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완다-Rwanda in Africa

[유기열의 르완다 6] 아주머니와 나무의자 그리고 정(情)

futureopener 2013. 1. 19.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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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서 의자를 내와 마당에 놓는 아주머니

 

인간에게는 정(情)이라는 DNA가 있는가 보다. 시골 집 아주머니는 처음 보는 낯선 외국인인 나에게 나무의자를 내놓으며 앉으라 했다.

1월 14일 아침이었다. 가까운 시골 마을을 산책하였다. 집 방문 앞에서 어린 아이가 어디다 쓰려는지 쏘시개에 불을 붙여 호호 불었다. 연기가 나더니 붉은 불꽃이 보였다. 지나가는 나를 보더니 옆에 있던 어린이가 손을 흔들었다. 나도 흔들었다.

그 집을 지나 조금 더 걸어가 유칼립투스 숲에서 간단히 맨손체조를 했다. 기분이 상쾌했다. 이렇게 산책을 하며 체조를 하는 사람은 나 혼자 뿐이었다.

10여분 숲 속을 거닐다 돌아가는 길에 다시 아이들을 보았다. 나는 그 집 안으로 들어갔다. 딸은 마당을 쓸고 두 아들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들의 엄마로 보이는 아주머니는 내가 자기 집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방문 안으로 들어가 작은 나무의자를 들고 나와 마당에 놓으며 앉으라 했다. 그런 모습을 보는 순간 이런 것이 정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도 본 일이 없고 외국인인 나에게 어떻게 그런 일을 하는지 참 신기했다. 이런 행동은 본능처럼 여겨졌다. 생각을 하고 하는 행동은 아니었다. 그저 손님에게는 그렇게 해야 한다는 몸에 밴 행동이었다.

나무 의자는 길이가 1m, 너비는 20cm정도 되었다. 높이는 50~60cm정도였다. 의자에 앉았다. 아주머니도 같이 앉았다.

마당을 쓸던 딸은 방문으로 들어가 방을 쓸었다. 의자에 앉아서 열린 문으로 보니 방바닥은 마당과 별반 다르지 않은 흙으로 되어 있고 돌들이 박혀 있었다. 아주머니는 흰 고무신, 딸과 아들1명은 슬리퍼, 아들 1명은 맨발이었다.

이런 집에 나무의자는 왜 있는가? 용도는 무엇인가? 그리고 왜 처음 보는 이방인에게 내놓고 앉으라 하는가? 아저씨는 어디 있는가? 얼마 전 켠 불은 어디다 쓰는가? ......

영어가 되면 물어보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그러나 말이 안 통하니 답답할 뿐이었다. 한 10여분 동안 아무 말 없이 그들이 하는 행동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내가 먼저 의자에서 일어났다. 아주머니는 그대로 의자에 앉아 있었다. 두 아들은 내가 영 신기한 듯 눈을 떼지 않고 줄곧 바라보았다.

내가 간다고 손을 흔들어 인사를 했더니 아이들과 아주머니가 손을 흔들어 인사를 했다. 손을 흔드는 일은 환영할 때도 헤어질 때도 같았다.

나무의자를 마당에 내놓고 앉으라 한 아주머니를 보면 인간은 원래 선하다는 성선설이 맞은 것 같다. 낯선 이방인에게 친절을 베푸는 일은 선하지 않으면 하기 어려운 일 아닌가? 원초적으로 인간에게는 정이 있는가 보다.

작고 초라한 나무의자와 그 의자에 앉으라고 권한 아주머니는 나로 하여금 인간과 인간의 정에 대하여 진지하게 생각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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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 KI YULL YU(유 기 열, 劉 璣 烈)
Professor of ISAE and Koica WF Advisor,
Room 217, Crop Sciences Department,
ISAE( Higher Institute of Agriculture and Animal Husbandry),
Busogo Section, P.O. Box 210, Musanze,
Rwanda
e-mail : yukiyull@hanmail.net
yukiyull@isae.ac.rw
tel :+250-78-739-6582
blog : http://blog.daum.net/yukiyu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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