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열의 베트남 16-하노이에 생명의 소중함을 깨우쳐 주는 나무가 산다 (A tree lives in Hanoi that makes us realize the preciousness of life

하노이 호치민 생가 유적지 호숫가 땅위로 자라는 낙우송 뿌리들

나무줄기는 땅위로, 뿌리는 땅속으로 자란다. 이것이 자연의 섭리(攝理)다. 그런데 하노이의 대통령궁과 호치민 생가가 있는 유적지에는 뿌리가 땅위 하늘로 자라는 나무가 있다. 낙우송이라는(落羽松) 나무다. 찾아오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말없이 생명의 소중함을 깨우쳐 주고 있다.

호치민 생가 유적지 땅위로 자라는 호숫가 낙우송 뿌리

호치민 생가 옆에 아름다운 호수가 있다. 호치민 생가를 구경하고 나와 호수다리를 건너가면 호숫가에 아름드리 큰 나무들이 있다. 나무아래 물가에 수백 개의 작은 돌탑 같은 것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낙우송 나무의 뿌리다. 나무뿌리인데도 보란 듯이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고 땅위로 자라고 있다.

낙우송은 북미가 원산지이다. 열대지역에서는 침엽수이기 때문에, 온대지역에서는 침엽수이지만 낙엽성이기 때문에 사랑을 받는다. 학명은 Taxodium distichum (L.) Rich, 영명은 Deciduous Cypress, 베트남이름은 Bụt Mọc이다. 관광안내 전단지에는 부처나무(Buddha tree)로 되어 있다.

그럼 왜 호치민 생가 유적지의 낙우송 뿌리는 땅위로 자랄까?

물가와 습지에서 자라기 때문이다.

낙우송이라고 모두 뿌리가 땅위로 자라지 않는다. 물가가 아니고 배수가 잘 되는 사양토(砂壤土)에서 자라는 낙우송은 뿌리가 일반 나무처럼 땅속으로 자란다. 그러나 하노이 호치민 유적지와 같이 낙우송이 물가에서 자라면 틀림없이 뿌리가 땅위로 하늘을 향해 자란다.

왜 그럴까?

이유는 낙우송이 살아남기 위해서다.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나무도 살기 위해서는 산소가 필요하다. 그래서 호흡을 하여 산소를 얻는다. 나무의 호흡은 잎이 무성한 때는 주로 잎과 줄기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나 잎이 진 뒤에는 줄기(樹皮)와 뿌리로 호흡을 한다. 

그런데 물가나 습지에 사는 낙우송은 뿌리로 호흡하여 필요한 산소를 얻기가 어렵다. 습지나 물밑 흙에는 토양공극(土壤孔隙, Soil pores)이 적어 산소가 일반 흙속보다 많이 적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는 데 필요한 산소를 더 얻기 위하여 뿌리를 물밑이 아닌 곳으로 뻗고, 그것으로도 안 되면 자연의 섭리마저 거스르며 뿌리를 땅위로 내밀어 자라게 한다.

한국에서 찍은 낙우송 열매

아주 작지만, 하늘의 이치마저 거역하며 땅위로 올라와 하늘을 향해 아주 마디고 더디게 자라는 낙우송의 뿌리를 보면서 중얼거렸다.

‘그래 맞아. 

생명보다 귀중한 것은 없다. 세상을 다 얻고 생명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으랴! 사는 것만큼 아름답고 황홀한 것도 없다. 

말 못하고 걷지도 못하는 나무까지도 오직 하나 살아남기 위하여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기까지 하는 것을 보라. 가진 게 적고 살기가 좀 팍팍하면 어떠랴! 주어진 여건을 받아들이고, 살아 있음에 고마워하고 즐겁게 열심히 살자!

아자~ 아자~’

호치민 생가 유적지를 구경하고 나왔다. 생명을 지키기 위하여 자연의 섭리마저 거역하는 낙우송의 돌탑 같은 뿌리가 눈에 아른거렸다. 하노이와 사람, 그리고 돌멩이들까지 더 소중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keyword 하노이  나무  섭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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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 YULL YU PhD, (농학박사 유 기 열)
WFK NIPA Advisor, KVIP, Vietnam
Former KOICA Advisor and Professor at University of Rwanda
Former Director at Ministry of Agriculture, Forestry and Fisheries,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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