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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열의 씨알여행 132-자귀풀,펭퀸 옆모습 연상케 하는 씨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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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열의 씨알여행 132-자귀풀,펭퀸 옆모습 연상케 하는 씨

futureopener 2011. 10. 12.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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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이름을 보면 어느 정도 한두 가지의 특성을 알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자귀풀 역시 밤이 되면 자귀나무처럼 마주보는 잎이 포개지는 풀이라 하여 붙여졌다 한다.

   
 
문제는 자귀나무라는 이름은 실은 나무를 다듬는 데 사용하는 자귀의 손잡이 자루를 만드는 나무여서 지어진 이름이다. 그러니 밤이 되어 잎이 접히는 것과 자귀나무나 자귀풀 이름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물론 잠자는 귀신같다하여 자귀나무라 했다고도 하나 이들 식물에서 잠자는 귀신을 유추해낼 만한 객관적인 타당성이 없다.

다른 이름으로는 합맹(合萌-잎이 쌍으로 난다는 뜻으로 추정), 수고맥(水固麥), 경통초(梗通草- 줄기가 비어 수분 이동이 잘 되는 풀이라고 추정), 전비각(田鼻角), 거물자라고도 한다.

자귀풀은 하천변이나 습지에 많다. 양재천이나 광릉내를 흐르는 왕숙천에도 군락을 이루며 산다. 이들 지역에서 관찰하였더니 꽃은 7월부터 9월까지 피며 열매는 8월에도 익었다.

   
  꽃
   
꽃피는 기간이 긴 편이다. 열매가 달려 있는 기간도 길어 다음해 봄까지 달려 있다. 이때는 대부분 열매가 반 토막이나 한두 마디가 말라빠진 줄기에 힘없이 붙어있다. 열매색 역시 퇴색하여 거의 연한 회백색이다.

가을에 한꺼번에 열매를 다 떨어뜨리지 않고 추운겨울을 견디고 이듬해 봄까지 열매를 달고 있는 까닭이 궁금하다. 아마도 대를 이어 생존하기 위하여 봄에 보다 좋은 조건 속으로 씨를 보내려는 뜻이 숨어 있을게다. 그렇지 않고서야 굳이 무엇 하러 눈보라를 맞으면서도 여린 줄기에 붙들고 있겠는가?

열매는 납작한 긴 꼬투리로 초기에는 밋밋하나 시간이 흐를수록 여러 개의 마디가 뚜렷해진다. 씨가 들어 있는 부분은 볼록하고 씨와 씨 사이가 잘록하니 골이 파여 마디를 이룬다. 위 끝은 좁고 가시처럼 뾰족하다. 색은 초기에는 녹색이며 익을수록 황록색-적갈색을 거쳐 익으면 녹슨 철색이나 검은색이 된다.

   
  열매
   
  열매 안 어린 씨             
크기는 길이 2~6cm, 너비 4.5~5.5㎜, 두께 2.3~2.8㎜다. 광택은 없으며 겉에는 털은 없으나 아주 가늘고 짧은 막대모양의 돋은 무늬가 수를 놓은 듯 각 마디 가운데 있다. 마치 옛날 장군들이 사용하던 칼잡이에 놓아있는 무늬를 연상시킨다. 물에 뜬다.

열매대는 잎겨드랑이에서 나오며 길이가 1~10cm로 차이가 크나 열매자루는 길이 5~8㎜로 크게 차이가 안 난다. 열매는 익으면 콩처럼 껍질이 2조각으로 갈라지지 않고 허리가 마디마디 끊어진다. 마디가 잘록잘록 토막 난다.

잘라진 열매 조각은 마치 인절미 같다. 이 조각은 시간이 지나면 옆구리가 콩깍지처럼 2조각으로 갈라지거나 아니면 썩어 씨가 나온다. 1개 마디에는 1개의 씨가 들어 있다. 열매에는 1~10개의 씨가 들어 있다.

