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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열의 르완다47] 가을도 단풍도 없지만... 본문

르완다-Rwanda in Africa

유기열의 르완다47] 가을도 단풍도 없지만...

futureopener 2013. 11. 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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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re is no Autumn in Rwanda. 

It is also not easy to see  the red and yellow maples in Rwanda.

All the year round, mountains and fields are green.

I wrote a leaf letter, content of which  is

'미안해요. 고마워요, 사랑해요. Sorry. Thank. Love.

Ki-Yull Yu, ISAE, Rwanda',

let the letter flow on the stream.

I hope anyone will see the letter and be happy.

 

 

1년 내내 이런 모습인 교정

 

 

계절이 없어서일까? 가을도 단풍도 없다. 그 탓일까? 대학이라 젊은이들의 낭만적인 분위기는 느껴지지만 그다지 센치해지지 않는다. 인간은 주변 환경과 분위기에 영향을 받는 감정의 동물임에 틀림없다. 그래도 어린 시절로 돌아가 유치할지 모르지만 나뭇잎편지를 물에 띄워 보냈다.

르완다에 온지 11개월 내내 산하는 늘 푸르기만 하다. 바늘잎나무(針葉樹) 건, 넓은잎나무(闊葉樹) 건 언제나 녹색 그대로이다. 나뭇잎은 늘 푸르고 무성하다. 그런가 하면 나무 아래에는 언제나 낙엽(落葉)이 굴러다닌다.

이들 낙엽은 폭풍우에 찢겨 떨어지는 잎, 벌레가 먹거나 병들어 떨어지는 잎, 목숨이 다해 떨어지는 잎이 대부분이다. 색깔도 암갈색, 갈색, 회백색이 주를 이룬다. 나무가 겨울을 보내기 위해 가을에 버리는 곱디고운 단풍진 낙엽은 별로 없다. 낙엽 사이로 피어나는 풀꽃들이 단풍을 대신한다.

온대지방에서는 넓은잎나무는 여름처럼 잎을 달고 겨울을 살아남을 수 없다. 겨울엔 온도가 낮고 햇빛이 적은가 하면 뿌리가 물을 충분히 빨아올려 잎에 공급할 수가 없어 광합성작용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무는 가지와 잎(자루)사이에 떨겨층(離層)을 만들어 물과 양분의 이동을 막는다. 가을에 많은 낙엽이 생기는 이유다.

이런 낙엽은 떨어질 때도 곱게 단장을 한다. 잎 안의 엽록소를 소모하며 여름 내내 품고 있던 카로틴이나 크산토필 같은 노란색소를 드러낸다. 뿐만 아니라 안토시아닌 같은 붉은색소를 새로 만들기도 한다. 이렇게 나뭇잎이 마지막을 아름답게 분장한 것이 단풍(丹楓)이다. 이보다 더 멋진 생명의 마지막도 드물다.

이처럼 겨울이 있는 곳에서는 넓은잎나무는 생존하기 위하여 가을이 가기 전에 자기 몸의 일부인 잎을 곱게 치장하여 모조리 버린다.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것만 남기고 모두 버린 채 겨울에는 깊은 휴식과 명상에 들어간다. 그런 나무는 버리고 가진 게 적어도 궁해보이기보다 고고하다. 몸에 걸친 것 하나 없이 거북등처럼 갈라진 거무튀튀한 줄기를 하늘을 향해 곧추세우고 겨울을 버티고 있는 노거수(老巨樹) 앞에 서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그러나 열대지방에서는 겨울이 없기에 나무는 잎을 버릴 필요가 없다. 오히려 잎을 잃으면 살 수가 없다. 1년 내내 낙엽이 나딩굴지만 알록달록 곱게 물든 단풍이 없는 까닭이다.

그렇다손 치더라도 사람들에게 감정까지 건조해지는 까닭은 왜일까? 나이 들어도 가을엔 얼마쯤은 소년처럼 순수해지고 낙엽 길을 걸어도 보고 어디론가 여행도 가고 싶어졌는데 여기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친구들이 보내준 아름다운 단풍사진을 보아도 그저 무덤덤할 뿐이다. 인간이 환경과 분위기를 바꿀 수 있지만 환경과 분위기 또한 인간도, 인간의 삶도 변화시킬 수 있음이 분명하다.

 

 

             11월 1일  교내에서 바라본 앞산 모습

 

가을도 단풍도 없고 그다지 낭만에 젖을 분위기도 아니지만 억지로라도 내재된 감상적 상상과 꿈을 되살리고 싶었다. 고운 단풍잎은 아니었다. 녹색 잎에 붉은 볼펜으로 ‘미안해요. 고마워요. 사랑해요. Sorry. Thank. Love. Ki-Yull Yu, ISAE, Rwanda’라고 썼다. 그리고 맑은 계곡물에 띄워 보냈다.

물길을 따라 부딪치고 걸리고 때론 여유롭게 흘러가 강물을 만나리라. 대서양, 인도양, 태평양 어디로 가도 좋다. 지구마을 어딘가의 누군가가 이 나뭇잎편지를 보고 꿈과 행복을 찾으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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