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완다-Rwanda in Africa

유기열의 르완다 21] 사진 찍으면 혼이 나간다?

futureopener 2013. 5. 6.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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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지 않으려고 5분 이상을 얼굴을 들지 않고 업드려 돗자리 같은 것을 짜는 아주머니

 

 



르완다 농촌어른들은 대부분 사진을 찍으려면 피한다. 영혼이 나가기 때문이란다. 어린 자녀들이 괜찮다며 찍으려하면 잽싸게 그들을 혼내며 데려간다. 일부는 돈을 주면 찍겠다고 한다. 돈만 받으면 혼이 나가도 좋은가보다. 이래저래 농촌에서는 사진 찍기가 쉽지 않다.

사진은 기록에 도움이 된다. 그래서 디지털 카메라를 가진 뒤부터 사진을 많이 찍어 간단히 설명을 붙여 컴퓨터나 외장하드에 저장해놓고 있다. 그런데 르완다에서는 이런 일을 하는데 벽에 부딪히는 때가 많다.

필요해서 사진을 찍으려 카메라를 꺼내면 숨거나 멀리 도망간다. 영어가 통하는 경우는 괜찮다며 설득해서 찍기도 하지만 말이 안 통하는 경우는 어쩔 수 없다.

약간 말이 통해서 설득하여도 소용이 없는 때도 많다. 30분 이상을 기다리며 설득해도 앞모습을 찍지 못한 잘 생긴 아가씨도 있다. 하는 수 없이 뒷모습은 괜찮다고 하여 뒤태만 찍었다.

어른들은 자기사진 찍는 것을 싫어할 뿐 아니라 자녀들도 사진을 못 찍게 한다. 어쩌다 아이들이 사진을 찍으려하면 사정없이 꾸중하며 데려간다.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즐겁게 사진을 찍는 어린이들
헌데 이상하다. 어린이들은 부모와 다르다. 부모가 없을 때 어린이들은 사진을 찍어 달라한다. 찍은 사진을 보여주면 신기해하고 좋아한다. 이런 모습을 보면 숨어 있던 아이들도 와서 같이 사진을 찍기도 한다.

그러면 부모도 어쩌지 못한다. 아이들이 찍은 사진을 보고 즐거워하고 있으면 일부부모는 슬며시 와서 같이 본다. 그리고 돈을 달라고 한다.

이제 몇 차례 만나 나를 아는 아이들은 나를 보면 달려와 사진을 찍어달라고 한다. 부모들도 말리거나 나무라지 않는다.

한사코 사진 찍기를 거부하는 아가씨
동영상을 보여주면 더 좋아한다. 요즘은 가끔 동영상을 찍어 보여주고 아이들과 친구가 되어 놀기도 한다. 아쉬운 점은 찍은 사진을 그들이 달라고 할 때 주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USB 메모리칩이나 e-mail 주소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간혹 학생들의 경우 e-mail 주소가 있으면 크기를 줄여서 보내주기도 하지만 이것은 한계가 있다.

옛날 우리나라 사람들도 사진 찍기를 꺼렸다는 말을 들었다. 요즘 르완다 어른들과 같이 영혼이 빠져나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란다. 이런 점에서는 서로 통하는 것 같다.

아마 르완다 시골어른들도 세월이 흐르면서 문명의 이기에 익숙해지면, 사진 찍기를 꺼리기보다 는 우리처럼 오히려 찍어서 보관하고 생활에 많이 활용하게 될 것이다. 르완다의 농촌에 그런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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