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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열의 씨알여행 114 꽃며느리밥풀, 한(恨)을 꽃으로 승화시킨 풀꽃 본문
이름 앞에 꽃 자가 들어가는 나무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고 풀의 경우도 드물다. 오히려 개불알꽃, 동자꽃, 바늘꽃, 붓꽃, 은방울꽃, 제비꽃, 초롱꽃, 할미꽃 등 이름 뒤에 꽃 자가 붙은 풀은 많다.
꽃은 입술 모양의 꽃잎 2개가 위아래로 벌리고 있다. 아래 꽃잎은 크고 앞으로 약간 튀어 나왔다. 이 붉은 자주색 꽃잎 위에 하얀 돋음 무늬 2개가 나란히 있는데 영락없는 쌀 밥알 같다.
바라보고 있으면 먹고 싶기도 하다. 이런 꽃의 특징 때문에 꽃며느리밥풀이라 했다. 한방에서는 산라화(山蘿花, 山夢花)라 하여 청혈해독 약재로 사용한다.
이름엔 슬픈 전설이 전해온다. 홀어머니가 아들을 장가보내 며느리를 맞았다. 마음씨 고운 며느리는 시어머니를 잘 섬겼으나, 시어머니는 ‘네년 때문에 아들의 효심이 식었다’며 며느리를 구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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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 ||
심술궂은 시어머니 등살에 견디지 못하고 며느리는 시름시름 앓다가 죽었다. 과거에 급제하여 금의환향한 아들은 아내의 무덤을 찾아 하염없이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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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 | ||
열매는 위로 가며 크게 좁아지며 끝이 뾰족한 도톰한 원뿔형이나 약간 눌러진 달걀형이다. 이삭은 줄기 끝에서 나오며 길이는 1~10cm이다. 열매는 이삭줄기에 마주 달리며, 열매 수는 수개에서 수십 개에 이른다.
열매자루는 없거나 1㎜이하로 짧다. 열매가 달리는 이삭줄기에는 개개 열매 아래에 1장의 포(苞)가 나 있다. 포는 자루가 달린 잎 같으며 아래는 넓고 위로 갈수록 갑자기 좁아지고 끝이 뾰족하며 가장자리에 가시털이 드물게 나 있다.
열매 아래에는 꽃받침이 붙어 있다. 꽃받침은 원통형이나 중간부분부터 위로는 4조각으로 갈라져 있으며 크기는 길이가 열매보다 짧고 겉에는 잔털이 나 있고 길고 끝이 날카로운 세모꼴이다.
열매 색은 초기에는 녹색이며 익으면 검은 색이나 흑갈색이다. 크기는 길이(높이) 7~11㎜, 너비 4.0~6.5㎜, 두께 1.5~3.0㎜이다. 광택은 없다. 겉에는 아주 짧은 잔 가시털이 있다. 물에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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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씨 | ||
씨는 아래 위 양끝이 둥그런 긴 타원형이다. 아래에 흰색의 얇은 물체가 있는데 이것은 헛 씨껍질(假種皮)이다. 씨의 색은 초기에는 흰색이며 익으면 검은색이나 갈색이 된다. 크기는 길이 3~5㎜, 지름 1.5~2.5㎜이다.
광택은 어린 흰색 씨는 있으나 익어 마른 씨는 없다. 겉은 어린 흰색 씨는 매끄러우나 익은 검은 씨는 흰색 씨만큼 매끄럽지 않다. 어린 흰색 씨는 물에 가라앉으나 익은 씨는 가라앉기도 하고 뜨기도 한다.
열매 속에 가지런히 들어 있는 어린 씨는 쌀알을 닮았다. 쌀 밥알에 대한 갈망이 커서였을까? 아님 입에 문 쌀 밥풀에 대한 시어머니의 오해를 풀기 위해서일까?
그러나 꽃말이 ‘여인의 한’인 꽃며느리밥풀의 잎, 꽃, 열매, 씨의 어디에도 여인의 한은 표출되지 않는다. 오히려 꽃을 보고 있노라면 여자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매력이 있다. 그래서 써본 “꽃며느리밥풀 꽃”이란 자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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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은 씨 | ||
한(恨),
너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원한(怨恨)마저
꽃으로 승화시키다니
여자여, 네가 있어 세상이 아름답다
억울함,
세상에 죽음을 불러오는 분노(憤怒)까지
피 흘려 씻어 내다니
꽃며느리밥풀아, 참으로 정말 고맙다
너를 만난 다음부터
삶이 억울하다는 생각을 조금 버릴 수 있게 되니
행복이 슬금슬금 기어 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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