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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열의 일상다반사-쓰레기로 버려질 비닐봉지의 적재적소 효능(The effectiveness of using a vinyl bag to be discarded as trash in the right place) 본문

일상의 감상

유기열의 일상다반사-쓰레기로 버려질 비닐봉지의 적재적소 효능(The effectiveness of using a vinyl bag to be discarded as trash in the right place)

futureopener 2023. 11. 15.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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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중 예상하지 못하게 많은 비를 만났다. 옷과 소지품은 물론 시간이 흐를수록 몸까지 비에 젖어갔다. 그러자 어떻게 휴대폰을 비에 젖지 않도록 할 것인가 걱정이 커갔다. 생각 끝에 버리려고 주머니에 넣어 둔 비닐봉지를 꺼내 휴대폰을 그 안에 넣고 똘똘 말아서 옷 속 깊숙이 넣었다.

  

용추종점 버스정류장의 비오는 모습
 

버스정류장에 돌아와서 불안한 마음으로 비닐 봉지에 싼 휴대폰을 꺼내 보니 한 방울의 빗물도 묻지 않고 멀쩡했다. 쓰레기가 될뻔한 한 개의 비닐봉지를 이렇게 가치 있게 잘 사용할 줄을 살면서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앞으로는 살아가면서 적재적소(適材適所)  원칙을 따르려고 한다.  

 
계곡에 놓인 3번째 징검다리(비오기 전)

 

휴대폰을 넣어 싼 비닐봉지와 휴대폰

 

 11월3일이었다. 경기도 가평 연인산(戀人山) 명풍 계곡길의 용추구곡(龍湫(九曲) 구간을 산행하다 비를 만났다. 가을비라 조금 오다 말겠지 생각하고 비를 맞으며 산행을 계속 했다. 

마지막 남은 곱고 불타는 듯한 단풍, 땅 바닥에 떨어진 낙엽 밟는 소리, 계곡물 소리, 바늘잎 나무들의 당당한 푸르름, 몸 구석구석까지 시원하게 해주는 신선한 공기, 가끔씩 들리는 이름 모를 새들의 지저귐 등은 물론 몇 방울씩 떨어지는 가을비를 맞으며 걷는 것마저 처음엔 낭만적으로 느껴졌다.

 

모처럼 만에 징검다리도 여러 개를 건너면서 개구쟁이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 보았다. 기대하지 않았던 숲 천이(遷移, Succession)의 마지막 단계인 극상림(Climax forest, 極相林)을 이루는 서어나무도 볼 수 있어 좋았다.

 

그렇게 제8곡 귀유연(龜遊淵, 거북이 놀던 연못)을 지나 마지막 제9곡을 향해 가는데 사방이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빗발이 굵어졌다. 옷이나 몸은 비에 젖어도 괜찮은데 산행을 할 수록 휴대폰의 방수(防水) 문제가 걱정되었다. 그때 문득 사용한 뒤 버리려고 호주머니에 넣어두었던 비닐봉지가 생각났다. 그 비닐봉지를 꺼내어 몸을 굽혀 비를 가리고 휴대폰을 비닐봉지 안에 넣어 옷 제일 안쪽에 넣었다.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비는 그칠 줄 모르고 더 많이 내리고 주변은 더욱 어두워졌다. 산을 오르내리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그러나 한 사람도 없었다. 쉼터(정자)에서 쉬었다가 다시 오를까도 했으나 춥고 무섭기까지 했다. 하여, 어쩔 수 없이 제9곡까지 올라가는 것을 포기하고 하산을 시작했다. 참 아쉬웠다.

 

산을 내려 올수록 비는 많이 내렸다. 오전에 버스를 타고 와 내린 용추종점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니 오후4시50분이었다. 비는 억세게 쏟아졌다. 정류장엔 아무도 없었다. 춥고 쓸쓸했다. 그러나 비를 피할 수 있는 비 가림 판과 앉을 수 있는 긴 의자 그리고 보안등이 켜져 있어 안심이었다. 

 

버스정류장에 도착하여 불안한 마음을 억누르며 제일 먼저 휴대폰을 비닐봉지에서 꺼내었다. 휴대폰은 비 한 방을 맞지 않고 아무 이상이 없었다. 비닐봉지의 방수(防水) 효능은 만점이었다. 기뻤다.

 

휴대폰으로 비 오는 버스정류장 모습을 사진 찍었다. 그런 뒤 혼자 30여분을 기다리니 시내버스가 왔다. 나 혼자 탔다. 비도 많이 오고 손님도 없어 버스가 안 올까 걱정을 많이 했었다. 그래서 버스를 타면서 기사에게 와 주셔서 고맙다고 인사를 하니 ‘당연히 와야죠.’라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한국은 믿을 수 있는 사회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의자에 앉아 있으면서 휴대폰을 넣어두었던 비닐봉지와 거기서 꺼낸 휴대폰을 보고 또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아무데나 버리면 쓰레기가 되고 환경을 오염시키는 하찮은 비닐봉지라도 때와 장소에 따라 용도에 맞게 잘 사용하면 아주 유용한 물건이 되어 삶에 보탬을 줄 수 있구나. 비단 물건뿐만 아니고 사람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인사(人事)도 적재적소(適材適所) 원칙을 지키는 게 사회와 국가발전은 물론 개인의 발전을 위해서 엄청 중요하고 필수적이겠지.’ 

 

필자 주

 

1. 경기도 가평군에 있는 '연인산 명품 계곡길'이 산림청이 주관한 국토녹화 50주년 기념 걷기 좋은 명품숲길 경진 대회(2차)에서 1위에 선정됐다. (머니투데이 2023. 08.02,)

2. 명품 계곡길의 1구간인 용추구곡(龍湫(九曲)은 산림 생태·경관·문화적으로 유·무형의 자산 보존가치를 인정받아 2020년에 ‘국가산림 문화자산’으로 지정되었다. 

3.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여 갈 경우는 가평역 앞 맞은편 버스정류장에서 71-4번 버스를 타고 용추종점에서 내려 산행을 하면 되고, 자가용으로 가면 용추종점역에서 조금 더 들어가서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올라가면 된다

3.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여 갈 경우는 가평역 앞 맞은편 버스정류장에서 71-4번 버스를 타고 용추종점에서 내려 산행을 하면 되고, 자가용으로 가면 용추종점역에서 조금 더 들어가서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올라가면 된다.

-71-4버스시간(가평역-용추종점): 6:50-7:25, 8:45-9:20, 10:35-11:10, 12:05-12:40, 13:55-14:30. 

                                                      15:25-16:00, 15:55-17:30, 18:45-17:20

4. 극상림(Climax forest, 極相林)은 숲 천이의 마지막 단계로 그 지역의 기후조건에 맞게 성숙하고 안정된 상태의 숲을 말한다. 그런 숲에는 서어나무(Carpinus laxiflora (Siebold &Zucc.)Blume)등이 많이 서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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