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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열의 씨알여행 139-환삼덩굴.하찮은 잡초? 이뇨 조혈해독작용까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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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열의 씨알여행 139-환삼덩굴.하찮은 잡초? 이뇨 조혈해독작용까지

futureopener 2012. 1. 17.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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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류탄 빼 닮은 씨 속엔 달팽이 한 마리 잠자다

환삼덩굴은 농부가 가장 귀찮아하는 잡초 중 하나다. 생활력이 하도 강하여 흙만 조금 있는 곳이면 어디서든지 산다. 뿐만 아니다. 한해살이풀이지만 옆으로는 반경 수m가 넘게 퍼지고 위로는 전신주 높이까지 기어오른다.

   
 
게다가 저만 살면 괜찮은 데 주위에 있는 다른 풀을 못살게 하니 논밭에 번지기라도 하면 한해 농사 망치기 일쑤다. 농부가 보는 즉시 후다닥 사정없이 뽑아 버리는 까닭이다.

온 몸에는 껄끄러운 가시가 아래나 밖을 향해 많다. 줄기, 잎, 이삭줄기, 꽃싸게(苞), 심지어 암술대 가리지 않고 가시털이 있다. 너무 뻐시고 빽빽하게 나 있어 긁히면 피가 나서 맨 손으로 뽑아내기도 어렵다. 환삼덩굴이 이처럼 가시를 온몸에 가지는 것은 나름대로 벌레의 침입을 막아 살아남기 위한 책략이니 사람생각만 하여 나쁘다고 할 일도 아니다.

   
  암꽃
잎이 삼 잎을 닮고 덩굴을 뻗는다 하여 환삼덩굴이라 했다 한다. 그러나 삼은 설명이 되지만 환에 대한 설명은 이해가 안 된다. 문헌이나 자료를 찾아보아도 별 다른 설명이 없다.

실제로 환삼덩굴을 아무리 관찰해도 ‘환’을 붙인 이유를 댈만한 어떤 아이디어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암, 수꽃을 열중하여 보고 열매를 정신없이 찾다가 그만 손등이며 팔을 긁혀 여러 번 피를 보았다. 그때 ‘이 줄기를 사포(砂布)처럼 쓰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10월이 되어 마른 줄기를 꺾어 나무 등을 문질러보았다. 껍질에 상처가 나고 약간이나마 갈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큰 기대는 못하지만 궁할 때는 아쉬운 대로 사포대용으로 쓸 수 있었다.

여기서 힌트를 얻어 ‘줄’을 연상하고, 줄에서 ‘환’의 정확한 의미를 찾았다. ‘줄’은 쇠붙이를 쓸거나 깎고 매끄럽게 하는 데 쓰는 도구이다.

   
  수꽃
‘환’은 금속이 아닌 목재 등을 쓸거나 깎고 다듬는 데 사용하는 연장이다. 그렇다면 말이 된다. 따라서 환삼덩굴이란 이름은 ‘환’이라는 도구로 사용할 수 있는 줄기와 삼 잎을 닮은 잎을 가진 덩굴에서 비롯되었다.

환삼덩굴은 유난히 다른 이름이 많다. 한삼덩굴, 시금치풀, 껄껄이풀, 범상덩굴, 식혜덩굴, 도둑놈풀, 율초(葎草), 갈률만, 갈륵만, 흑초, 늑초, 갈률초, 갈늑자, 활인등, 과강용, 오조용, 가고과, 고과등, 우교적, 내매초, 노호등, 납랍등, 납랍만, 천장초, 납랍앙, 거거등, 삼나만으로 불린다.

환삼덩굴은 암수딴그루의 한해살이풀이다. 수꽃은 5개의 긴 타원형의 꽃받침잎 조각이 갓 모양으로 수술 5개를 덮고 있다. 꽃밥주머니는 터지거나 갈라지지 않는다. 끝에 2개의 작은 구멍이 있고, 이 구멍을 통해서 노란 꽃가루가 나와서 바람을 타고 암술로 날아가 꽃가루받이를 한다.

수꽃이 한창인 여름 한낮에 수술꽃차례를 건드려보라. 노란 꽃가루가 떡가루를 뿌리듯 흩날린다. 암꽃은 포(苞) 속에 2갈래의 실 같은 가는 흰색의 암술대를 가지고 있고 긴 것은 포 밖으로 나온다. 암술대에는 아주 잔 흰 털이 있다.

열매는 잎겨드랑이나 줄기 끝에서 나온 이삭 줄기에 수 개에서 수십 개가 달려 송이를 이룬다. 이삭송이는 길이 1~5cm, 이삭줄기 지름 0.2~0.3㎜다. 1개 포(苞)에는 1개 열매가 쌓여 있다.

