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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 못해 본문

왜 사는가

죽지 못해

futureopener 2006. 6. 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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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하기 무척 좋은 어느 날이었다.

나는 가벼운 차림으로 바람이 살랑거리는 꽃길을 걸었다. 얼굴에 웃음 가득한 연인들이 지나갔다.

"무엇이 그리도 좋아 저리도 얼굴에 웃음이 가득할 꼬?" 

곰곰히 생각하며 걸었다. 물어보고 싶었지만 분위기를 깰까 봐 그냥 스쳐지나쳤다.

얼마를 더 걸었다.

이번에는 얼굴에 근심이 가득한 노 부부가  바위처럼 앉아 있었다.

"무엇이 그리도 괴로워 저리도 수심이 가득할 꼬?"

의문을 품었다. 어차피 나쁘게 보이는 분위기라 더 나빠질리 없다는 생각이 들어 인사를 하고 물었다.

"왜 그렇게 걱정이 태산같아 보이세요?"

부인이 내 얼굴을 힐끔 처다 보았다.

"알아서 뭣하려고 그래요. 참견 말고 가보세요"

부인이 퉁명스럽게 쏘아 부쳤다.

그때였다. 남자 분이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할멈은 항상 그런다오."

"언제 내가 항상 그랬소? 당신이 이렇게 만들었째."

"내가 언제 그랬소. 결혼 전에도 그랬지."

"뭣이라고요. 결혼 전이라고에. 기 막혀서. 당신이 돈을 많이 벌어다 주고 10년에 한 번꼴이라도 여행 한 번 같이 했으면 이러지 않지요."

부부는 내가 있는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서로 말다툼을 했다.

민망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다.

그들도 민망했나보다.

겸연쩍은 모습으로

"산다는 게 다 이런거라오. 젊은 이는 안 그러오"라고 남자분이 말을 걸었다.

"그래요. 산다는 자체가 어렵지요. 헌데 이렇게 사는 것이 어려운 데, 사람들은 왜 살려고 바둥델까요?"

나의 물음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야, 죽지 못해 살지, 뭐 살고 싶어서 사남"이라고 부부가 동시에 말을 했다. 무슨 약속이라도 한 듯이 말이다.

그런가 보다.

태어나기는 했는데 그런다고 죽지는 못하고 그래서 사는 사람이 뜻 밖으로 많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죽지 못해 사는 삶은 행복할 수 없다.

살아 있는 한 죽으려는 생각보다 어떻게 하면 그래도 더 잘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열심히 사는 것이 같은 조건의 삶이라면 더 낫다. 그것이 우리가 지켜야할 삶의 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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