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열의 씨알여행 197-여왕배롱나무, 씨엔 날개가 있고 꽃봉오리 안엔 실지렁이?

여왕배롱나무 꽃은 화사하고, 열매는 목 구슬 같고, 씨엔 날개가 있다. 한국 배롱나무와 형태는 비슷하나 꽃, 열매, 씨가 크다.

조그만 꽃봉오리가 귀여워 안이 궁금했다. 쪼개어 안을 보다가 실지렁이 같은 게 있어 놀랐다. 알고 보니 압축되어 있던 암술이 늘어나면서 생긴 해프닝이었다. 

 

여왕배롱나무는 부처꽃과(Lythraceae) 식물로 학명은 Lagerstroemia speciosa이다. 이름, 수형 등 자세한 것은 유기열의 씨알여행 196을 참조하면 된다.

 

꽃봉오리 안의 꽃잎과 꽃술

 

활짝 핀 꽃과 꽃차례

 

⯄꽃: 꽃은 꽃잎, 꽃받침, 암술, 수술이 있는 완전 갖춘 양성화다.

꽃봉오리는 연한 핑크빛과 연한 회백록빛을 띠고, 위가 넓은 공 모양이며 겉에 여러 개의 얕은 골과 얕은 능각이 주름져 있다. 크기는 지름0.6~0.8mm다. 

 

꽃봉오리 안이 궁금하여 쪼개 보았다. 수술 꽃밥은 노랗고, 꽃잎은 하얗다. 그 사이에서 청자주색(가지색 같기도 함)의 실 같은 것이 기어 나왔다. 실지렁인 줄 알고 놀라 버렸다. 그렇게 5개 꽃봉오리를 쪼개어 보니 모두 같았다. 자세히 보니 실지렁이가 아니고 암술이 좁은 공간에 압축되어 말려 있다가 풀려난 것이었다. 꽃봉오리는 최대한 집약적 효율적으로 공간을 활용하고 있었다. 

 

꽃받침은 꽃봉오리 때는 꽃봉오리 전체를 감싸고 있는 듯해서 구별이 어려우나, 꽃이 피면 위가 6개로 갈라진 조각 끝이 뒤로 젖혀져 있는 얕은 접시 같다. 열매가 익어 벌어져 떨어져도 꽃받침은 그대로 꽃대축(열매대축)에 붙어 있다.

 

꽃잎은 6장이고 가장자리는 물결모양이며 구김이 심하여 쪼글쪼글 주름이 많다. 색은 연보라, 연분홍이며 오래되면 색이 바래 흰색에 가까워진다. 크기는 길이 2~3.5cm며 화관은 4~8cm다.

 

꽃술은 암술1, 수술 여러 개다. 암술대와 수술대 모두 보라색이나 수술대는 꽃밥이 떨어질 무렵에는 흰색에 가까워진다. 꽃밥은 노랗다. 씨방은 수수 알 크기로 둥글고 연녹색이다.

 

꽃차례는 원뿔모양꽃차례(Panicle, 원추화서)로 수십 송이 꽃이 밑에서부터 위로 계속 핀다, 꽃대중심축은 20~50cm로 길고 곧다.

 

껍질이 벌어지기 직전 열매

 

익어 벌어진 열매

 

⯄열매: 열매는 둥글고 지름1.5~3.5cm다. 초기에는 녹색이고 익을수록 황록색(어두운 배 색깔과 비슷함)이 되고 오래되어 벌어질 무렵이면 갈색, 흑색, 흑갈색에 가깝다. 완전히 익으면 6개 조각으로 벌어진다. 

 

열매껍질은 목질화 되어 두껍고 단단하다. 각 조각에는 2개의 방이 있어 거기에 씨가 세로로 포개져 있다. 1개 열매에는 30~80개의 씨가 알갱이 부위는 아래, 날개 부위는 위를 향하여 들어있다. 

 

열매가 조각나 다 떨어지고 나도 꽃받침은 그대로 나무에 달려 있다. 그런 꽃받침의 중앙에는 6개 능각이 있는 돌기가 있다. 돌기는 열매 6개 조각 사이에 끼어 열매를 지지하는 역할을 했다.  

 

여왕배롱나무 씨

 

⯄씨: 씨는 전체가 납작하며 한쪽 옆구리가 직선에 가까운 반 타원형이다.  아래는 알갱이, 위는 날개로 되어 있으며 볼록한 옆구리엔 맥(脈) 같은 것이 있다. 알갱이는 검거나 갈색에 가깝고 날개는 누렇거나 희다. 전체 크기는 길이1.0~1.5cm, 너비는4~7mm다. 가벼워 불면 날린다. 씨 속살은 희다.

 

식물의 세계는 알면 알수록 오묘하다. 여왕배롱나무는 암술대, 꽃밥, 꽃잎 색을 다르게 하여 꽃의 아름다움이 돋보이게 함으로써 곤충을 잘 유혹하고, 수십 개의 수술 가운데에 1개 암술을 두어 꽃가루받이를 잘 할 수 있도록 했다. 열매껍질은 두껍고 단단하여 외부 침입자를 막아 씨를 보호하고, 씨는 열매를 빠져 나오면 쉽게 멀리 날아갈 수 있도록 날개를 달았다. 여왕배롱나무는 이런 모든 지혜와 기술을 어떻게 알았을까?   

   

필자 주     

1.  https://www.nparks.gov.sg/florafaunaweb,  https://en.wikipedia.org를 참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