면이 가장 넓은 부위의 위 부분만 벌어진다. 각 면의 가운데 있는 맥(띠)은 암술대에 붙어 있다.

3면의 중앙과 암술대를 각 면의 중앙에 있는3개의 맥이 연결하고 있다. 벌어진 열매는 3개의 칸으로 나누어지며 각 칸의 중앙에 1개의 막이 있다. 씨는 막의 옆면에 붙지 않고 막의 위에 있는 맥에 수평으로 붙어 있다. 수직이 아니다. 열매에는 수십 개의 씨가 들어 있다. 열매껍질은 0.2㎜정도로 얇고 싱싱할 때는 부드러우나 마르면 약간 딱딱하다.

씨는 아래가 뾰족하고 납작한 긴 타원형이다. 색은 초기에는 흰색이고 익으면 갈색이다. 크기는 길이(엘라이오좀 포함) 5~6㎜, 너비 2.0~2.4㎜, 두께 0.6~1.0㎜다. 사실은 너비와 두께는 반대로 하는 게 맞으나 보이는 모양을 따랐을 뿐이다. 광택은 싱싱한 것은 조금 있으나 마르면 없어진다. 물에 가라앉으나 엘라이오좀이 붙은 것은 뜨는 것도 있다.
씨의 위에는 흰색의 엘라이오좀이 붙어 있다. 엘라이오좀의 크기는 길이 1~2㎜, 지름 0.5~1.0㎜다. 물에 넣으면 엘라이오좀이 붙은 부위가 항상 위로 오고 가라 앉아도 수직으로 서 있는 것이 많다. 엘라이오좀이 붙은 산자고 씨가 물속에 가라앉은 모습은 마치 하얀 눈이 덮인 작은 나무나 풀숲을 닮았다.

씨 알갱이는 연한 회색빛이 도는 흰색이며 아주 단단하다. 씨껍질은 잘 벗겨지지 않으며 두께는 0.01㎜정도로 얇다.

산자고엔 고부간의 애틋한 정이 서린 전설이 있다. 어느 산골에 홀로된 어머니가 3남매를 키워 딸 둘은 출가를 보내고 아들과 같이 살았다. 아들이 커서 장가갈 나이가 되었으나 늙은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가난한 총각에게 시집올 처녀가 없었다.

매파를 보내는 등 백방의 노력을 했지만 허사가 되자 늙은 어머니의 시름은 깊어만 갔다. 그러던 어느 날 처녀가 나타났다. 처녀는 산 너머에서 홀아버지를 모시고 살았는데 ‘내가 죽으면 산 너머 외딴 집에 찾아가보라.’는 아버지의 유언을 따라 찾아간 것이다.

이렇게 짝 지워진 아들과 며느리를 볼 때마다 시어머니는 흐뭇하였다. 게다가 며느리의 효성이 지극하고 마음도 착하여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친 딸처럼 대했다. 신은 이런 고부 사이를 질투한 것일까? 며느리의 몸에 종창(腫瘡)이 번졌다.

시어머니는 할 수 있는 모든 약을 다 썼지만 소용이 없었고 며느리는 고통의 나날을 보냈다. 어떻게든 며느리의 병을 낫게 해주겠다는 생각으로 눈이 녹자 약을 찾아 산속을 헤매다가 우연히 예쁜 꽃을 보았다.

아직 봄이 이른데 꽃을 보자 이상하다 여기고 그 꽃을 깨다가 짓이겨 며느리의 곪아 터진 부위에 발라주니 신통하게도 고름이 멈추고 상처가 아물었다. 고부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 뒤로 이 꽃을 산에 사는 자애로운 시어머니라는 뜻이 담긴 산자고(山慈姑)로 불렸단다.

풀과 나무에 이런 아름다운 이야기를 하나씩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풀과 나무에 한층 가까워지기 쉬울 것이다.

                          어린 열매                                       벌어진 열매와 씨 붙은 모습    

   

[유기열 박사 프로필]

농학박사, 대학강사, 국립수목원 및 숲연구소 해설가, GLG자문관, 한국국제협력단 전문가, 시인 겸 데일리전북(http://www.dailyjeonbuk.com)씨알여행 연재작가, 손전화 010-3682-2593, 블로그 http://blog.daum.net/yukiyu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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