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내가 시 될 때까지 (56)
희망과 행복의 샘 Spring of Hope & Happiness
울고 싶다. 싫껏 울고 싶다. 소리내어 엉엉 맘껏 울고 싶다. 그런데 울 수 없다. 울면 안 된다. 나보다 더 울고 싶은 사람이 많아서다. 오히려 웃어야 한다. 가슴이 흥건히 젖고 눈물이 강이 되어 흘러가도 웃어야 한다. 언제쯤 울고 싶을 때 울 수 있을까? 그래서 그런지 우는 사람을 보면 부럽다. 행복해..
가진 게 없어도 씨는 나를 부끄럽게 하네 빛이 드는 곳은 몸 하나 눕힐 자리 탐하지 않고 어두운 땅 속을 마다하지 않네 어쩌다 벌레가 몸을 갉아 먹으면 아픔을 참으며 그대로 있네 운 좋아 벌레가 남겨놓으면 허름한 껍질 옷까지 벗어버리고 썩어 본래 형체를 버리네 말하지 않아도 씨는 나를 무릎 ..
당신을 알기 전엔 보이는 길만 걸었어요. 발자국들이 모이면 길이 되는 줄을 모르고서. 당신의 사랑을 받기 전엔 이길 저길 헤맸어요. 뒤따라 걷는 이가 없으면 큰 길도 없어지는 줄을 모르고서. 당신을 사랑하기 전엔 길이 끝나면 거기서 멈추었어요. 새 땅에 발을 내딛어 길을 만들려고 안 하고서. 사..
미안해, 정말 미안하다. 네가 사랑도 미룬 채 밤을 새워가며 지은 집 아침 산책하다 한 순간에 무심코 부셔버렸으니 어쩌면 좋니. 바람이 숭숭 들어오는 집 한켠에서 이슬을 맞아가며 혹시나 하며 먹거리 얻어질까 가슴조여가며 지켜보았을 너를 생각하니 아무리 나를 못된 놈이라 꾸중해도 너 한테는..
힘들어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앞을 보니 걸어온 길보다 더 먼 길 위에 나 홀로 있네 아무리 빨리 달려도 길은 끝나지 않는 데 무엇이 그리도 바빴는지 앞만 보고 달려온 길 뒤돌아 보니 같이 걷던 그들은 다 어디 가고 바람에 흙먼지만 날리는가 그래도 가야한다 그게 운명이다 갈 수만 있다면 혼자여..
바람이 나무 가지만큼 찢어지며 추워 떤다 나무는 알 몸으로 서로서로 바람을 보듬어 준다 그런 숲 위에 달이 내려와 앉는다 세상은 조용하고 평온하다 법당을 나오는 스님만 혼자 장삼(長衫) 깃을 여미며 알듯모를듯 한 독백을 한다
햇살이 창두드리는 소리에 눈을 뜨면 부활하는 기분에 들뜬다. 하늘을 우러러 감사기도를 한다. 시간이 가는 것을 가만히 보다가 내 안의 나와 인사를 한다. 문 밖엔 어디나 살아있으니까 그냥 사는 영혼 없는 사람냄새로 가득하다. 남들도 나를 그런 사람으로 볼까 두려워 뒷걸음질 친다. 내가 온 길..
당신 없인 난 아무 것도 아닙니다. 그저 움직이는 고기 덩어리에 불과해요. 당신 없인 난 그 무엇도 할 수 없어요. 그저 무덤 속의 주검에 지나지 않아요. 겨울의 길목에서 낙엽이 떨어져나가듯 영광은 사라지고 사람마저 떠나다니 노을 너머로 썰물이 빠지듯 힘까지 잃어가는 지금 당신이 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