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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열의 일상다반사-조금 썩은 복숭아 맛은 어떨까?( What about a slightly rotten peach flavor?) 본문

일상의 감상

유기열의 일상다반사-조금 썩은 복숭아 맛은 어떨까?( What about a slightly rotten peach flavor?)

futureopener 2024. 9. 7.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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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1(토)일 서울가락시장에 가서 일부 썩거나 손상(損傷)된 복숭아 4kg짜리 3상자를 21,000원 주고 샀다. 일반 상점의 1/5가격 수준으로 산 셈이다. 

 

조금씩 썩은 복숭아
썩거나 상한 부위를 도려내 먹은 복숭아

이런 복숭아를 사게 된 동기는 이렇다.

 

가락시장에 가서 청과상을 둘러보다가 아내가 물었다

“여보, 이 복숭아 1상자가 8천원이래. 싼데 살까요?”

 

아내가 가리키는 복숭아를 보니까 군데군데 썩거나 손상되어 먹기에 꺼림직해 보였다. 더구나 여름철이라 상한 음식을 먹기엔 위험 부담도 느껴졌다. 그래서 속으로는 ‘돈 더 주고 성한 복숭아를 사서 먹읍시다.’라고 대답하고 싶었다.

 

그런데 상인이 상자 안의 복숭아 1개를 칼로 잘라 놓은 부분을 보여주며 먹어도 괜찮다고 말을 했다. 상인의 말을 듣고 어린 시절 시골 복숭아 밭에서 벌레 먹은 복숭아를 먹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나는 아내에게 말했다.

“상인이 먹어도 괜찮다고 파는 복숭아이고 나는 어린 시절 벌레 먹은 복숭아를 먹은 기억도 있으니 괜찮겠지. 상인과 내 경험을 믿고 삽시다.”

 

아내가 복숭아 1상자를 8천원 주고 사려고 보니 옆에 비슷한 복숭아 2상자가 더 있었다. 상인은 옆의 2상자도 같이 샀으면 하는 눈치였다. 그래서 2상자 마저 사겠다고 하니 상인은 1천원씩을 깎아 주어 3상자를 21,000원 주고 사게 되었다.

 

물론 나는 흠 없고 성한 과일을 사서 먹고 살 형편은 된다. 하지만 검소하게 살려는 아내의 마음과 그런 아내에 대한 나의 고마움, 그리고 판매하는 상인에 대한 믿음과 생산한 농민에 대한 작은 배려가 모여 부분적으로 썩은 복숭아를 사게 되었다.

 

집에 와서 사온 복숭아를 상태가 좋은 것과 좋지 않은 것을 골라 보관하면서 손상 등이 심한 것부터 깨끗이 씻어 먹었다. 먹을 때는 썩거나 손상된 부위는 칼로 도려냈다. 그렇게 먹은 복숭아 맛과 향기는 일반 복숭아 맛과 다르지 않고 좋았다. 정상의 복숭아와 다름을 그다지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배탈 등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안 했다.

 

아내와 나는 썩은 부위를 도려낸 복숭아를 먹으면서도 마음은 밝고 풍요로웠다. 눈 높이를 조금 낮추니 가정은 물론 상인과 농민 모두와 물가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 좋았다. 게다가 서로를 신뢰하고 아끼고 있음을 알고 기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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