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열의 씨알여행 203-부추는 물만 먹고 얼마나 살까? 그리고 .....(KI YULL YU's Seed Story 203-How long does Allium Tuberosum live with only water? And …)

나는 부추를 실내에서 물로만 키워 보았다. 그랬더니 1년10월을 살았다. 정말 생명력이 대단했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부추는 아프리카 르완다에서는 한국 노지재배처럼 매년 혹 모양의 굵은 땅속줄기를 생성하지 않았다. 이는 겨울을 나는데 필요한 양분을 저장할 필요성이 없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부추는 여러해살이식물로 학명은 Allium tuberosum, 영명은 garlic chives, Chinese chives, Oriental garlic, Asian Chives, Chinese leek, 한국명은 솔, 정구지(精久持), 월담초(越牆草), 파벽초(破壁草), 파옥초(破屋草), 기양초(起陽草) 구근(韭根), 구(韭), 구채(韭菜), 비(菲), 편채자(扁菜子), 구채자(韭采子), 난총(蘭葱), 구자(韭子)등 이름이 많다.

 

▴부추는 물만으로 얼마나 오래 살까? 궁금하여 자료를 찾아보았지만 찾지 못했다. 그래서 르완다에서 생활하는 동안 부추를 실내에서 물로만 길러 보았다.

 

 

2013년9월20일에 물 컵에 부추 2대를 넣고 물을 부어 거실에 놓았다. 가끔 물이 마르지 않도록 물만 주었다. 그런데 한 달, 여섯 달이 지나도 부추는 살아 있었다. 신통방통하여 관심을 갖고 키우다 보니 1년이 넘었고, 1년9월이 되던 2015년 6월12일에 한 줄기 잎만 남아 있다가 2015년7월10일에 마지막 잎마저 시들어 죽었다. 장장 1년10월 만이다. 부추는 정말 생존력이 강한 식물이었다.

 

생명력이 강해서일까? 부추는 밭에서도 심어 놓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땅위 줄기와 잎을 잘라 이용하면 된다. 그런 다음 잘라낸 부추위에 살짝 흙만 덮어주고 일정기간 지나면 다시 수확할 수 있다. 게다가 지역적응력도 강한 편이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부추의 땅속줄기 발달양상이 열대와 온대에서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부추는 한국에서는 겨울을 지나면 지난 해 만들어진 땅속줄기는 굵어져 혹처럼 변하고 새로운 땅속줄기가 또 생기는데 르완다에서는 한 해가 지나도 땅속줄기가 굵어져 혹처럼 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된 자료를 찾아보았지만 아직 찾지 못했다.

 

 

왜 열대에서는 부추의 땅속줄기가 혹처럼 굵어지지 않을까? 나는 아마도 열대에는 겨울이 없기 때문에 부추가 겨울을 나는 데 별도의 양분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추정한다. 다시 말하면 땅속줄기에 겨울용으로 양분을 저장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부추는 르완다에서는 아직 채소로 자리매김하지 못한 상태이나 베트남에서는 한국 못지않게 부추가 채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잎과 줄기는 물론 꽃봉오리와 꽃대까지 시장거래가 되고 가정집은 물론 식당에서도 음식으로 나온다.

 

▴그렇다면 서양에서는 어떨까? 원산지가 동북아시아여서 그런지 서양에서는 채소보다는 관상용 꽃으로 더 사랑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원 관상식물로 많이 추천되기도 하는 이유다. 실제로 자세히 찬찬히 바라보면 부추 꽃은 여느 꽃 못지않게 아름답고 향기롭다. 꽃말은 ‘무한한 슬픔’이란다.

 

 

▴“봄 부추 한 단은 피 한 방울보다 낫다”는 말도 있다. 부추는 몸을 따뜻하게 하고 피를 맑게 하며 허약제질 개선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내가 어렸을 적에 아프면 어머니는 쌀죽을 끓인 뒤에 부추를 조금 넣어 간장으로 간을 맞추어 주곤 했다. 지금도 어머니의 정성과 그 신통함을 잊지 못한다. 전통적으로 민가에서 부추를 원기회복에 사용한 증거다.

 

부추는 생명력과 환경적응력이 강하다. 용도 또한 다양하여 식용과 관상용(꽃)은 물론 약용으로도 매력적인 식물이다. 알면 알수록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다 귀한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