   
  열매
포는 움푹 들어간 주걱 모양이며 끝은 좁고 뾰족하다. 포는 길이 5~10㎜, 너비 3~5㎜, 두께 0.1㎜ 정도며 열매가 들어 있는 것은 두께가 2.0~3.5㎜다. 색은 초기에는 녹색이나 붉은 색이며 익으면 갈색, 흑갈색이 된다. 광택은 없다. 겉과 가장자리에 잔가시털이 많으며 전체에 잎맥 같은 주름이 여러 개 있다. 물에 뜬다.

열매는 익으면 포가 벌어지고, 그러면 씨가 빠져나온다. 특이한 것은 한 이삭에 초기 어린 열매에서 완전히 익은 열매, 익어 씨가 빠져나간 빈껍데기 포, 그리고 위 끝 부위에는 암꽃이 피어 있다.

씨는 납작 도톰한 원형이나 타원형이다. 위 끝에 작은 돌기가 젖꼭지처럼 돋아 있고, 돌기 가운데에 구멍이 뚫려있는 것처럼 보이나 움푹 들어가 있을 뿐 구멍은 없다. 마치 납작한 수류탄이나 군용물병 같다.

학문상으로는 여기서 말하는 씨를 열매로 보고 수과(瘦果)라 하나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편의상 씨로 보았다. 색은 초기에는 녹색이며 연한 녹갈색을 거쳐 익으면 황갈색이나 흑갈색이 된다.

   
  포에서 나온 열매
크기는 길이 3.5~5.0㎜, 너비 3.0~4.5㎜, 두께 1.5~3.0㎜다. 광택은 없다. 겉은 어린 것은 세로의 가는 줄이 여러 개 있고 매끄러운 편이다. 그러나 익으면 껍질이 터서 줄이 없어지고 깜밥(누룽지)처럼 보이기도 하고 옆은 줄이 가로세로로 그어져 수십 개의 작은 돌기가 나 있는 듯 하기도하다. 물에 넣으면 겉에 기름칠을 한 듯 물이 묻지 않고 뜬다.

씨로 본 것을 조사해보니 겉껍질과 속껍질이 있고, 그 안에 씨가 들어 있었다. 겉껍질은 두께 0.1㎜이하로 얇고, 속껍질은 두께 0.2~0.3㎜정도이며 딱딱한 편이다. 따라서 여기서 씨로 본 것이 학문적으로는 열매로 보는 것이 맞음을 증명해준다. 

실제 씨는 껍질 속의 어린 알갱이로 초기에는 녹색이고, 익으면 갈색이다. 껍질은 0.05㎜이하로 얇고 연하다. 그 안의 알갱이는 초기에나 익은 후에나 모두 희다.

잡초에 지나지 않는 환삼덩굴에도 슬픈 이야기가 전해온다.
옛날 시골에 아기와 엄마 둘이 살았다. 밭주인이 아기 데리고 일하러 오는 것을 싫어해 엄마는 가까운 수풀 속에 아기를 숨겨놓고 일을 했다.

   
  씨 속의 달팽이 모양 배
그러던 무더운 여름 어느 날 아기는 그만 더위를 견디지 못하고 열사병으로 죽었다. 엄마는 일하러 다니는 길옆에 아기를 묻었다. 그런데 무덤에서 이상한 풀이 자라더니 그 열매가 엄마 옷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엄마는 아기가 환생해서 자기와 떨어지지 않는 것이라 생각하니 슬프고 괴로웠다. 어머니는 아이의 죽음에 대한 슬픔과 괴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병이 들어 죽었다. 마을 사람들은 엄마를 아기 무덤 옆에 묻었다.

엄마 무덤에서도 역시 이상한 풀이 자라 덩굴을 사방으로 뻗어 아기 무덤에서 자란 풀과 서로 엉켜 떨어지지 않았다. 아기 무덤에서 자란 풀이 도꼬마리이고 엄마 무덤에서 자란 풀이 환삼덩굴이라 한다.

마을 사람들은 엄마와 아기가 저승에서는 떨어지지 않고 같이 살고 싶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어낸 이야기겠지만 우리들 마음을 울린다.

환삼덩굴은 농부에겐 성가신 잡초에 불과하다. 그러나 고혈압, 폐결핵, 이뇨에 약효가 있고 열을 내리며 몸 안의 독을 풀어주는 효능도 있다한다. 쓸모없는 귀찮은 잡초라도 눈여겨보아야하는 까닭이다. 정부와 관계기관 그리고 전문가들이 식물생체공학과 식물약리분야대한 관심과 지원을 늘렸으면 한다.

포에서 빠져나온 씨는 수류탄 같아 던지면 폭음과 함께 폭발할 것 같다. 하지만 껍질을 벗겨 안을 들여다보니 하얀 달팽이 한 마리가 잠을 자고 있는 듯했다. 씨는 정말 볼수록 묘하고 신기하다.

 

 

달팽이 모양의 배(胚)                                                                전신주 보다 높이 올라간 환삼덩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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