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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열의 씨알여행 190-금비나무열매는 긴 소시지모양, 수십 개 칸에 씨를 품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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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열의 씨알여행 190-금비나무열매는 긴 소시지모양, 수십 개 칸에 씨를 품다

futureopener 2020. 8. 30.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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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비나무열매는 긴 소시지모양, 수십 개 칸에 씨를 품다

 

식물은 꽃만 보고는 열매나 씨의 모양을 가늠하기가 어렵다. 금비나무는 더욱 그랬다. 꽃은 금비가 내리는 듯, 금발을 드리운 듯 아름다웠지만 열매는 아주 딴판이었다. 볼품도 멋 데기도 전혀 없었다.

열매는 30~70cm의 긴 막대기나 긴 소시지 모양이다. 열매 안에 가로로 수십 개의 칸이 있고, 한 칸에 하나씩 씨를 품는다. 씨는 검은 고약(膏藥) 같은 점액질(粘液質)의 열매살(果肉)에 싸여 있다. 씨는 납작하고 도톰한 타원형이며 적갈색이다. 

 

금비나무 열매와 씨의 자세한 설명은 아래와 같다.

 

.열매열매는 둥근 긴 막대기나 마른 긴 소시지를 닮았다. 크기는 길이30~70cm, 지름1.5~2.0cm이다. 색은 초기에는 녹색이나 익으면 흑갈색, 갈색, 흑색이 된다. 잎이 다 떨어진 앙상한 줄기와 가지에 긴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있는 모습을 보면 길고 가는 소시지를 치렁치렁 걸어 말리는 모습이 연상된다. 중국에서 금비나무를 납장수(腊肠树), 즉 소시지나무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특이한 점은 다른 콩과식물 열매와 달리 익어도 벌어지거나 갈라지지 않는다. 벌어지지 않은 채 바닥에 떨어지면 껍질이 부서지기도 하고 비에 젖어 썩어 터지거나 벌레가 먹거나 하면서 씨가 밖으로 나온다. 익은 열매껍질은 딱딱하고 두드리면 부서진다. 

 

 

                                                                              금비나무에 달려 있는 열매들

 

초기에 덜 익은 열매 안의 물질은 습하며 질기지만 끈적이지 않고 색은 노랗거나 진한 주황색이다. 그러나 익으면 검고 끈적거리는 점액질(粘液質)로 변한다. 몹시 끈적끈적하다.

 

 

익은 열매 안에는 가로로 너비2.5~3.5mm 크기의 수십 수백 개 칸이 만들어져 있고, 각 칸에 1개의 씨가 고약 같은 끈적끈적한 흑색물질에 싸여서 들어 있다. 열매가 부서지면 칸을 만들고 있는 칸의 막(膜)이 껍질 안에서 떨어져 나오는데, 막은 두께가 1mm도 안 되는 얇은 원판(동전)모양이다. 1개 열매에는 보통 50~150개의 칸이 있다.

 

 

익은 열매, 그 안의 칸,검은 물질, 칸막, 씨 등

 

.: 씨는 납작 도톰한 타원형이다. 크기는 길이6~10mm, 너비4~5mm, 두께2~3mm다. 익지 않은 초기 씨는 흰색이며 겉이 매끄럽고 부드러우나 익으면 적갈색, 흑적갈색이 되고 딱딱하고 단단하다. 

 

익은 열매에 들어 있는 작은 물체(씨)를 둘러싸고 있는 흑색 점액질을 제거하면 씨가 나온다. 물기가 있을 때의 씨는 윤기가 나나, 마르면 윤기는 없어진다. 

금비나무가 씨 하나하나를 검은 점액질로 싸고 있는 것은 씨를 벌레의 침입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함이다.

 

씨는 동물에 의해서 퍼뜨려진다고 한다. 황금 자칼(Golden Jackal)이 열매를 먹고 옮겨 다니며 똥을 누면 씨가 배설물에 섞여 나와서 확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비나무 씨

 

다른 한 가지는 빗물에 의한 이동이다. 내가 관찰한 바로는 떨어진 열매 껍질이 썩거나 부서져 씨가 나오면, 씨 단독으로나 열매가 빗물 등에 의해 떠내려가는 방법으로 이동하였다. 열대에서는 비가 많이 오는 우기에 씨나 열매가 빗물에 씻겨 실개천을 따라 이동할 수 있다. 

 

금비나무가 낙엽 지는 나무임을 몰랐을 때는 앙상한 금비나무를 보고 ‘나무가 죽었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금비나무가 낙엽성 활엽수이기 때문에 열대에서도 낙엽이 진다는 것을 안 뒤였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말라 보이는 금비나무 아래에 낙엽이 많이 널려 있었다. 낙엽을 밟으며 걸어 보았다. 30℃를 오르내리는 무더위와 따가운 햇살 탓인지 한국에서의 가을정취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30℃를 넘는 폭염 속에서 만난 낙엽 길은 오직 피하고 싶었다. 사색이니 낭만이니 센티함 등은 생각조차 안 났다. 그런 생각을 한다면 오히려 그것은 사치나 군더더기 아니면 미친 짓으로 조롱거리만 될 상 싶었다. 인간의 감정은 기후, 주변 환경, 앎의 정도 등에 크게 영향을 받았다. 환경이 살기에 알맞아야 인간은 더 많은 사물과 여건을 즐기며 사색과 낭만에 빠지는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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