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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알여행 119-구상나무:선녀를 만나려면 구상나무 곁으로 가라 본문
구상나무는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늘 푸른 바늘잎 키 큰나무다. 프랑스 신부 포리(Faurei)는 이 나무를 한라산에서 처음 발견하고 분비나무의 한 종으로 분류동정을 하였다. 구상나무는 제주도 방언으로 ‘쿠살낭 또는 쿠상낭’이라 한다. 이것은 성게를 뜻하는 제주도 방언인 ‘쿠상, 쿠살’과 나무를 뜻하는 ‘낭’의 합성어 즉 성게나무란 말이다. 열매 실편에 붙은 포 끝의 바늘이 밖으로 나와 뒤로 젖혀져 있는 모습이 마치 성게처럼 보여서 불러졌다. 그럼 성게나무라 하지 않고 왜 구상나무라 했는가? 사실 성게나무라고 불렀으면 그만이다. 그래도 아무 문제가 없다. 까바귀밥나무, 까치박달, 노루귀, 괭이밥 등 식물 이름에 동물이름을 넣어 지은 이름이 많다.
구상(鉤狀)나무가 여러 자료에 솔방울 모양을 뜻하는 구상(毬狀, 球狀)나무라고 한 것보다 논리적이고 나무 특성에도 더 맞다. 그리고 강판권 교수가 지은 나무사전에는 구상(具常)나무라고 하고 ‘늘 갖추고 있다’ 또는 ‘온전한’을 뜻하는 데서 유래되었단다. 그러나 내가 아무리 구상나무를 보고 또 보아도 무엇을 항상 갖추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 고개가 갸우뚱 해진다.
열매는 키가 2m도 안 되는 작은 나무에도 열렸으며 위가 좁은 원기둥이다. 겉은 실편이 벽돌을 쌓듯 차곡차곡 엇갈려 쌓여 있는 모습이며, 한 층에 3개의 실편이 놓인다. 실편과 실편의 양옆 끝은 약간 겹쳐지며 겹친 부위 위에 실편의 중앙부위가 오도록 올려져 쌓인다. 실편 층은 보통 20~30개다. 실편은 위 끝 가장자리가 위를 보고 약간 안쪽으로 굽은 듯하다. 실편은 자루가 짧은 부채모양이며, 자루 위 양쪽은 구멍이 뚫린 듯하다. 이것은 씨 알갱이 부분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실편 크기는 길이 9~13㎜, 너비 10~25㎜, 두께 1~2㎜다. 실편 자루는 아래로 약간 굽었으며, 그 맨 아래가 열매축에 붙어 있다. 겉에는 포가 붙어 있는데 포 끝에는 길이 2~3㎜의 바늘 같은 돌기가 뒤로 젖혀져 갈고리모양을 한다. 이것이 분비나무와 구별되는 점의 하나다. 포는 실편 겉 중앙에 붙으며 가장 자리는 실 톱니 같고, 크기는 길이 9~13㎜(실편과 같거나 약간 짧다), 너비 4~7㎜, 두께 0.5㎜이하다. 열매 색은 푸른구상, 검은구상, 붉은구상 등 종류에 따라 초기 색은 다르다. 그러나 익으면 대체로 적갈색이나 흑갈색으로 된다. 크기는 길이 4~7cm, 지름 2.5~3.5cm다. 광택은 없다. 실편은 물론 열매도 물에 뜬다.
그러면 가지에는 열매축이 겉이 곰보 모양을 한 촛대처럼 서 있다. 열매 축에는 실편이 붙은 자욱이 흰점으로 뚜렷하게 남아 있으며 그 자리는 움푹 파여 있다. 열매에는 수십~수백 개의 씨가 들어 있다. 씨는 날개가 붙으면 자루 없는 부채모양이고 날개를 떼어내면 도톰 납작한 긴 세모모양이다. 색은 날개는 회갈색이나 회색인데 뒷면이 앞면보다 옅다. 씨알은 초콜릿색, 진한 적갈색이며, 날개가 덮지 않은 뒷면 일부는 약간 노란빛이 나는 갈색으로 목질처럼 드러난다. 날개는 전나무와 같이 완전히 씨알을 싸지 않아 조심스럽게 날개와 씨알을 분리하면 날개 전체는 세모 쓰레받기 같다. 크기는 날개 붙은 전체는 길이 9~12㎜, 너비 6~9㎜, 두께는 날개 끝 0.03㎜이하, 씨알을 덮은 부분 0.1㎜정도, 날개를 떼어낸 씨알은 길이 5.0~7.0㎜, 너비2.5~3.0㎜, 두께 1.3~2.3㎜다. 씨알은 광택이 약간 있으나 전체적으로는 없다. 물에 뜬다.
씨알은 딱딱하고 단단하다. 씨알맹이에서 껍질을 벗기면 알갱이는 누런색이며 그 안에 흰 실 같은 배(胚)가 1개 들어 있다. 씨껍질 두께는 0.01㎜로 얇다. 구상나무는 언제 보아도 수형(樹形)이 크리스마스트리처럼 아름답고 굽거나 휘지 않고 곧아 고고한 기품이 있다. 잎은 전나무와 달리 끝이 2갈래로 갈라진 듯 둥그런 하여 만져도 아프지 않다. 열매는 당당하게 하늘을 향하고, 익으면 미련 없이 조각조각 부서져 씨앗을 날리고 사라진다. 이래서 세계인이 구상나무를 좋아하는지 모른다. 향기가 좋아서일까? 기품과 우아함을 겸비해서일까? 추위를 견뎌내는 강인함 때문일까? 선녀가 하늘에서 내려와 목욕을 할 때, 옷을 벗어 구상나무에 걸어놓는다는 전설이 있다. 남자들이여, 선녀를 만나고 싶은가? 그러면 구상나무 옆으로 가라. 혹시 아는가? 선녀는 아니래도 우아한 공주를 만날지. 나쁜 의도만 없다면 상상은 얼마든지 해도 죄가 되지 않는다. ------------------------------------------------------------------- [유기열 박사 프로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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