씨는 부리모양이 있는 부위가 열매 위 끝 쪽을 향하고 움푹 들어간 쪽이 맥에 붙은 부위다. 열매 맥에는 빨판 모양의 손가락이 마디에 1개 씩 있어 이것이 씨의 움푹 들어간 부위에 붙는다.

   
  익은 씨
   
  어린 씨
씨는 위가 부리처럼 나오고 가운데가 움푹 들어가 있는 도톰한 타원형이다. 어찌 보면 펭귄 옆모습을 닮은 듯하다. 움푹 들어간 부위가 열매의 맥에서 나온 손가락 같은 빨판이 붙은 곳으로 붙었다 떨어진 자욱이 선명하다.

색은 초기에는 진녹색이며 시간이 지나면 회녹색을 거쳐 익으면 검은 색이 된다. 크기는 길이 3.5~4.5㎜, 너비 2~3㎜, 두께 1.5~2.0㎜다. 어린 싱싱한 씨는 광택이 나며 겉은 매끄럽다. 물에 가라앉으나 일부는 뜬다.

씨껍질은 딱딱하며 두께 0.2㎜정도다. 알갱이는 연한 황록색이나 연두색이다.
자귀풀과 혼돈하기 쉬운 풀이 차풀이다. 아래와 같은 둘의 다른 점을 참고하면 쉽게 구분할 수 있다.  

구분

자귀풀

차풀

잎차례

돌아가며 어긋나 입체적이다

거의 옆으로 어긋나 수평적이다

작은 잎

끝이 둔하다

끝이 뾰족하다

꽃받침

털이 없다

털이 있다

꽃의 색

연 노란색에 자갈색이나 적자색 무늬가 있다.

진한 노란색이다

꽃잎 

기판, 익판, 용골판이 있다.

기판, 용골판이 없거나 뚜렷하지 않다

줄기

밋밋하고 초록이며 꼿꼿하다. 윗가지는 속이 비었다.

잔털이 많고 붉은빛을 띠며 끝이 숙는다.

열매

-마디가 있다.

-익으면 마디가 끊어지고 옆구리가

2조각으로 갈라지기도 한다.

-겉에 털이 없다.

-일반적으로 차풀보다 크다.

-마디가 없다.

-익어도 끊어지지 않고 옆구리가 2조각으로 갈라지며 껍질은 뒤틀린다.

-양 겉에 털이 많다.

-일반적으로 자귀풀보다 작다

-검은 색이다.

-도톰한 부리가 있는 타원형이다.

-초콜릿색이다

-도톰한 마름모형이다

*기판(旗辦, standard petal) :콩과식물의 나비모양 꽃 한가운데 위쪽에 있는 꽃잎
익판(翼瓣, wing petal):콩과식물의 나비모양 꽃의 기판과 용골판 사이의 양 옆에 있는 꽃잎
용골판(龍骨瓣, kneel petal or carina) : 콩과식물의 나비모양 꽃의 아래쪽의 꽃잎

얼핏 보면 같은 듯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너무나 크게 다른 게 세상에는 많다. 잘 알기 위해서는 사물을 건성건성 보아서는 안 되는 까닭이다. 자귀풀과 차풀도 그렇다. 올해 들판에 나갈 기회가 있으면 자귀풀과 차풀을 구분하는 재미를 누려보았으면 한다.

자귀풀은 왜 열매 허리를 토막 낼까? 씨앗이 떨어지는 곳을 다양화 하여 씨앗의 위험을 분산시키거나 자라는 환경조건을 다양화 하기위해서다.

열매가 통째로 한 곳에 떨어지면 한꺼번에 잘 못되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자못 궁금하다. 지금보다 더 효율적인 씨 번식방법을 알지 못하는 한 자귀풀은 살아남기 위해서 앞으로도 열매를 마디마디 자르는 고통을 달게 받을 것이다.

 

익은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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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열 박사 프로필]

농학박사, 대학강사 국립수목원 및 숲연구소 해설가 GLG자문관 한국국제협력단 전문가 시인 겸 데일리전북(http://www.dailyjeonbuk.com)씨알여행 연재작가 손전화 010-3682-2593 블로그 http://blog.daum.net/yukiyu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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